<음식과 사람> 5월호

[음식과 사람 2016-5 P.82 Food & Story]

 

죽순은 4,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땅의 기운을 품고 있다가 한순간 솟아나는데, 지금이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적기다. 춘곤증과 황사, 피로로 몸과 마음이 지쳤다면 머리를 맑게 하고 열을 내려주는 죽순 음식을 즐겨보자. 죽순은 땅이 주는 선물이다.

어떤 일이 한꺼번에 일어날 때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표현을 쓴다. 비 온 뒤 죽순이 쑥쑥 자라는 모습을 비유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죽순을 구하기 쉬운 재료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이 말은 죽순의 성장 시기가 매우 짧아 생긴 사자성어일 뿐 죽순은 5년여 세월을 땅속에서 뿌리를 뻗는 인고(忍苦)의 시간을 거쳐 땅을 뚫고 나온다.

 

어떤 재료나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는 ‘죽순’

 

전남 담양과 고흥, 경남 거제에 많이 분포하는 대나무는 자연재해로부터 동네를 지켜주는 나무이자 집을 보수할 때 없어서는 안 될 건축 재료였다. 광주리나 바구니 등의 생필품 재료로도 오랜 시간 다양하게 이용돼왔다. 최근에는 죽통밥, 죽통구이, 죽통찜 등 다양한 요리에도 이용돼 우리 일상에서 훨씬 친숙해졌다.

대나무의 어리고 연한 싹을 죽순이라고 하는데, 인공재배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저장이 용이하지 않아 신선하고 부드러운 죽순의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시기는 4~6월밖에 없다. 옛날 죽순 맛을 못 잊은 평안감사가 한겨울 죽순을 구해오라고 하자 하인들이 대바구니를 삶아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그 맛이 좋다.

특히 죽순은 오후가 되면 급격히 자라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 채취해야 해서 예부터 부지런한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식품이라 칭했다.

▲ 사진 = Pixabay

죽순은 채취하는 계절에 따라 동순(冬筍), 춘순(春筍), 하순(夏筍) 등으로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춘순(春筍)을 먹는다. 또한 왕대(왕죽), 솜대(분죽), 죽순대(맹종죽) 등 대나무의 종류에 따라 죽순의 종류 또한 다른데 그중 살이 도톰하고 부드러운 왕대, 솜대의 죽순은 5월 중순에 채취한 것이 가장 좋다.

죽순은 고유의 은은한 향과 특유의 씹는 맛이 일품으로 꼬지에 꿰어 굽는 죽순산적,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먹는 죽순숙회, 담백한 죽이나 밥의 ‘주재료’로 다양하게 이용한다.

그러나 죽순은 육류나 해산물, 채소 등 어떤 재료와도 조화를 이루는 장점이 있어 보통 주재료보다는 냉채 요리나 전골 등의 식감을 돋우기 위한 ‘부재료’로 많이 이용한다. 특히 기름을 이용한 요리에 넣으면 느끼한 맛을 덜어주어 중국 요리에 많이 이용되는 재료이기도 하다.

 

열 내리고 심신 안정시키는 ‘죽순’… 노화 방지, 다이어트에도 좋아

 

죽순은 대부분의 주성분이 수분이지만 단백질과 섬유질 성분이 곡류와 육류에 비해 많이 함유돼 있을 뿐만 아니라 칼륨이 풍부해 혈액순환을 도와 피를 맑게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따라서 기력을 증강시키고 염분 배출을 돕기 때문에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좋은 식품이다.

또한 티로신, 아르기닌, 히스티딘, 류신 등의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어 독특한 맛을 내는데, 그중 티로신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개선하고 몸속 호르몬 생성을 도와 노화를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특히 죽순은 100g당 13㎉로 열량이 매우 낮고 섬유질이 풍부해 아삭하게 씹히는 맛을 내며 포만감을 줄 뿐만 아니라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변비를 예방해 다이어트에도 좋고,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식품이다.

▲ 죽순 무침 / 사진 = Flickr

<동의보감>에서는 죽순에 대해 “소갈을 멎게 하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하여 번열(煩熱 : 신열과 가슴 답답한 증세)을 없애고 기를 보한다”고 하였다. <본초강목>에서는 죽순이 “불면증을 고치고 번민과 짜증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며 눈을 밝게 하는 작용을 한다”고 하였으며, “가래와 담을 삭이고, 장의 활동을 촉진하며 독을 발산시킨다”고 하였다. 그 밖에 어지럼증이 심할 때 죽순을 먹으면 증상이 완화된다고 하였다.

영양학적으로도 죽순은 칼슘과 비타민B1 등이 함유돼 있어 화가 치밀거나 불안, 초조 등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들이 먹으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이 먹으면 좋은 식품이라 하겠다. 그러나 죽순은 성질이 차가워 몸이 찬 사람은 적게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5월은 1년 중 가장 행사가 많은 달일 뿐 아니라 가정의 달로 불릴 만큼 가족을 위한 행사가 많다. 또한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기도 하는 5월에 무언가 특별한 음식이 필요하다면, 이때가 아니면 제맛을 느낄 수 없는 죽순을 이용한 요리를 권해본다.

 

editor 강재희 백석문화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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