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8월호

[음식과 사람 2016-8 P.49 Uncut News]

 

editor 김홍국 정치평론가

 

김치는 대한민국의 대표 식품이다. 무, 배추, 오이, 열무 등의 채소를 저농도의 소금에 절인 뒤 고추, 파, 마늘, 생강, 젓갈 등의 양념을 혼합해 저온 발효시켜 먹는 김치는 한국인의 필수 음식이다. 한국인이라면 끼니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흰 쌀밥에 잘 익은 김치가 차려진 밥상을 떠올릴 것이고, 개인들마다 김치에 얽힌 삶의 추억들이 가득할 것이다.

어머니가 막 담근 김장김치의 신선한 맛, 푹 익은 신 김치의 톡 쏘고 시큼한 맛, 백김치 ·  보쌈김치 · 동치미의 상큼함,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 막걸리 안주로 제격인 김치전에는 한국인 특유의 정감이 가득하다. 이제는 김치피자, 김치토스트, 김치김밥 등으로 다양한 진화를 거듭하면서 김치는 세계 속에서 생명력을 얻고 있다.

김치를 끼니때마다 먹는 식습관도 마찬가지다. 김치를 먹지 못하는 것은 숨을 쉬지 못하는 것과 같다. 몇 년 전 필자가 아내와 함께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봉으로 트레킹 갔을 때다. 고산병을 피하기 위해 8일간 산을 빙빙 돌아 해발 4130m에 위치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에 도착했을 때 감동과 피로가 동시에 몰려왔다. 이때 아내가 ABC의 식당에 재빨리 올라가 라면을 주문했다. 잘 익은 라면에 김치를 곁들여 먹는데 그 맛이 형용할 수 없는 꿀맛으로 다가왔다. 그 포만감이란! 이어 햇반을 따뜻한 물에 데워 조리한 흰 쌀밥과 함께 먹는 김치의 오묘한 맛은 8일간의 피로를 한꺼번에 날리는 청량제와 같았다.

그런 김치는 인체에 감동과 신선함을 주는 보약이다. 김치는 온 식물이 죽는 겨울철에도 내내 싱싱하고, 익어가는 단계마다 제각각의 맛을 선사한다. 담근 바로 직후에 먹는 겉절이의 신선함, 맛있게 잘 익은 중간 단계, 신맛이 혀를 간질이는 익은 김치, 먹기 힘들 정도로 신 김치를 최고의 요리로 변신시킨 김치찌개는 그야말로 음식의 제왕이라 할 만하다.

▲ 사진 = Pixabay

김치는 영양도 가득하다. 김치를 담그는 데 사용하는 고추에는 사과의 50배, 밀감의 2배나 되는 비타민C가 들어 있다. 우리 조상들은 겨울에도 김치를 통해 비타민C를 섭취할 수 있었고, 김치를 건강을 지키는 필수 음식으로 취급했다. 각종 무기질도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젖산균에 의해 정장작용을 하고 소화를 도와주며 식욕을 증진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농가월령가’에서는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다/ 앞 냇물에 정히 씻어 함담(鹹淡)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두리요 바탱이 항아리요/ 양지에 가가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라고 노래하고 있다. 정감이 넘친다.

‘사드 정국’ 때문에 참외로 유명한 성주 군민들의 반발이 거세고, 정치에 대한 불신은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 정치에 ‘김치의 미학’을 적용하면 어떨까? 정치는 국민을 섬기고 봉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독선과 불통의 정치가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국민들은 마치 제왕처럼 군림하며 서로 칼을 찌르는 배신과 대립의 과거형 정치를 벗어나 김치처럼 청량감과 기쁨을 주는 ‘김치표 미래형 정치’를 원하고 있다.

우리 정치가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을 섬기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넓혀나가는 ‘김치의 미학’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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