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7월호

[음식과 사람 2016-7 P.70 Consulting]

 

교사가 여러 학생에게 똑같은 내용을 가르쳐도 학습 효과는 제각기 다르다. 컨설팅도 마찬가지. 손에 쥐어줘도 결과가 신통치 않은 업주가 있는 반면, 운만 띄워도 시구를 줄줄 읊어대는 업주가 있다. 대전 ‘까치돌구이’ 성은규(46) 대표는 후자의 경우다.

성 대표는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에게 단 한 번의 상담을 받았다. 그럼에도 김 기획자의 조언을 씨줄로, 자신이 축적한 지식과 정보를 날줄로 점포 콘셉트 설정과 리뉴얼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Why] 그 많던 손님은 누가 다 데려갔나?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던 1986년, 대전 은행동에 대전시의 시조(市鳥)인 까치를 옥호로 쓴 ‘까치돌구이’라는 고깃집이 야심차게 문을 열었다. 이 집은 당시 고도성장기에 편승해 승승장구했다. 개업 13년 만에 시청 옆 595㎡(180평)의 더 넓은 장소로 이전해 전성기를 구가했다. 대전 최고의 고깃집이 되겠다던 애초의 다짐처럼 한동안 잘나갔다. 주변의 많은 관공서 공무원들이 회식을 하러 대거 몰려오기도 했다.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직장생활을 했던 성 대표는 2002년부터 어머니가 차린 이 고깃집 운영에 합류했다. 식당이 번창일로에 있었던 데다 마침 회사에서 출퇴근이 어려운 산골로 발령을 내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고 모친의 고깃집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서서히 손님이 줄어들었다. 일반 손님은 물론 한 번에 수백 명씩 찾아왔던 회식 손님도 차츰 뜸해졌다. 30년 가까이 고깃집을 했지만 손님이 줄어 걱정해본 적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려니 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현실은 성 대표의 기대를 배반했다. 점포가 넓은 편이어서 월세도 비쌌다. 매출이 줄어들자 예전과 달리 월세도 큰 부담이 됐다.

 

[Problem]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훈장만은 아니더라

위기감을 느낀 성 대표는 원인 분석에 나섰다. 우선 외식업에 대한 지식이 의외로 부족했던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무지에 대한 자각이야말로 가장 큰 지식이자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성 대표는 각종 외식업 관련 잡지와 책자를 섭렵했다. 외식업계 종사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도 빼놓지 않고 훑었다. 그러던 중 김 기획자가 직화구이의 강점을 소개한 글을 접하고 30년 가까이 운영해온 ‘까치돌구이’의 문제점과 개선안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까치돌구이’의 부진 원인을 총체적으로 보면 ‘세월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외식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의 변화에 그동안 너무 둔감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주변에는 숱한 경쟁자가 소리 없이 포진했던 것이다.

우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입맛이 바뀌었다. 그런데도 30년 동안 줄기차게 돌판에 구워주는 방식만 고수했던 것이다. 또 최근에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와 앉기를 꺼리는 고객이 늘고 있다. 그런데 방석을 깔고 앉는 좌석이 100%였다. 여직원들이 다수 포함된 조직에서 고깃집 단체회식을 피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낡고 오래된 칙칙한 스타일의 내부 인테리어도 요즘 잘나가는 고깃집들에 비하면 무척 촌스러웠다. 오랫동안 기름이 밴 바닥은 너무 미끄러워 일부 단골손님들도 들어오길 겁냈다.

마침 2015년에 계약 만료가 되는 점포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 점포를 얻기로 했다. 그곳에서 새로운 콘셉트의 고깃집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2015년 봄, 성 대표는 김 기획자에게 상담을 의뢰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 기획자는 기존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 완벽한 직화구이 전문점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 100% 좌식은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 / 사진 = 한국외식신문 자료사진

 

[Solution] 고기와 고기 먹는 환경 싹 바꿔

어느 정도 자가진단에 성공한 성 대표는 부지런히 부족한 부분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성공한 고깃집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김 기획자의 개인 블로그를 꼼꼼하게 분석했다. 김 기획자가 블로그에 소개한 고깃집마다 일일이 찾아가 원육 상태, 그릴링, 설비, 인테리어, 서빙 등 모든 걸 유심히 파악했다.

