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음식과 사람 2016-11 P.70 Consulting]

 

▲ 경기도 광명에 자리한 호천행갈비 / 사진 =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 블로그 캡쳐

전남 신안의 섬에서 나고 자란 ‘호천생갈비’ 김성용 대표는 뭍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다. 고교를 졸업하고 고향에서 병역의무를 마친 뒤 그는 꿈에 그리던 서울 땅을 밟았다. 특별한 계획이 없던 차에 고향 선배의 권유로 권투 도장에 나가 프로복싱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프로복싱 흥행이 그전 같지 않아 경제적으로 궁핍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이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낮에는 권투 글러브를 끼고 밤에는 고무장갑을 꼈다. 장래를 위해 권투보다는 음식 조리를 배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차츰 고무장갑을 끼는 시간이 늘어났다. 결국 김 대표는 권투 글러브를 완전히 벗고 대형 고깃집 주방에 들어갔다.

조리인으로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그가 만든 냉면은 손님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그를 쳐다보는 고깃집 주인장 입은 언제나 웃음이 가득했다. 몇 년 뒤, 알뜰히 모은 돈으로 평생소원이었던 ‘내 식당’을 차렸다. 하지만 그곳은 김 대표에게 또 하나의 링이었으니···.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Why] 한때의 ‘한 방’이 영원한 ‘한 방’은 아니더라

2006년 김 대표 부부는 경기 광명시에 꿈에 그리던 식당을 개업했다. 갈비와 삼겹살을 파는 선술집이었다. 창업 자금이 부족한 탓에 저렴한 비용으로 가게를 얻었다.

그러나 부부는 3년간 고생만 실컷 하고 돈은 벌지 못했다. 음식만 맛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2009년에 33㎡(10평) 가게를 새로 얻고 돼지갈비 전문점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밀집한 고깃집들 간의 저가 경쟁으로 여전히 힘들었다.

평범한 ‘쨉’으로는 판세를 뒤집을 수 없었다. 뭔가 확실한 한 방이 간절했을 때 곰장어가 눈에 들어왔다. 전수비 700만 원을 들여 곰장어 조리법을 배웠다. 기대했던 대로 곰장어는 강력한 ‘훅’이 돼주었다. 어느새 곰장어는 식당의 주력 메뉴가 됐다. 곰장어의 선전 덕분에 식당 형편이 어느 정도 폈다.

여유가 생기자 좀 더 넓고 위치도 좋은 현재의 점포로 옮기고 중간에 점포 리모델링도 했다. 역시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타났다. 차츰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올렸다. 이전에 비하면 분명 매출액이나 수익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을 해도 언제나 매출액은 제자리였다. 마치 유리벽에 막힌 느낌이었다. 직원을 두지 않고 부부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중노동을 하는 것에 비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Problem] 곰장어로는 신규 고객 추가 유입에 한계

장사가 아주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열심히 뛰고 난 후에도 다시 제자리인 것을 확인할 때마다 맥이 빠지고 의욕이 떨어졌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박스권에 갇힌 주가처럼 매출액이 박스에 갇혀 일정 선을 돌파하지 못했다.

부족한 인력에 배달 서비스도 해보고, 반찬 가짓수도 늘려봤다. 음식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음식 수준을 체크해봐도 늘 양호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때 김 대표는 깨달았다. ‘곰장어 가지고는 이게 최대치로구나!’ 싶었다.

역시 곰장어는 한계가 명확한 아이템이었다. 곰장어에 열광하는 마니아도 있지만 곰장어를 먹지 않거나 혐오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적도라도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고객 확보를 원하는 이에겐 최적의 아이템일 수 있지만 성장지향적인 김 대표에겐 버려야 할 패였다. 신규 단골 고객이 전혀 유입되지 않으니 매출액이 어느 지점에서 고착됐다. 누구나 먹고 즐기는 좀 더 대중적인 아이템으로의 전환이 절실했다.

업종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인식했으나 막상 어떤 아이템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했다. 평소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의 블로그를 자주 들락거렸던 경험이 있어 그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 곰장어는 한계가 명확한 아이템이었다 / 사진 =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 블로그 캡쳐

 

[Solution] 생갈비-야키오니기리-돼지껍데기로 메뉴 구성

김 기획자가 김 대표의 식당을 분석해보니 예상대로 곰장어의 한계가 명확했다. 가늘고 길게 가는 아이템이었다. 김 기획자는 주변 상권, 기존 설비 재활용, 비용 등을 고려해 삼겹살집, 그중에서도 뼈삼겹(생갈비)을 전문으로 하는 고깃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반 삼겹살보다 희소성이 높은 데다 김 대표가 다른 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맛내기에 자신 있어 하는 부위다. 뼈삼겹살에 사이드 메뉴로 야키오니기리(주먹밥), 김치전골, 돼지껍데기 등 막강한 조연이 뒷받침하는 ‘괜찮은 실비형 고깃집’으로 전환하자는 것이었다.

