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도 내 가족, 당연한 일” vs “다른 사람에겐 동물일 뿐, 위생 걱정돼”

[음식과 사람 2016-8 P.28 Focus]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반려동물의 음식점 출입 문제도 그중 하나. 찬성, 반대 손님들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외식업소들은 난감한 형국이다.

 

editor 이선희 photo shutterstock 도움말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음식점에 애완견이? 고성부터 영업 방해까지 천태만상

지난 4월 8일 울산지법은 애완견을 데리고 와 음식점 업무를 방해한 견주에게 업무방해죄와 모욕죄를 적용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패스트푸드 매장을 방문한 견주는 종업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애완견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애완견을 방치해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한 것도 모자라 용변까지 보게 놔둔 것.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모욕한 것과 매장 업무 방해 혐의로 견주는 기소됐고, 재판부는 그의 잘못이 인정된다며 벌금형을 내렸다. 법정까지 가는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요즘 외식업 현장에서는 반려동물 출입과 관련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문 앞에 ‘반려동물 출입금지’라고 써 붙이면 애완견과 함께 찾은 고객의 항의가 이어진다. ‘동물이 아니라 가족이다’, ‘우리 강아지는 얌전해서 별 문제 없다’, ‘테라스에서 먹으면 괜찮지 않냐’ 등 견주의 불만을 듣는 것도 고스란히 외식업소의 몫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려견 출입을 제한하지 않으면 이번엔 다른 고객들의 불만이 이어진다. ‘털이 날려서 비위생적이다’, ‘개를 무서워한다’, ‘개한테 물리는 사고라도 생기면 어떡하냐’ 등등 불쾌한 감정을 토로한다.

외식업소 입장에선 양쪽 다 고객인 터라 한쪽 편만 들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견주와 다른 고객 간에 고성이 오가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몸싸움으로까지 번지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게 되면 결국 가게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고객이 발길을 돌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작은 애완견이 등장하는 순간, 음식점 안에 불편한 공기가 감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법 규정 없어, 모든 건 ‘주인 맘대로’

“애완견의 음식점 출입은 불법이 아니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불법도 합법도 아니다. 아직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식품위생법 어디에서도 반려동물의 음식점 출입에 대해 명시해놓은 조항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대중교통은 상황이 다르다. 버스나 택시, 지하철의 경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44조 제2항에 따라 다른 승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동물을 데리고 타는 것을 금한다. 단 장애인 보조견과 전용 운반상자나 이동장에 넣은 애완동물은 제외한다고 규정해놓았다.

또한 시내버스는 물론 고속버스, 여객선, 화물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 각 운송수단에 맞게 법이 갖춰져 있다. 특히 각 사항을 위반할 경우 탑승이 거절되거나 퇴거조치를 당할 수 있음을 명시해놓은 것도 눈에 띈다. 반면 대중교통시설보다 위생과 청결이 더 강조되는 음식점에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데 대해서는 관련법 규정이 전무하다. 모든 걸 외식업 경영자의 재량에 맡겨놓은 셈이다.

반려동물 소유주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동물보호법 제13조를 보면 외출 시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할 것을 명시해놓았지만 특정 장소에 대한 언급은 없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같은 음식점이라도 반려동물 출입이 아예 금지된 곳이 있는가 하면 이동 가방에 넣으면 된다는 곳, 테라스 등 외부 공간만 출입이 가능한 곳 등 제각각이다. 그러다 보니 방문 전 반려동물 출입에 대해 확인하는 번거로움은 둘째고, 출입을 제지당할 경우 왜 안 되는지 명확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억울한 감정싸움을 벌여야 하는 일이 잦다.

외식업소라고 해서 속이 편할까. 반려동물 출입을 요구하는 고객과 거부하는 고객 사이에서 말 그대로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이러다 보니 외식업소도, 손님들도 관련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히 반려동물 출입이 ‘된다’, ‘안 된다’가 아니라 실내 출입이 가능한 경우 어떤 보호장치를 해야 하는지, 또 어떤 경우 거부당할 수 있는지 세세하고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뉴욕주, 반려견 출입 법적으로 인정

우리나라보다 반려동물 문화가 오래된 미국은 어떨까. 미국에서는 음식점 내 반려견 출입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의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뉴욕주에서는 미국 내에서 네 번째로 음식점에 반려견과 함께 출입할 수 있는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반려견 음식점 출입에 불편함을 느낀 애견 인구와 외식업계가 함께 제안한 법안이었다. 반려견 동반 출입이 장기적으로 보면 음식점 매출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로 음식점은 물론 바(Bar)에도 반려견과 함께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뉴욕시는 분명한 위생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먼저 반려견은 보건상의 이유로 야외 테라스에만 출입할 수 있으며 여전히 음식점 실내 출입은 할 수 없다. 반려견은 목줄이 매여 있어야 하며 주인과 동반할 시에만 출입이 가능하다. 또 실내 출입구를 통해 야외 테라스로 이동하지 않도록 일반 고객과 다른 출입문을 이용하도록 했다.

만약 음식점이 조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야외라 할지라도 들어갈 수 없다. 음식점 직원들은 근무 중 반려견과 직접적인 접촉이 금지된다. 이렇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일이 줄어든다.

반려견 출입에 대해 법적 기준이 분명한 뉴욕과 아직 관련법조차 없는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외식업 현장에선 반려동물을 두고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관련 산업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대로 방치하다간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하루빨리 반려동물 출입에 관한 법안을 만들어 더 이상의 혼란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조속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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