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 세법 전문가에게 듣는다 -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음식과 사람2016-9 P.40 Zoom-In]

 

지난 7월 28일 정부는 2016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는 의제매입세액공제 우대 한도 적용 기한을 2018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동안 42만 회원과 300만 외식업 종사자들을 대표해 의제매입세액공제 우대 한도 적용 연장과, 궁극적으로 한도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해온 한국외식업중앙회(회장 제갈창균, 이하 중앙회)의 노력이 작은 결실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19대 국회에서 정책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의제매입세액공제 우대 한도 적용의 일몰 연장에 큰 힘을 실어준 인물로, 지금도 중앙회와 함께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폐지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가 최근 <세금 전쟁>이라는 책으로 국가의 잘못된 세금정책에 전쟁을 선포했다. 이 책은 국민들의 세금이 어떻게 매겨지는지, 그 문제점은 무엇인지, 정부의 증세정책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외식업 자영업자를 탈세범으로 취급하고 있는 현행 ‘의제매입세액공제’에 대해서도 그 문제점과 해결책을 명쾌하게 짚어내고 있다. 신 교수를 만나 외식업 자영업자들에게 세금 폭탄을 안겨주고 있는 ‘의제매입세액공제’ 문제에 대해 궁금증을 풀어봤다.

 

editor 김선호

 

▶ ‘의제매입세액공제’가 도대체 무엇인가부터 질문을 시작할까요?

“세액공제라는 말이 세금을 빼준다는 의미잖아요? 여기에 ‘매입’이 붙어 ‘매입세액공제’가 되면 뭔가를 살 때 세금을 빼준다는 말이 되겠죠? 마지막으로 ‘의제’는 법률용어인데 실제로는 아니지만 같은 효과를 주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의제매입세액공제’라는 말은 ‘세액공제가 안 되는 물품 중 어떤 것을 살 때 세금을 빼주는 제도’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의제매입세액공제는 어떻게 적용이 되나요?

“의제매입세액공제가 적용되는 대상은 ‘부가가치세’입니다. 우리나라는 모든 물품에 10% 단일 세율의 부가가치세를 적용하는 부가가치세법을 1977년에 도입했습니다. 이 법을 도입할 때 국민 생활에 밀접한 물품인 쌀과 같은 미가공 농산물, 연탄, 책, 의료비 등은 부가가치세를 적용하지 않는 면세 품목으로 지정했어요.

외식업은 농산물 같은 면세 품목의 사용 비율이 높은 업종이기 때문에 (농산물은 부가가치세 면제 품목이어서 매입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으니까 결과적으로) 부가가치세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외식업자들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농산물 등을 매입할 때 세금을 냈다고 가정하고, 그중 108분의 8만큼의 세액을 공제해주기로 한 것이고, 이것이 의제매입세액공제입니다.”

 

▶ 의제매입세액공제는 어떻게 변화해왔나요?

“의제매입세액공제는 1977년 부가가치세법이 시행될 때부터 시행돼왔던 제도입니다. 의제매입세액공제율은 133분의 13에서 시작해 1993년 103분의 3까지 낮아졌습니다. 그럼에도 2005년 외식업종에 한해서만 105분의 5의 공제율이 적용됐고 2009년에 108분의 8까지 높아졌습니다. 이것은 무엇보다 중앙회가 중심이 되어 영세한 외식업계의 현황을 정부에 진정성 있게, 지속적으로 호소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2014년부터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가 신설되었는데

   ‘한도’가 생긴 이유는 뭔가요?

“자영업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기 위해서죠. 2009년 이후 해마다 외식업체들이 크게 늘어났고 개별 업소의 수익성은 반대로 떨어졌습니다. 많은 외식업체 사장님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영세 자영업자들을 정부가 더 도와줘야 하는데, 오히려 있는 지원마저 줄이겠다고 한 것이죠.

가감 없이 말하면, ‘어차피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성실 납세하지 않고 세금을 줄여서 신고하니 알아서 탈세를 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 의제매입세액공제도 한도를 정해 요만큼만 인정해주겠다’는 식의 논리가 숨어 있는 거죠. 세무당국은 의제매입세액공제액이 늘어났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우는데, 공제액이 늘어난 것은 순수입이 늘거나 공제를 많이 받아서가 아니라, 외식업체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신용카드 사용 증가 등으로 거래가 투명해지면서 전체 매입액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이에요.

(외식업 총 매출액이 2000년 약 7조7000억 원에서 2013년 약 65조9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14년 동안 연평균 61%씩 855%나 증가한 것. 전체 업종이 2000년 약 188조 원에서 2013년 499조 원으로 26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신용카드 제도를 도입해서 국가는 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국세 수입을 확대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외식업 자영업자는 세금 부담이 급증하는 등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외식업계의 상황이 좋아져서, 또는 음식점 사장님들이 돈을 많이 벌어서 공제액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거죠. 특히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해온 결과 손님들은 1000원짜리도 카드로 계산하잖아요? 외식업계의 매출이 유리 지갑처럼 투명한데, 어떻게 세금 납부를 속이겠어요? 자영업자들을 마치 탈세범으로 매도하는 세무당국의 태도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성실 납부에 따른 혜택이라는 측면에서도 기존 의제매입세액공제는 한도 없이 유지돼야 합니다.”

 

▶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가 시행되면서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세금 부담이 얼마나, 어떻게 늘어났나요?

“중앙회가 2014년 8월에 작성한 부가가치세 납부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1억 원 이상 2억 원 미만의 영세 음식점 자영업자의 세금이 평균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세금 폭탄인 셈이죠.”

 

▶ 국민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정부가 법인세를 감면하는 정책을 편 것은 법인세를 감면해주면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늘려서 그 낙수 효과로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년간 기업은 법인세 감면으로 늘어난 이익으로 고용을 증대하거나 설비에 투자하지 않고 현금 보유액만 늘리고 있어요. 낙수 효과를 기대한 법인세 감면정책은 실패한 거죠.

과거에는 국민들이 저축한 돈으로 기업을 지원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죠. 기업의 현금 보유액은 늘어나고 가계부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니까요.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는 소비를 감소시키고 경제성장을 더디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개인들의 소득을 늘려서 소비를 살려야 합니다. 소비가 증가하면 기업의 투자도 늘어나고 경제도 살아날 거예요. 의제매입세액공제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 소비를 늘려서 우리 경제를 살리는 정책입니다.”

 

▶ 국가 경제 차원에서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부가 2016년 하반기 세법 개정안을 통해 의제매입세액공제 우대 한도 적용기간을 연장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연장기간인 2018년까지 효과를 분석해서 공제 ‘한도’를 폐지하는 쪽으로 개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중앙회를 중심으로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한목소리로 정부에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폐지를 요청해야 합니다. 그것이 결국 영세 외식업계가 살고 국가 경제도 살아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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