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음식과 사람 2016-10 P.70 Consulting]

 

대구에 근거지를 둔 고기뷔페 ‘힘내라고’의 사례는 장기 불황에 노출된 외식업소들에 하나의 시사점을 던져준다. 특별히 음식이나 서비스 수준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가격을 올린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인근에 경쟁점이 들어서거나 상권이 변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매출이 하락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도 재상승할 기미가 없다.

그렇다면 특정 점포나 업주의 문제라기보다 ‘불황기 진입’이라는 하나의 추세 때문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도 몇 가지 손을 보는 개선 수준으로는 안 되고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낯선 모습이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적응해야 될 새로운 시대의 풍경일지도 모른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Why] 별 이유 없이, 여러 점포에서 일시에 매출 뚝!

‘맛보고 갈비둥지’는 대구 · 경북 지방에서 잘나가는 중견 외식업소였다. 음식의 질, 서비스 수준, 점포 관리에서 나무랄 데가 없는 탄탄한 대중 갈빗집이었다. 모기업인 ㈜맛보고푸드시스템의 나호섭 대표는 양질의 수입돈육 뼈삼겹살을 개발해 지난 10년간 순항했다. 높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점포도 여러 곳 개설했다. 모든 점포들이 쾌적한 환경을 구비하고, 최적의 입지에 주차장을 완비해 접근성도 좋았다.

그런데 1년 전부터 직영매장 두 곳을 빼고 모든 점포의 매출이 떨어졌다. 점포 규모나 위치와 무관하게 여기저기서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하락한 것이다. 일시적 현상인 줄 알았는데 매출액이 30%나 내려가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준에서 고착화됐다.

 

▲ 대구 용계동에 위치한 '힘내라고' / 사진 =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 블로그 캡쳐

 

[Problem]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들

원인을 분석한 나 대표는 고객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진 점을 주시했다. 손님들이 갈수록 저렴한 메뉴로 이동하는 것이 확연했다. 물론 기존 갈비에 대한 식상함도 한 원인이겠지만 갈비 맛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대안을 찾던 나 대표는 점포 콘셉트를 무한리필 고깃집으로 바꾸기로 했다. 일단 ‘고기뷔페 + 샐러드바’ 형태까지는 도출해냈다. 그런데 고기뷔페는 손님들이 ‘본전 생각’에 작정하고 먹기 때문에 회전율이 낮고 원가가 65% 정도나 돼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

고기의 자리를 만회해줄 뭔가 저렴한 양질의 재료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분식이었다. 평균단가를 낮춰주는 음식군으로 구성된 분식을 접목해 ‘고기뷔페 + 샐러드바 + 분식’으로 할 것인가의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는 우연한 자리에서 콘셉트 구상을 확장해가던 나 대표의 고민을 들었다. 김 기획자와 나 대표는 외식업계 10년지기다. 평소 메뉴 지식이나 외식경영 정보 등 외식업계 동향에 관해 자주 정보를 주고받았다. 또한 나 대표는 김 기획자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를 빠짐없이 훑어보는 열독자이기도 했다.

▲ 다양한 고기를 즐길수 있는 '힘내라고' 음식점 / 사진 =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 블로그 캡쳐

김 기획자는 나 대표의 강점을 제대로 살린다면 성공할 것으로 확신했다. 무한리필 고깃집의 핵심 경쟁력은 고기의 질과 다양성이다. 그런데 나 대표는 소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 등 다양한 육종과 부위를 모두 취급하고 있다. 게다가 30년 경력의 육류 유통 전문가로서 고기의 선별과 육질 관리 노하우에 정통하다는 걸 김 기획자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엄청난 양의 양질 한우 사골육수를 보유한 점도 김 기획자가 보기에는 경쟁우위 요소였다. 사골육수는 라면이나 각종 찌개의 육수로는 최고의 감칠맛을 낸다. 다른 식당에서는 원가 때문에 엄두를 못 내는 재료다. 김 기획자는 나 대표에게 이런 점들을 상기시켜주면서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조언했다.

 

[Solution] 적절히 낮은 가격, 양질의 다양한 고기, 즐거운 식사

김 기획자의 조언에 힘입어 나 대표는 샐러드바를 갖춘 식당과 한식뷔페 식당을 벤치마킹하면서 자신만의 식당 콘셉트를 완성해나갔다. 김 기획자에 따르면 15~20년 전쯤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일본 고기뷔페를 벤치마킹했으나 실패했다고 한다.

