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음식과 사람 2016-8 P.70 Consulting]

 

숱한 식당들이 장마철 개구리처럼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 내용들을 분석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각각의 개별성을 제외하면 경영 난조의 원인이 대체로 ‘어정쩡함’에 있다.

입지의 어정쩡함, 조리 기술의 어정쩡함, 음식 수준의 어정쩡함, 콘셉트의 어정쩡함 등등이다. 어정쩡한 위치에서 어정쩡한 음식으로 어정쩡하게 장사를 해도 운만 좋으면 그럭저럭 버틴다. 그러다가 외부 환경이 나빠지면 이내 어려움에 빠진다. 남양주시의 ‘메밀공작소’가 얼마 전까지 그랬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Why] 몸에 좋은 음식만 만들면 대박 날 줄 알았는데…

‘메밀공작소’ 양찬민 대표의 부친은 서울에서 규모가 큰 고깃집을 경영했다. 부친은 뛰어난 요리사이기도 해서 3공화국 시절 가끔 청와대 조리실에 불려가기도 했다고 한다. 양 대표는 10년 동안 부친 밑에서 고깃집 일을 도왔다. 10년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오직 근면, 성실만 강조하는 부친 아래서의 고깃집 생활은 힘겨웠다. 부친이 고깃집을 그만두자 양 대표는 해방감을 느꼈다. ‘고달픈 식당 일은 두 번 다시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러나 운명이란 묘한 것. 한때 부동산업과 수제화 전문점 운영 등 외식업과 거리가 먼 일에 종사했지만 결국 다시 식당을 열었다. 2009년 경기 포천시 고모리에 양 대표 세 남매가 공동으로 두부 전문점을 낸 것이다. 평소 사찰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누나가 음식 조리를 주도했다.

두부는 전통 방식대로 만들었다. 콩을 맷돌에 갈아 가마솥에 넣고 끓여 콩물을 얻은 뒤 간수를 붓고 두부를 얻었다. 이 방식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체력 소모가 무척 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이 방식을 유지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외진 고모리까지 두부를 먹으러 오는 손님은 드물었다. 조미료를 일절 넣지 않고 절 음식에 가깝게 만들다 보니 ‘웰빙’ 요소는 두드러졌지만 대중성이 떨어졌다. 의기투합해 “우리 세 남매가 멋진 식당을 일궈보자”던 처음의 다짐은 사라지고 식당은 문을 닫았다. 세 남매도 몇 년 만에 다시 각자 제 갈 길로 흩어졌다.

 

[Problem] 입지와 맞지 않은 두부 전문점으로 헛고생

메밀공작소의 이전 이름은 ‘장수마을’이었다. 누나, 동생과 결별한 뒤 2013년 지금의 자리에 차린 두부 전문점이었다. 지나치게 웰빙만 강조하다가 고객의 입맛과 동떨어졌던 점을 반성하고 음식과 메뉴 구성을 바꿨다. 일반적인 두부 메뉴와 함께 짬뽕순두부와 보쌈 등도 취급했다. 고객 반응이 한결 나아졌다.

대박은 아니었지만 한동안 손님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최소한 고모리에서의 참담한 실패보다는 나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2015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뚝 떨어졌다. 처음에는 그저 일시적인 현상이려니 했다. 매출 부진은 한두 달이 두세 달로, 두세 달은 네댓 달로 계속 이어졌다. 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불안감으로 변했다.

초조함의 끝에서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를 떠올리고 상담을 요청했다. 김 기획자가 진단해보니 역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처음 양 대표를 만나보니 열정과 노력에 비해 외식업 경영에 대한 안목과 음식 구현 능력은 다소 부족했습니다. 두부는 웰빙 메뉴지만 반복 구매나 중독성이 없어 생각보다 어려운 아이템입니다. 소비자가 반드시 몸에 좋은 웰빙 음식만 선택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삼겹살은 건강음식이 아니지만 한국인이 모두 열광하는 음식입니다. 현실에서는 두부 전문점이 삼겹살집 경영보다 더 어렵습니다. 두부라는 아이템과 음식점의 입지가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 점도 문제였고요.”

