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9월호

[음식과 사람 2016-9 p.53 Easy Talk]

 

냉면에 얹거나 서비스 반찬으로 손님상에 오르는 계란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소설가 주요섭이 1930년에 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엔 삶은 계란을 손님에게 대접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1950∼197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기차 안에서 먹던 삶은 계란, 계란 프라이 · 김치볶음 도시락, 계란 간장밥, 군대에서 특식으로 나왔던 생계란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 계란은 당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마운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증보산림경제> 등 옛 조리서에도 수란, 난탕(계란탕), 알찜, 난적, 수란채 등 계란을 이용한 음식이 여럿 소개된다. 계란은 고명의 재료로도 요긴하게 사용됐다. 각종 탕이나 찜 음식에 황백지단을 얹어 음식의 멋을 살린 것이다.

냉면의 고명 재료로도 계란을 썼다. 조선시대부터 1960년대까진 황백지단, 1970년대 후반 이후엔 삶은 달걀 반쪽이 냉면과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계란은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달다. 뜨거운 불에 덴 데 쓰고 간질로 경련이 일어났을 때 증상을 없애주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태동을 안정시킨다. 목이 멘 것을 트이게 하고 임신부의 유행성 열병을 치료한다. 노란 암탉이 낳은 달걀이 좋다고 하지만 검은 닭의 알이 더 좋다”고 기술돼 있다. 

▲ 사진 = Pixabay

추억의 음식인 계란이 최근 큰 시련을 겪고 있다. 계란에 살충제 성분인 트리클로폰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일부 미디어를 통해 제기돼서다. 기사는 국내 일부 산란 닭 사육농가가 축사용 살충제를 산란 닭에 직접 뿌리거나, 독성이 강한 미승인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지만 계란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계란은 약점이 더 있다. 첫째, 노른자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심장협회(AHA)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음식을 통한 콜레스테롤의 하루 섭취 제한 권고량은 300㎎ 이하다. 큰 계란 1개의 콜레스테롤 함량이 218㎎이므로 1개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의 3분의 2가 채워진다. 계란을 하루에 1개 정도 먹는 게 적당하다고 보는 것은 그래서다.

둘째, 살모넬라균 오염 가능성이다. 살모넬라균은 국내 3대 식중독균 가운데 하나다. 미국에선 계란 2만 개당 1개꼴로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날계란이나 충분히 익히지 않은 계란은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살모넬라균은 계란을 삶을 때 7분, 반숙할 때 5분, 프라이할 때 3분 이상 가열(양쪽을 뒤집어서 각각)하면 없앨 수 있다. 계란이 노릇노릇해지는 정도의 온도에선 살모넬라균이 바로 죽지 않는다. 셋째, 알레르기 유발의 위험이 있다. 계란을 먹은 뒤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 증상을 경험했다면 피하는 게 최선이다.

영양학적 관점에서 계란은 건강의 친구다. 계란은 우유와 함께 완전식품으로 통한다.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는 뜻이다. 특히 흰자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노른자엔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다.

채소나 과일엔 없어 채식주의자가 반드시 따로 보충해야 하는 비타민 B12(신경계 건강에 유익)의 훌륭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골절이나 골다공증 예방에 유효한 비타민D도 들어 있다. 노화의 주범인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카로티노이드 등 항산화 성분도 풍부하다. 가격이 싸고 맛이 좋으며 요리하기 쉽고 냉장고에 넣어두면 상당 기간(3∼5주)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도 계란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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