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6월호

[음식과 사람 2016-6 P.49 Easy Talk]

 

소설가 한강 씨가 5월 17일 영국 맨부커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에 견줄 만한 권위 있는 상으로,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계의 큰 경사다. 한 작가에게 수상의 영예를 준 작품이 <채식주의자>다. 영문명 <더 베지터리언(The Vegetarian)>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소설에선 ‘고기를 절대 먹지 않겠다고 버티는 딸과 기어이 고기를 먹이고야 말겠다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소설 속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의 채식주의자도 늘고 있다. 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은 채식 전문 식당도 적지 않다. 기내식에 채식주의자 메뉴가 따로 제공되기도 한다. 채식주의자용 가짜 고기까지 등장했다.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고기, 생선 등 동물성 식품을 기피하고 곡류, 채소, 과일만을 섭취하는 사람을 말한다. 과거엔 채식주의가 극단적인 식습관의 하나로 간주돼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지만 최근 웰빙 열풍과 함께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채식=웰빙식’으로 인식되면서 채식주의자도 덩달아 급증했다.

원조 채식주의자는 누구일까? 살생(殺生)을 금하는 불교의 교리상 석가모니는 채식주의자였을 거다. 동물권리단체인 PETA는 ‘예수는 채식주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버나드 쇼도 유명한 채식주의자다. 불교 승려, 안식일 재림파 교인, 가톨릭의 트라피스트 수도사 등 종교적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된 사람도 있다.

채식주의 선풍의 반동(反動)인지 육식은 요즘 완전 천덕꾸러기 신세다. “과일이나 채소 등을 즐기는 채식은 건강에 이롭고, 고기와 우유로 대표되는 육식은 해롭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채식은 선, 육식은 악’이란 이분법적 사고는 잘못이다. 식물성 식품과 동물성 식품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이 최선의 식생활이다. 실제로 채식주의자 식단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 사진 = Pixabay

각종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더 건장한 체격을 갖게 하는 데는 채식보다 육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구석기인과 신석기인을 비교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사냥을 통해 먹을 것을 구했던 구석기가 육식의 시대였다면, 농경문화가 시작된 신석기는 채식의 시대였다.

요즘의 건강 상식대로라면 채식을 주로 하고 먹거리가 풍족했던 신석기인이 구석기인보다 더 건장하고 건강해야 맞다. 그런데 선사시대 유골을 비교하면 구석기인의 평균 신장(177㎝)이 신석기인보다 컸다. 감염성 질환 등 질병에 걸린 흔적도 구석기인이 적었다.

하지만 과도한 육식은 건강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비만, 동맥경화, 고혈압, 통풍, 우울증, 암 등 다양한 질병을 부른다. 육식을 즐기면 포화지방의 섭취가 늘어 ‘만병의 근원’이라는 비만이 되기 쉽다. 육류 섭취량이 늘면 곡류, 채소(탄수화물 풍부) 섭취량은 줄게 마련이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행복 물질’로 통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저하돼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동의보감>엔 “날짐승과 들짐승의 고기를 많이 먹으면 수명을 재촉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소갈병(당뇨병)으로 몸이 수척해지거나 중풍(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지거나 반신마비가 되는 것은 뚱뚱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은 탓”이라고 했다. 현대의학의 병인론(病因論)과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어쨌거나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라는 책이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날 새벽 6시부터 1분당 거의 10권씩 팔리고 있단다. 한동안 채식주의가 국내에서 유행할 수도 있으니 외식업계 사장님들도 이런 뉴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editor 박태균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