고급 두뇌들이 막강한 구매력과 자금력을 동원해 개점했지만 늘 손님이 좌석의 절반도 차지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머천다이징(상품화 계획)에 대한 세밀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객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어내고 긁어줘야 했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보면 ‘힘내라고’는 머천다이징의 전범을 보여준다. 우선 가격을 절묘하게 책정했다. 평일 점심은 1만900원, 주말 · 휴일과 저녁은 1만2900원이다. 평일 점심의 경우 일반 삼겹살집 1인분 가격도 안 된다. 저녁과 주말 역시 고기뷔페로는 중산층 이하 계층에서도 크게 저항감을 느끼지 않을 가격이다.

661.15㎡(200평)의 넓고 쾌적한 실내와 여유 있는 주차장을 갖췄다. 배식대에 서면 5종 이상의 샐러드와 매우 다양한 고기 메뉴가 고객의 눈을 압도한다. 삼겹살, 목살, 항정살, 돼지갈비, 대패삼겹살 등의 돈육과 우삼겹 · 육회 등 소고기류, 막창과 염통 같은 특수부위와 떡갈비까지 웬만한 육류 메뉴는 모두 망라했다.

▲ 고급스런 분위기의 샐러드바 / 사진 =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 블로그 캡쳐

여기에 피자, 스파게티, 치킨, 볶음밥, 자가제면 냉면, 라면, 된장찌개, 부대찌개, 각종 장아찌와 찬류, 쌈채소 등을 완벽하게 갖췄다. 열원을 가스레인지나 탄소연료가 아닌 인덕션을 선택해 고객의 편의성과 안전성, 청결 수준까지 제고한 점도 눈에 띈다.

높은 고기 원가를 상쇄하려면 냉동식품과 공산품의 비중을 늘리고, 구매단가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대리점을 통한 구매 가격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 대표가 직접 유통 대리점을 겸해 다른 식당보다 20% 정도 낮은 가격으로 구매한다. 채소도 고깃집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식재료다. 시장에서 직접 구매함으로써 유통 단계를 줄였다. 찬류와 소스류는 식품 공장제품을 사용해 주방 인력을 최소화했다. 단, 최고 품질의 제품을 구매했다.

재미(Fun) 요소를 적절히 가미한 것도 성공요소다. 라면 8종을 속이 보이는 아크릴 용기에 넣어 손님이 밑에서 하나씩 꺼내먹도록 했다. 손님이 다수 선택한 라면은 재고가 줄어 높이가 낮아진다. 자연스럽게 라면 8종의 실시간 인기도를 막대그래프 형태로 보여준다. 부대찌개의 경우, 18가지 재료 토핑이 가능해 손님 스스로 ‘제조해 먹는 재미’도 느끼게 했다.

 

[After] 매출 두 배 껑충, but 무한리필점 ‘덩달아 창업’은 무한위험

신개념 고기뷔페 형태로 전환하면서 매출이 하루 700만~800만 원 정도로 향상됐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1000만 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월 2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해 전환 이전보다 약 두 배쯤 올라갔다. 식재료 구매비 또한 이전보다 10% 정도 더 늘어났지만 매출액 향상 폭에 비하면 무시해도 괜찮을 정도다.

현재 대구 용계동 본점과 성서점 두 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다른 점포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메뉴 풀을 작성해 계절별, 요일별로 적절한 메뉴만을 조합해 가동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삼겹살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과 고객 체류시간이 너무 길어 회전율이 낮은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힘내라고’ 콘셉트의 뷔페식당은 원가 관리와 음식 질 관리를 실시간으로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업주가 점포에 상주해야 한다. 부지런하고 지구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기 불황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삼겹살 무한리필 전문점에 대해 김 기획자는 이렇게 조언했다.

“요즘 부진에 허덕이는 대형 고깃집이 늘고 있습니다. 일본에 갔더니 1만3000원짜리 스테이크에 와규 300g을 넣어주는 식당 앞에 손님들이 바글바글하더군요. 일본이나 한국이나 불황기 고객들은 가성비 높은 음식점 앞에 줄을 섭니다. 그런데 싸고 다양한 좋은 고기를 지속적으로 댈 능력도 없으면서 무한리필 고깃집을 내는 건 문제입니다.

‘힘내라고’는 불황기에 맞는 최적의 아이템이지요. 향후 15~20년은 무난할 것입니다. 하지만 ‘힘내라고’와 같은 경쟁요소를 확보하지 않은 무한리필 고깃집 창업은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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