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가능한 대다수 음식점은 처벌 해당 안돼…

[음식과 사람 2016-6 P.34 Focus]

 

음주운전자에게 술을 판 음식점 업주가 형사입건되는 사례가 최초로 발생했다. 음주운전을 부추기거나 말리지 않은 이들에게 방조죄를 묻겠다는 검찰과 경찰의 방침에 따른 것인데, 이에 대해 논란이 거세다. 정말 업주 처벌이 가능한 건지 어떤 경우에 주의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editor 정성민 photo 동아DB, shutterstock 도움말   문형우 변호사(법무법인 양헌)

 

고속도로 휴게소 손님 데려다 술 팔면 ‘방조죄’

 

경북지방경찰청은 5월 11일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화물차 운전자에게 술을 판 음식점 주인 권모 씨를 형사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권 씨는 5월 2일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에서 화물차 운전기사 김 씨를 승합차에 태워 1㎞가량 떨어진 자신의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권 씨는 김 씨에게 식사와 술을 판 후 다시 휴게소에 데려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소주 한 병을 마신 화물차 운전기사 김 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79% 상태에서 17㎞가량 운전하다 이날 오후 9시경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김 씨를 조사하던 중 권 씨가 상습적으로 화물차 운전자들을 승합차를 이용해 식당으로 데려가 술을 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잠복 끝에 권 씨를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검거했다.

권 씨는 “식당에 음주운전 방조죄가 있다는 것도 몰랐고, 장거리 운전자들은 자고 가는 줄 알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경찰은 “식당 측이 승합차를 휴게소에 세워두면 운전자들이 찾아오거나 운전자들이 식당에 전화해 승합차를 부르기도 하는 등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와 같이 위험천만한 영업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며 고속도로 휴게소 및 요금소 등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방조한 업주도 적발하겠다고 밝혔다.

 

대리운전 가능한 대다수 음식점은 해당 안 돼

 

음주운전을 한 당사자가 아님에도 권 씨가 입건된 것은 대검찰청과 경찰청(이하 검경)이 지난 4월 25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음주운전 사범 단속 및 처벌 강화’ 규정에 의해서다. 이번 대책은 ▲음주운전 단속 강화 ▲음주 교통사고에 대한 사건 처리 기준 강화 ▲음주운전 방조범에 대해서도 형사처분 ▲음주 교통사고에 대해 법정형이 중한 특가법 위반(위험운전치사상)죄 적용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 몰수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이목이 집중된 것은 음주운전을 부추긴 동승자 및 음주운전 유발자에 대해 음주운전 방조죄로 형사처분하겠다는 대목이다. 검경이 밝힌 음주운전 방조죄 입건 대상 유형 예시는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차량(열쇠)을 제공한 자 ▲음주운전을 권유 · 독려 · 공모해 동승한 자 ▲피용자 등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사람의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자 ▲음주운전을 예상하면서 술을 제공한 자 등이다. 다만 대리운전이 손쉬운 지역에서 식당 업주가 술을 판매한 사례는 제외한다고 밝혔다.

새 규정이 발표되자 음식점 경영자들은 술을 판매해도 죄가 되는 것이냐며 답답하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서울 서초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허모 씨는 “어떻게 손님들이 귀가하는 방법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장사를 하느냐?”며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는 느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정말 술을 파는 음식점 주인들이 모두 긴장해야 하는 규정일까? 경찰청 관계자는 “초기에 보도자료가 기사화될 때 일부 언론이 무조건 음식점 업주도 처벌받는 것처럼 확대해석해서 보도한 것 같다”며 “술을 마셨어도 대리운전으로 귀가할 수 있는 대부분 지역의 음식점에서 술을 판매한 경우에는 방조죄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음식점 업주가 손님이 차를 몰고 왔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고, 술을 마신 손님이 음주운전을 할지, 대리운전을 부를지 미리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술을 달라’는 손님의 주문을 거절할 수도 없다. 이런 일반적인 경우 업주를 처벌 대상에서 빼기 위해 보도자료에 ‘업주’라고 명시하지 않고 ‘술을 제공한 자’라고 했으나 이를 언론이 오해해 잘못 보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권 씨의 경우에 대해서는 “운전자들이 다시 도로로 나서야 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호객 행위를 해서 차로 데려다가 술을 팔고 다시 휴게소로 복귀시켰다는 점에서 충분히 음주운전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봤기 때문에 형사입건한 경우”라고 밝혔다.

 

▲ 사진 = Pixabay

그렇다면 방조죄 적용이 법적으로는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까? 법무법인 양헌의 문형우 변호사는 “결론적으로는 실제로 외식업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대리운전이 손쉬운 지역에서 식당 업주가 술을 판매하는 사례는 제외한다는 명백한 예외조항이 있다. 대리운전이 쉬운 곳이라면 술을 판 업주가 음주운전을 예상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면책이 되는 것이다. 즉, 도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식당 업주들의 경우 이 조항은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리운전이 쉽지 않은 일부 지역(지방의 국도변이나 산간지역)에서 영업을 하는 경우다. 문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이런 곳은 차량이 없이는 왕래가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므로 업주가 손님에게 술을 판매할 때에는 음주운전 가능성을 상당히 예상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업주는 손님이 어떤 차량을 타고 왔는지(단체관광버스인지, 승용차인지), 운전자가 누구인지, 손님에게 판매한 술의 양이 얼마인지를 체크해 음주운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 변호사는 “이에 해당되는 업소는 전체 업소 중 극히 일부인데, 이들의 경우 실제로 음주운전의 온상으로 지목돼온 바도 있으므로 정책적으로는 오히려 이 제도가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리운전이 힘든 외딴 지역의 음식점은 음주운전 방조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존재하니 음주운전을 말려야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앞으로도 유흥가, 식당 등이 밀집한 장소와 연결되는 편도 2차로 이하의 도로를 중심으로 불시 단속을 실시하고, 고속도로 톨게이트나 휴게소에서도 음주 단속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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