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외식상권 포커스

[음식과 사람 2016-10 P.62 Local Analysis]

 

요즘 상권에 나가보면 자주 눈에 띄는 간판이 있다. 바로 ‘무한리필’이다. 무한리필 음식점이 많이 생겨나는 데는 경기 불황이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한리필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1990년대 초반 이른바 상권 호황기라 하던 시기에도, 1997년 말의 외환위기 때도, 밀레니엄 시대라고 외쳤던 2000년에도,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빚어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무한리필 음식점은 계속 존재해왔다. 생각해보면 무한리필 음식점은 메뉴와 아이템만 달라졌을 뿐 상권 속에서 끊임없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존재해오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 부쩍 많이 목격되는 무한리필 메뉴는 삼겹살이다. ‘무한리필 9900원’ 음식점. 외국계 자본이 투자한 대형 삼겹살 무한리필 음식점 프랜차이즈가 시장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이 무한리필 삼겹살집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젊은 층 소비자들이 많이 모이는 신세대 상권, 대학가 주변 상권 등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한리필 고깃집을 이용하는 신세대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반응은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값이 싸고, 맛있다는 의견도 들을 수 있다. 아이스크림 디저트가 있어서 좋다는 의견, 게다가 주인과 직원이 친절하기까지 하다고 극찬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착한’ 고깃집임에 틀림없다.

 

무한리필 고깃집 매출액의 50%가 식재료비, 남는 게 있나?

그렇다면 과연 음식점 사장님들의 반응은 어떨까? 최근 한 고기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형 무한리필 고깃집들이 곧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한리필 고깃집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고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기 원재료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취급하는 삼겹살 1kg의 원가가 예전에는 6000원 이하였으나 최근에는 8000원에 육박한다는 것. 그렇다면 무한리필 삼겹살집에서 고객 1인당 평균 고기 소비량은 얼마나 될까? 조사에 따르면 1인당 평균 400g 정도를 소비한다고 한다. 여기에 나머지 식재료비까지 합하면 매출액 9900원 대비 식재료 원가가 50%에 육박하는 셈이다.

▲ 사진 = Pixabay

판매관리비를 제외하고 무한리필 가게 주인이 가져가는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달 평균 매출액 5000만~6000만 원 정도를 담보한다고 해도 주인 손에 쥐어지는 것은 500만 원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견해도 있다. 시장 전문가 입장에서의 견해다. 무한리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지금 장사가 잘되는 가맹점의 매출액이 억대에 이른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호황의 사이클이 과연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가 문제다. 무한리필 고깃집의 대부분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한리필 음식점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유통사업이기 때문이다. 한때 유행 업종으로 대대적인 확장세를 보였던 저가 치킨집 프랜차이즈 역시 닭 유통업체들이 조류독감의 위기를 넘기기 위한 일환으로 저가 판매망 구축과 동시에 대량 소비의 발판으로 삼았던 전례가 있다. 하지만 시장의 눈높이로 본다면 저가 아이템은 곧 유행 업종으로 치달을 수 있고, 유행 업종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시장의 법칙이 있다.

무한리필 고깃집의 첫 번째 소비 가치는 역시 가격경쟁력이다. 저렴한 가격에 양껏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이다. 당연지사 주머니가 얇은 서민층 상권, 20대 신세대 상권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의 무한리필 고깃집이 생기면 개점 초기 고객접근성이 높아진다. 맛의 품질 역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애초부터 기대치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한리필 고깃집들은 남학생이 많은 상권, 주머니가 얇은 서민층 상권에서는 얼마든지 개점 초기 이슈가 될 수 있다. 관건은 롱런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특히 경쟁업체들까지 난립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되고 단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시장의 정설이다.

 

유통 물량 확보, 반복적 구매력 갖추지 못하면 롱런할 수 없다!

이러한 근거는 한국 외식 시장에서 무한리필 메뉴의 족적을 뒤져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무한리필 연어 전문점’이 외식 시장에 많이 생겼다.

연어 전문점 역시 수입산 연어의 가격경쟁력으로 초기에는 무한리필이 가능했다. 하지만 유통 물량을 떠나서 소비자들의 구매 가치, 구매 패턴, 즉 한번 구매한 고객의 반복 구매 빈도 측면에서 무한리필 연어의 지속적인 판매 가능성을 어렵지 않게 예감할 수 있었다. 필자의 예상대로 무한리필 연어 전문점은 시장에서 하나둘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 무한리필 연어 / 사진 = Pixabay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 외식 시장에서는 ‘무한리필 저가 참치 전문점’이 전국적으로 성행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가 참치 전문점 역시 무한리필 코드로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는 했지만, 참치 유통시장 환경의 변수 때문에 시장에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한때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는 ‘간장게장 무한리필’ 아이템도 성행한 적이 있다. 100% 유통 시스템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한 사업이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저가의 꽃게 물량을 확보해야만 가능한 아이템이었다. 간장게장 무한리필도 결국 원가 상승으로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한리필과는 조금 다르지만 맘껏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외식 아이템으로 ‘뷔페식당’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기업들은 너나없이 한식뷔페 사업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계절밥상’, ‘자연별곡’, ‘올반’ 같은 대기업들의 한식 뷔페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결혼식이나 돌잔치 때나 접할 수 있었던 저가 뷔페 시장 또한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뷔페는 소비자의 편의성이 우선할 뿐이지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그다지 높지는 않은 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기업들의 한식 뷔페 시장이 출현했다. 그전까지의 패밀리 레스토랑의 샐러드 뷔페 콘셉트를 강화한 모델이었다.

개점 초기 대기업 뷔페들은 소비자들의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1인당 1만2900원, 1만3900원에 먹을 수 있는 무한리필 콘셉트는 대형화로 편의성이라는 경쟁력을 업고 선전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번 이용해본 소비자들의 반복 구매 빈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다이어트와 웰빙 트렌드가 강한 시장에서 배불리 맘껏 먹는다는 콘셉트는 소비자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단지 새로 생긴 대형식당이니까 한 번은 이용해보자는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 개점 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한식뷔페 대기실 / 사진 = 한국외식신문DB

 

무한리필 음식점은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는다?

경기 불황기 일본의 외식 시장은 어땠을까? 지금도 일본에서는 저가 아이템이 외식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단품 메뉴를 저렴하게 팔기는 하지만 무한리필 음식점이 많은 것은 아니다. 작은 것을 선호하는 일본 문화가 무한리필과는 상치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외식 시장에서 무한리필 아이템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겨날 수 있다고 본다. 단지 메뉴와 운영 시스템, 브랜드 색깔만 바꿔 지속적으로 출현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한리필 음식점의 수명은 결코 길 수 없다는 것이다. 원재료 유통 시스템에 수익모델이 맞춰져 있는 만큼 프랜차이즈 형태로 출점할 수밖에 없다.

얄팍한 프랜차이즈 형태가 아닌, 제대로 된 상품경쟁력을 가지고 론칭하는 무한리필 음식점도 간혹 상권에서 발견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무한리필 브랜드들이 대형 프랜차이즈의 막대한 자금력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무한리필을 내세운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난립하게 되면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경쟁은 또 다른 경쟁을 낳게 마련이다. 무한리필 음식점 한 곳에 줄을 서면 더 좋은 입지에 짧은 기간 내에 여러 무한리필 음식점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무한리필 음식점이 단명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무한리필 음식점은 불황기를 겪는 동안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무한리필 음식점이 내 가게 옆에 출점했을 때의 상관관계를 늘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의 외식 경영은 역시나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editor 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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