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10월호

[음식과 사람 2016-10 P.84 Food & Story]

 

고려시대 학자인 이규보가 “신선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은 송이버섯을 먹는 것”이라고 했을 만큼 송이는 그 맛과 향이 향기롭고, 소화 및 항암, 항염 효과도 뛰어나다. 송이가 나는 자리는 부자간에도 비밀로 한다고 할 정도니 얼마나 귀한 음식인지 알 만하다.

 

editor 김동희 식문화개발연구원 원장

 

은은한 솔향기가 일품인 ‘송이’

몇 년 전 산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후 이른 아침에 지인을 따라 송이(松栮)를 따러 다녀오신 친정아버지께서는 “송이는 눈으로 보고 따는 것이 아니라 향으로 찾는 것이 더 쉽다”고 말씀하셨다.

오래된 소나무 아래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자라는 송이는 낙엽 같은 것에 덮여 있어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찾기가 어려운데, 나무 막대기로 살살 헤치면 은은한 향이 올라와 눈이 어두우신 아버지도 냄새로 송이버섯을 찾을 수 있으셨다는 것이다.

송이버섯은 소나무 뿌리 끝에 균사체가 붙어 영양 성분을 주고받으며 자란다. 향긋하고 은은한 솔향기를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한번 자란 곳에 포자를 퍼뜨리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채취하고 나서 다시 흙으로 덮어두면 매년 같은 곳에서 송이를 캘 수 있다. 그래서 송이꾼들은 그 장소를 비밀에 부치고 부자간에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 사진 = 위키피디아

 

소나무와 공생하는 ‘송이’

송이버섯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한, 중국, 일본, 대만 등에 분포한다. 국내에서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기준으로 경북의 울진, 영주, 봉화 등에서 전국 수확량의 약 65%, 강원도 강릉, 양양 등에서 약 27% 정도를 수확한다. 울창한 금강송으로 유명한 울진에서 개최되는 금강송이축제를 비롯해 봉화와 양양에서도 해마다 가을이 되면 송이축제를 열어 지역의 송이를 홍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나무의 뿌리 끝에 붙어서 사는 송이균은 소나무로부터 자당이나 포도당 등의 탄수화물과 아미노산을 공급받고, 땅으로부터는 칼륨이나 기타 무기질과 물을 흡수해 뿌리를 통해 소나무로 공급해주는 공생의 관계로 생육한다. 그러나 꼭 소나무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는 잣나무, 일본에서는 흑송와 가문비나무 등에서 자라기도 한다.

송이 균사체는 소나무 뿌리 끝에 붙어 번식하면서 흰색의 고리 모양으로 퍼져나가는데 이를 균환(菌環)이라고 한다. 땅속에서 생장하다 충분히 자란 균사는 땅속 온도가 5~7일간 19℃ 이하로 유지되고 수분이 충분하면 땅 위로 솟아올라 송이버섯의 형태로 자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석을 전후해 많이 채취되는데 그해의 기온과 강수량 등에 영향을 받는다.

채취한 송이버섯은 수분과 향이 날아가는 것을 막고 균사체가 더 자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솔잎과 함께 저장한다. 생으로는 냉장보관을 하지만 오래 보관하기 힘들어 냉동이나 염장, 통조림 등으로 가공 · 보관해 사용한다.

참고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참송이버섯은 이름만 비슷할 뿐 표고과에 속하는 것이고, 새송이버섯은 느타리버섯과로 송이버섯과는 다른 종류이다.

 

신선이 즐기는 귀한 음식 ‘송이’

송이버섯은 예로부터 귀한 식재료로 대접받아왔다. 조선시대에는 명나라에 선물로 보내는 품목 중 하나였으며, <증보산림경제>에는 “꿩고기와 함께 국을 끓이거나 꼬챙이에 꿰어 유장을 발라 구워 먹으면 채중선품(菜中仙品, 산나물 가운데 신선의 품격을 가진 것 또는 신선만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귀하고 맛이 있다는 뜻)이다”라고 적혀 있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동의보감>에는 “송이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맛이 매우 향기롭고 솔 냄새가 난다. 산에 있는 늙은 소나무 밑에서 자라기 때문에 솔의 기운을 받아 생긴 것으로 나무에서 나는 버섯 가운데서 으뜸가는 것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송이버섯에는 수분이 88.5%, 탄수화물 6.7%, 단백질 2.4%, 섬유소가 0.8% 정도 함유돼 있다. 비타민B₂와 니아신 등도 비교적 많이 들어 있고 비타민D₁의 전구체인 에르고스테롤의 함량도 높다. 특히 전분과 단백질의 소화효소가 함유돼 있어 소화를 돕는 효과가 있다. 송이버섯의 효능으로는 항암작용과 항염증작용이 있으며, 혈액의 콜레스테롤 함량을 저하시키므로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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