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부터 유심히 살펴보자

장기불황과 과당경쟁으로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외식업. 마냥 손을 놓을 수만은 없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어떻게 무엇부터 해야 할까?

먼저 최근 외식업 트렌드를 봐야 한다. 트렌드는 가장 힘 안들이고 시장을 조사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자료다.

예를 들어 지난 9월말부터 본격시행 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으로 음식접대 한도가 3만원이하로 정해졌다. 당초 한식전문점부터 일식식당, 고급 레스토랑, 호텔 등이 직격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관공서 주변은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됐다. 이른바 구내식당이 전에 없는 활황을 맞기 시작한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공무원 사회가 그만큼 많이 얻어먹고 다녔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구내식당이 활황을 맞은 원인을 놓고 보면 가격에 대비해 상품의 질을 따지는 ‘가성비’에 있다.

이미 가성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은 외식사업자 백종원 씨가 내놓고 있는 백다방을 포함한 ‘더본코리아’와 쥬스전문점 ‘쥬시’의 확장세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더본코리아의 경우 축산물 무역, 도소매업, 소스제조업까지 운영하는 방식으로 식재료 공급 단가를 낮추는 한편 메뉴는 대중적인 입맛을 파고들었다. 저렴한 가격에 생과일주스를 판매하는 쥬씨도 올해 가성비에 힘입어 매장이 급격히 늘었다. 쥬시만해도 지난해말 280개점에서 올해 3분기말까지 2배가 넘는 650여개로 확장됐다. 쥬시도 전용 농장 계약 등의 방식으로 쥬스과일 단가를 낮춰 전국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의 성장 이면에는 경기침체가 작용하고 있다. 같은 값이면 푸짐하게 먹으려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비싼 음식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똑같은 맛을 즐길 수 있으면 된다는 ‘가성비’가 소비자의 판단에 주효한 시점이다. 또 혼밥 등 ‘나홀로 경제(솔로 이코노미)’가 성장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개인화된 메뉴 출현 등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또 편의점 도시락과 간편식 매출의 증가 이면에도 ‘가성비’가 깔려 있다.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적당량의 밥과 반찬으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가치소비’가 확산되면서 과거 A급만을 찾기보다 값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B급을 선택하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일반음식점은 이 같은 ‘가성비’를 구현하고 싶어도 “식재료 공동구매 외에는 답이 없다”,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식당도 식재료와 가격의 가성비를 체크해야 한다.

한 외식 컨설팅 전문가는 "잘 안 팔리는 메뉴를 위해 식재료를 사두는 것은 아닌지, 또 불필요하게 손님이 혼란할 정도로 메뉴가 많은 것은 아닌지도 따져야 한다"면서 "너무 많은 메뉴가 있다면 ‘선택과 포기’를 통해 식재료 낭비를 막고 주력 음식을 내세워 전문점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가격 면에서도 부족한 인력을 커버할 수 있는 ‘셀프제’, ‘자동주문제도’ '예약서비스' 등을 도입해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외식업종의 가성비도 치열하게 고민해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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