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10월호

[음식과 사람 2016-10 P.68 One Point Lesson]

 

메뉴의 설명은 길수록 좋다.

메뉴 설명의 길이에 비례해 매출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설명 내용이 자세할수록,

거기에 실사 사진까지 더해지면 더욱 효과적이다.

 

음식점의 메뉴판은 그저 판매하는 음식의 이름과 종류만 나열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판매 음식의 종류는 적을수록, 메뉴 설명은 단순할수록 ‘잘되는 집’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여긴다. 물론 단일 메뉴로 승부하는 전문점의 경우, 메뉴 단순화를 통해 신뢰감을 높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메뉴판 하나에도 고객의 심리를 움직일 수 있는 매출의 과학이 숨어 있다면?

미국 코넬대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음식에 대한 설명이 길고 자세할수록 매출이 30%가량 더 오른다고 한다. 메뉴에 대한 설명을 많이 붙이는 것으로 생산비용을 높이지 않으면서 손님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메뉴 설명이 자세하면 고객은 자신이 지불한 음식값보다 더 많은 것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단순히 ‘김치찌개’라고 하는 것보다는 ‘뚝배기 김치찌개 정식’이라고 메뉴명을 정하고, ‘1년 이상 숙성시킨 김치에 제주 돼지고기 목살을 넣어 뚝배기에 끓여낸 진한 맛 김치찌개, 매일 신선한 반찬 5가지에 이천 쌀밥이 곁들여진 한 상 정식’이라는 설명을 붙이는 식이다.

▲ 사진 = Pixabay

코넬대가 와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메뉴 설명에 대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조사 대상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와인에 다른 라벨을 붙여 맛보게 했다. 한 와인은 단순히 캘리포니아산이라고 표기했고, 다른 와인에는 다코타 북부(실제 와인이 생산되지도 않는 지역)산이라고 표기했다.

실험의 두 그룹 모두에게 제공된 와인은 동일한 싸구려 와인이었다. 그렇다면 실험 결과는? 다코타 북부산이라고 표기된 와인을 마신 그룹이 음식을 더 많이 주문해 먹었다. 좀 더 전문적이고 질이 좋은 와인이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산지 직송’, ‘◯◯ 생산물’, ‘주인이 직접 기른’ 같은 형용사 문구들은 고객의 주문과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설명들이 메뉴의 퀄리티에 대해 지각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일식이나 양식, 중식 등 외국 음식의 경우 좀 더 자세한 메뉴 설명은 필수다. 어려서부터 먹던,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는 그런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 발굴 차원에서도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메뉴판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식도 다른 음식점과의 차별화를 위해, 그리고 한류의 영향 속에 점차 증가하는 외국 손님까지 커버하는 방법으로 메뉴판을 활용해볼 수 있다. 외식업 경영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그러나 이제는 30% 매출 증가의 비밀을 가진 메뉴판을 재조명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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