 

[Solution] 입지와 부합하고 중독성 강한 메밀 메뉴 장착

김 기획자는 두부 대신 해당 상권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뜰 수 있는 메밀을 새 아이템으로 추천했다. 메밀은 적어도 향후 10년 이상 소비가 지속될 것이 예상되는 아이템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메밀은 웰빙 요소는 물론 중독성까지 갖춘 음식이다. 특히 소바는 간장이 핵심 재료인데 간장 역시 중독성이 높기로 유명한 식재료다.

김 기획자는 양 대표에게 메밀 전문점 점포 세 곳을 추천해주고 벤치마킹하도록 했다. 세 곳 모두 소자본으로 메밀 전문점을 창업해 성업 중인 곳이었다. 그러면서 지역의 맹주처럼 소문난 메밀 전문점으로 입지를 굳혔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메밀공작소가 자리한 상권은 좋은 편이 아니다. 1차 상권만 가지고는 어떤 메뉴를 팔더라도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메밀 음식은 1차 상권 밖의 손님도 끌어올 수 있는 아이템이다. 각 지역마다 유명한 메밀 전문점들이 모두 그런 ‘메밀의 힘’을 누리고 있다. 김 기획자가 메밀을 장착한 이유다.

▲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에 위치한 메밀공작소 / 사진 =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 블로그 캡쳐

김 기획자는 현장 메뉴 전문가인 ‘음식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김인복 소장을 투입했다. 김 소장은 막국수와 소바, 그리고 돈가스와 비빔밥 등 현재 운용 중인 메뉴들에 대한 조리 전수교육을 맡았다. 겨울철 메밀 비수기에 대비해 돈가스도 메뉴로 구성했다.

어느 정도 조리 경력이 있는 피교육자는 전수교육 과정에서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자신의 기존 조리법을 고집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양 대표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김 소장의 조리법을 100% 흡수했다.

김 기획자는 메밀공작소의 소바가 각 지역에서 맹주로 군림하는 소바 전문점들 것보다 훨씬 맛과 질이 높다고 평가한다. 특히 메밀 함량에서 그렇다. 기존 유명 소바 전문점들이 30% 안팎인 점에 비춰보면 메밀공작소의 메밀 함량은 70%로 월등한 편이다. 면발의 질감이나 쓰유(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우려낸 육수에 간장과 맛간장을 넣어 만든 장국)의 맛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After] 매출 오르고, 가게도 메뉴도 손님도 젊어져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확실하게 메밀과 돈가스 등 주력 메뉴 전수교육을 실시한 뒤 후속조치도 뒤따랐다. 메밀 전문점 이미지를 강화할 목적으로 ‘장수마을’에서 ‘메밀공작소’로 옥호를 개명했다. 교육기간 동안 간판, 사인물 등 인테리어 공사도 병행했다. 좌석도 100% 좌식을 뜯어고쳐 모두 입식으로 바꿨다. 구태의연한 두부집에서 세련된 메밀 전문점으로 콘셉트를 일신했다.

식당의 면모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어려울 때마다 남편인 양 대표에게 위로와 용기를 북돋워줬던 부인 최성임 씨는 “메뉴도 그렇지만 손님층도 더 젊어진 것 같아 식당 분위기가 활기차게 변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반찬류와 조리 작업량이 줄어들고 음식 관리가 쉬워졌으며, 버리는 음식물쓰레기가 현저하게 감소한 것도 작지 않은 성과라며 최 씨는 반색했다.

▲ 메밀공작소에서 판매하는 메밀소바 / 사진 =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 블로그 캡쳐

최 씨의 말처럼 주변 아파트의 젊은 여성 고객을 중심으로 소바와 막국수 손님이 차츰 늘고 있다. 동절기를 겨냥했던 돈가스까지 덩달아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인다. 이에 따라 매출액도 봄날의 초목처럼 쑥쑥 자라는 중이다. 하락세였던 매출이 반등하자 부부에게는 자신감이 붙었다.

김 기획자는 올해보다 내년이나 몇 년 후에 메밀공작소 매출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양주에는 아직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 소바 전문점이 없기 때문에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향후 메밀공작소가 ‘남양주 최강의 메밀 전문점’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역 유명세’ 프리미엄을 누리면 더욱 안정된 매출을 올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몇 해 동안의 어정쩡함에서 벗어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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