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7월호

[음식과 사람 2016-7 P.53 Easy Talk]

 

고등어가 요즘 난데없이 유탄(流彈)을 맞았다. 환경부가 지난 5월 23일 고등어구이를 할 때 미세먼지가 다량 배출된다는 보도자료를 낸 것이 빌미가 됐다.

환경부가 “고등어를 구울 때 초미세먼지는 물론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나온다”고 발표하자 각종 미디어에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지목한 기사가 쏟아졌다. 국민 생선인 고등어가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고등어 가격이 급락하고 생선구이를 찾는 손님의 수도 급감했다.

이에 환경부는 6월 6일 낸 설명자료를 통해 “환경부의 고등어구이 관련 최초 보도자료는 실내 공기의 질 관리를 위해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기 중 미세먼지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 같은 발표가 나와 언론은 물론 소비자가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오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는 당초 발표 의도와는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진 = flickr (www.flickr.com/photos/63167781@N07/8166782455)

 

환경부의 원래 의도는 ‘음식을 조리할 때는 반드시 창문을 여는 등 환기에 신경 쓸 것을 대중에게 당부한 것’이 아닐까? 조리 도중에 미세먼지를 포함한 실내 오염물질이 다량 발생한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고등어구이를 포함해 대부분의 음식을 굽거나 튀길 때는 미세먼지가 생길 수 있다.

황사나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은 날엔 되도록 구이, 튀김 같은 요리는 자제하는 것이 맞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라고 해서 음식점이 휴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음식점에서 구이나 튀김 요리를 만들 때는 주방 환풍기를 틀어 환기하고, 조리 후 잠시 창문을 열어두는 일을 잊어선 안 된다.

환경부는 처음에 낸 보도자료에서 고등어구이를 할 때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당 2400㎍(마이크로그램)으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다음으론 삼겹살(1360㎍), 계란 프라이(1130㎍), 볶음밥(183㎍) 순으로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는 밀폐된 주택 2곳의 주방에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조사한 결과였다.

고등어구이를 포함한 다양한 구이 요리를 만들 때나 찜질방의 숯가마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의 양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의 미세먼지 배출량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적다.

아무튼 이번 ‘고등어 미세먼지 사태’로 어민과 생선구이 전문점 업주는 금전적 피해를 봤고, 국민 생선 고등어는 이미지가 손상됐다. 정부 정책의 대국민 홍보가 더 정교하고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이다. 물론 최근의 고등어 가격 하락이 순전히 미세먼지 보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때마침 고등어 금어기(禁漁期)가 종료됨에 따라 고등어의 공급 물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초여름에 뜬금없이 이슈가 됐지만 고등어의 제철은 가을이다. 여름 고등어는 여름 굴처럼 다뤄야 한다. “고등어는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신선해 보이는 것이라도 잘못 먹으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하라’는 경고다.

고등어는 낚아 올리는 즉시 생명을 잃고 다른 생선보다 풍부한 붉은 살 부위에서 부패가 빠르게 진행된다. 이때 히스티딘이 히스타민으로 바뀐다. 히스타민은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증상과 복통, 구토 등을 유발하는 성분이다.

부패가 빠른 고등어를 더 오래 두고 먹기 위한 우리 선조의 지혜가 드러나는 것이 자반고등어다. 소금에 절여놓은 자반고등어는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자반은 좌반(佐飯)에서 유래했으며, ‘밥 먹는 것을 도와준다’는 뜻이다.

고등어의 맛은 등 부위보다 지방이 많은 배 쪽이 더 낫다. 고등어에 지방이 많다고 하여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방의 대부분이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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