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7월호

[음식과 사람 2016-7 P.49 Uncut News]

 

음식에는 권력의 은밀한 맛이 배어 있다. 권력자들이 선호하는 음식을 보면 권력 작동 방식과 세태를 알 수 있다. 프랑스의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이 “당신이 먹는 음식을 보면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듯, 음식을 통해 그 사람과 시대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려한 왕실 생활로 결국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이 된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다. 오스트리아의 공주 출신으로 프랑스로 시집간 앙투아네트는 남편 루이 16세와 함께 ‘비둘기구이 & 루콜라 & 아카시아튀김’, ‘감자 대구 파르망티에’, ‘연어 가리비 타르트’, ‘가리비 호박 블루테’, ‘산딸기 마카롱’을 비롯한 왕궁의 호화로운 요리를 사랑하고 즐겼다.

그러나 지나친 사치와 향락, 국고 낭비 등의 이유로 프랑스혁명의 열기 속에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이들 부부는 단두대의 이슬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가 말했다고 전해지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라는 말은 실제 그녀가 하지 않았으며, 당시 프랑스 혁명군들이 악의적으로 퍼뜨린 유언비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역대 대통령들이 좋아했던 음식으로 권력 지형의 변천을 살펴볼 수 있다. 군사정권을 끝내고 문민정부 시대를 연 김영삼 대통령은 ‘칼국수’를 좋아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 첫 국무회의 직후 각료들과 가진 오찬 메뉴를 칼국수로 정했고, 이를 통해 소탈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의 정치를 펴나갔다. 그와 오찬을 함께하며 칼국수 식사를 했던 정치권 인사들은 “배가 빨리 꺼져 또 식사를 해야 한다”며 불평을 남긴 것으로도 전해진다.

▲ 김영삼 대통령이 즐긴 칼국수 / 사진 = Pixabay

김대중 대통령의 ‘흑산도 홍어’ 사랑은 유명했다. 대통령 취임 후 칼국수가 퇴출되고, 청와대 행사 때마다 홍어가 식탁에 올라왔으며, 당시 흑산도 수협에서는 서울행 홍어 택배 배달로 분주했다고 한다. 그가 대선 패배 후인 1993년 영국 유학을 갔을 당시 측근들이 흑산도 홍어를 영국으로 공수하기도 했다. 음식을 즐겼던 그는 설렁탕에는 꼭 깍두기 국물을 넣어 한 그릇을 다 비웠고, 라면을 야식으로 즐기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별히 음식을 가리지 않는 스타일로, 맑은 국물이 있는 담백한 음식을 선호했다. 특히 ‘삼계탕’을 즐겨 청와대 인근의 토속촌이라는 삼계탕집이 각광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고향인 포항의 ‘물회’를 즐겨 물회 도시락이 청와대로 배달되기도 했다. 또 다른 포항 특산품 ‘과메기’는 정권 내내 각광을 받았다. 국회에서 과메기 시식회가 열리기도 했고, 청와대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한때 포장마차에서도 날개 돋친 듯 팔리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빔밥’을 좋아하며 담백한 음식을 즐긴다. 소식(小食)을 하며, 스스로도 향토음식과 두릅나물, 비빔밥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 시대의 정치인들이 한국 특유의 전통음식을 사랑하고, 국민들의 입맛에 맞게 정직하게 소통하는 멋진 정치를 해주길 기대한다. 칼국수든, 홍어든, 삼계탕이든, 과메기든, 비빔밥이든, 민생으로 고통 받는 서민의 입맛에 맞춰 국민을 섬기고 받드는 ‘맛있는 정치’가 펼쳐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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