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건강에 나쁘고 채소를 먹어야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넌센스"

[음식과 사람 2016-10 P.53 Easy Talk]

 

주변에 고깃집이 참 많다. 채식 전문점을 찾기 힘든 것과는 크게 비교된다. 우리 국민의 ‘고기 사랑’을 보여주는 증표이자 소득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국내에선 ‘채식 = 건강식’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졌다. 뉴스타트 운동을 벌였던 이상구 박사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은 채소, 과일을 즐겨 먹어야 웰빙족으로 행세할 수 있을 정도다. 서구에서도 채식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이유로 동양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육식은 철저히 홀대받는다. ‘성인병의 원흉’쯤으로 여긴다. ‘영양계의 악당’으로 통하는 지방, 콜레스테롤이 동물성 식품에 많이 들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정말 고깃집 사장님이 양심의 가책을 받아야 할 만큼 고기가 건강에 해로운 음식일까? 한 날개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없듯이 식사도 육식과 채식을 적당히 분배하는 것이 최상의 건강법이다. 육식, 채식 중 한쪽으로만 쏠리면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 실린 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사진 속의 스테이크 하우스 입간판엔 ‘죄 없는 채소가 채식주의자에게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모두 고기를 먹읍시다’라고 쓰여 있었다. 채소와 과일이 건강에 유익한 것은 사실이다. 하루 5가지 이상 먹으면 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채식을 즐기는 스님들은 혈관 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다. 채식주의자가 장수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하지만 고기는 무조건 건강에 나쁘고 채소를 많이 먹어야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다.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육식 제한은 불필요하며, 오히려 건강에 불리할 수 있다. 육식 기피자 가운데는 지방, 콜레스테롤 공포증 환자가 많다. 동물성 식품에 든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심장병, 뇌졸중,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 각종 혈관질환을 일으킨다고 믿어서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우리 몸에 백해무익한 존재는 아니다. 분명히 제 나름의 역할이 있다. 지방은 우리 몸이 활동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이다. 지방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심장, 신장 등 중요한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지방을 되도록 적게 먹으라’는 말은 지방이 전체 섭취 열량에서 30∼40% 이상을 차지하는 서양인이나 비만 환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지방을 통해 얻는 열량이 전체 섭취 열량의 20%가량인 우리와는 무관한 일이다. 영양학계에선 힘을 많이 쓰는 육체노동자나 육류 섭취량이 적은 노인은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콜레스테롤도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다. 몸 전체 세포막의 주성분이며 부신피질 호르몬 등 각종 호르몬의 원료가 된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낮으면 자살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장병,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새우, 오징어, 굴, 조개, 계란 등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식품을 지나치게 기피할 필요는 없다.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식품을 먹었다고 해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따라서 올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해산물에 든 불포화지방과 타우린은 혈관 건강에 유익한 혈중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준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육식 = 독, 채식 = 약’이라는 단순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은 채식동물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잡식성이다. 고기와 채소는 실과 바늘이며, 균형 잡힌 식생활이야말로 확실한 건강 비결이다. 절대 고깃집 사장님을 탓할 필요가 없다고 전하고 싶다.

editor 박태균

▲ 사진 = Pixabay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