드디어 2015년 9월, 몇 달간의 공사를 끝내고 지금의 자리에 재개점을 했다. 새로 문을 연 ‘까치돌구이’는 예전의 그 집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성 대표가 벤치마킹한 요소들을 완성도 높게 적용한 최신 스타일의 고깃집이었다.

▲ 사진 = 월간외식경영 블로그

가장 먼저 개선한 것이 고기와 고기를 둘러싼 환경이었다. 동일한 삼겹살 원육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마치 한 꼬마가 거지 옷을 입으면 거지로 보이고, 왕자 복장을 착용하면 왕자로 변신하는 이치와 같다.

점포 이전을 계기로 기존 삼겹살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출해냈다. 시설이나 설비 개선을 동반한 작업이 많아 장소 이전은 육질 향상의 좋은 기회였다. 원육 숙성 방식, 고기 굽는 방식, 찬류 구성, 취식 환경(공간) 개선 등이 모두 그랬다.

우선 원육의 숙성 방식을 바꿨다. 점포를 옮기면서 습식 숙성고를 설치했다. 이전에는 와인 숙성과 된장 숙성을 했으나, 이는 오히려 고급 원육의 맛을 저감시켰다. 지금은 숙성고에서 8~10일 정도 습식 숙성을 시켜 삼겹살 고유의 풍미를 높이고 있다.

굽는 방식을 바꾼 것이 가장 큰 개선 포인트였다. 옥호에도 명기했을 만큼 돌판구이는 30년 동안 고수해온 구이 방식이었고 이 집의 핵심 정체성이었다. 그런데 점포 이전과 동시에 구이 설비를 모조리 바꾸고 돌판구이 방식에서 직화 숯불구이로 교체했다. 이를 통해 삼겹살의 맛과 식감이 향상됐고, 원육 커팅이나 서빙 방식도 자연스레 바뀌었다. 부차적으로 연기 배출 덕트 등 공조시설이 필요해 외관상 변화도 가져왔다.

숯불 직화구이 방식으로 바꾸면서 찬류 구성도 개선했다. 과거의 구식 반찬들 대신 샐러드와 장아찌 위주의 찬류들로 구성했다. 외식장소 선정 시,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여성 고객을 의식한 조치였다.

마지막으로, 삼겹살을 먹는 공간 분위기를 확 바꿨다. 과거에 100% 좌식이었던 좌석을 새 장소로 입점하기 전에 공사를 해 입식으로 바꿨다. 테이블 사이의 개인공간도 좀 더 여유를 뒀다. 인테리어는 젊은 감각을 최대한 살렸다. 배경음악은 차분한 클래식 위주로 틀었다. 과거에 비해 훨씬 쾌적하고 세련된 공간으로 연출해냈다.

▲ 사진 = 월간외식경영 블로그

 

[After] ‘대전 최고의 삼겹살집’ 자부

만성적 매출 부진으로 고심하던 차에 점포 이전과 함께 단행한 원육 삼겹살 혁신 노력은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고객의 반응이 호의적으로 바뀌었고 특히 젊은 고객이 늘어났다. 물론 ‘삼겹살 혁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매출이 이전보다 2, 3배 이상 비약적으로 향상했다. 지금은 ‘대전 최고의 삼겹살집’임을 자부한다.

이 밖에도 지리산 흑돼지 원육을 추가로 도입해 고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 또한 예전 방식의 돌구이 느낌이 나는 까치돌구이삼겹살(150g 1만 원) 메뉴를 유지해 올드팬들까지 포용했다.

성 대표는 단 한 번의 컨설팅 상담만으로도 개선 포인트를 잡고 실행했다. 그래서 김 기획자는 가장 짧은 컨설팅이었지만 가장 큰 성과를 낸 사례였다고 말한다. 아울러 많은 외식업 종사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너무 먼 곳만 바라보는 실태도 지적했다.

“외식 잡지나 블로그를 건성으로 보지 말고 꼼꼼히 분석적으로 읽어봐야 합니다. 그 속에 우리 식당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이 숨어 있어요. 의외로 답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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