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6월호

[음식과 사람 2016-6 P.90 Ingredient]

 

고추냉이(와사비) 없는 생선회와 초밥은 상상할 수 없다. 알싸한 매운맛과 입안을 감싸는 청량감은 고추냉이만의 매력이다. 고추냉이는 일본의 매운맛을 대표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춧가루 양념을 즐기듯이 일본 사람들은 고추냉이의 매운맛을 즐긴다. 고추냉이는 일본의 정신을 닮아 있다. 매운맛이 은근히 지속되는 한국의 고추와 달리 단시간에 휘발되는 와사비의 강한 매운맛은 사무라이 정신과 같다고 여겨진다.

고추냉이는 겨자, 후추, 호스래디시, 고추와 함께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 중 하나다. 이들은 각기 일본, 영국, 미국, 한국을 대표하는데 모두 가루를 내어 발효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요리의 맛을 좋게 하는 것 역시 같다.

고추냉이는 깊은 산중에서만 재배되는 식물로 깨끗한 계류가 흐르는 양질의 토양에서 자란다. 줄기는 약 45㎝ 정도까지 자라며 잎사귀는 콩팥과 비슷한 모양이다. 특유의 향과 매운맛은 잎과 뿌리에서 나는데 열을 가하면 매운맛이 사라진다. 대개 뿌리의 껍질을 벗겨서 생으로 이용하거나 말려서 가루로 사용한다. 신선한 뿌리를 강판에 갈아서 쓰면 효소의 작용으로 톡 쏘는 자극적인 향과 매운맛이 더욱 강해진다.

 

▲ 사진 = Pixabay

시중에서 판매하는 푸른색의 와사비는 인공색소와 전분이 첨가된 제품이다. 신선한 와사비를 직접 강판에 갈면 매운맛이 강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향이 좋아 생선회에 곁들이기 좋은 훌륭한 소스가 된다.

고추냉이는 지구의 식물군 중에서 가장 강력한 살균력을 가지고 있다. 회에 사용되는 것은 고추냉이의 뿌리인데, 뿌리에는 세균이나 곰팡이의 번식을 막고 악취를 기화시키는 독특한 물질이 축적돼 있다.

특유의 톡 쏘는 자극적인 냄새는 고추냉이의 방향 오일이다. 이소치오시안산아릴이라는 방향 오일은 염화수에 담가두어도 끄떡없는 해충을 단번에 해치운다. 휘발성이 높은 이소치오시안산아릴은 CO2 등의 원소로 분해되어 단시간에 공기 중으로 되돌아가는데, 이때 악취 분자를 동반하게 된다. 나쁜 냄새 분자를 흡착해 함께 분해되는 것이다. 초밥집의 공기가 청결한 이유도 고추냉이의 방향 오일이 어패나 초 비린내를 흡착해 공기 중으로 분해시키기 때문이다.

고추냉이의 방향 오일이 특별한 이유는 부패균이나 악취만을 선별해 공격한다는 것이다. 염소 등의 화학물질은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고추냉이의 방향 오일은 부패균이나 악취만을 선별적으로 공격한다. 이것은 자연만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기능이다. 생선회에서 고추냉이가 돋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 있다.

editor 강보라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