▲ 호천생갈비 / 사진 =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 블로그 캡쳐

돼지껍데기는 손님과 주인에게 모두 매력적인 메뉴다. 손님은 안주 삼아 고기를 먹다가 고기가 떨어졌을 때 부담 없이 추가 주문을 할 수 있고, 원가가 저렴해서 주인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괜찮다.

일단 다양한 유형의 고깃집 벤치마킹에 나섰다. 다니면서 여러 가지 고기 메뉴와 굽기, 썰기, 찬 구성, 서빙 등을 유심히 관찰했다. 과거 고깃집에서 다년간 근무해본 경험이 있어 낯설지는 않았다. 특히 김 기획자 추천 아이템인 생갈비 위주로 벤치마킹 동선을 짰다. 장사는 잘되는데 고기 수준은 의외로 형편없는 곳도 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나도 이 정도 맛은 충분히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삼겹살집의 핵심 반찬인 김치는 미리 만들어보고 손님들 반응도 체크했다. 업종 전환을 하면서 기존의 일부 반찬은 정리하고 새 점포 콘셉트에 부합하는 새로운 반찬을 준비하기도 했다. 양념게장, 명이나물 등 밥 반찬류는 없애고 대파김치, 순태젓갈 등 고기와 함께 먹는 반찬을 새로 준비한 것이다.

밖으로 벤치마킹을 다니면서 안에서는 고기 맛내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 최고 품질의 국내산 한돈 뼈삼겹을 들여와 숙성시킨 뒤 가볍게 염지해서 손님에게 낸다. 주변에 삼겹살집은 많아도 뼈삼겹을 파는 곳은 없다. 맛이 충분하다고 판단된 순간, 다음 단계로 닥트와 고깃집 설비 공사를 실시했다. 준비기간은 길게 잡고, 전환 작업은 짧고 빠르게 실시했다. 젊은 시절 갈빗집에서 일했던 경험이 업종 전환에 큰 도움이 됐다.

단골손님들에겐 업종 전환을 미리 예고해 전환 후에도 계속 단골로 묶어뒀다. 긴긴 여름이 끝난 9월 초하루, 드디어 ‘호천생갈비’라는 간판을 새로 달고 본격적으로 생갈비를 굽기 시작했다. 직화구이 고깃집의 생명은 화력이다.

다행히 기존에 곰장어를 구웠던 구이 설비와 참숯이 막강한 화력을 내줘 생갈비 굽는 데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양질의 블로그 마케팅으로 외부 고객에 대한 홍보도 병행했다.

 

[After] 점심 매출 힘입어 하루 100만 원 이상 거뜬

생갈비-야키오니기리-돼지껍데기의 삼각편대는 서민형 상권에서 제대로 먹혀들었다. 생갈비 전문점으로 전환하자 이전에 비해 고객 재방문 빈도가 현저하게 높아졌다. 김 대표는 이번 업종 전환을 통해 “역시 해물보다는 고기의 위력이 강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한다.

업종 전환 이전에는 하루 70만~80만 원 정도의 매출액을 올렸다. 곰장어 매출로는 그리 나쁜 편도 아니었다. 그러나 업종 전환 후 곧바로 곰장어 매출액 대비 70~90%의 신장을 시현했다. 하루 사이에 매출이 달라진 것이다.

마치 마술에 걸린 듯했다. 컨설팅 실시 첫 달에 당초 목표였던 3200만 원을 500만 원 초과한 3700만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개업 후 하루 매출액이 최소한 100만 원 이하인 날은 없었다고 한다. 66㎡(20평) 남짓한 소규모 매장으로서는 적지 않은 매출액이다.

▲ 가게 내부 모습 / 사진 =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 블로그 캡쳐

매출액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점심 매출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곰장어로는 아예 전무했던 점심 매출이 지금은 최소한 30만~40만 원 정도 발생한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저녁 장사의 부담을 적잖게 덜어준다. 여기에 가족 손님들이 오기 시작한 것도 보탬이 됐다. 주말에 찾아오는 가족 손님은 곰장어집일 때였다면 언감생심이었을 풍경이다.

호천생갈비의 경우, 남다른 성공 요인도 숨어 있다. 점주 부부의 금슬이 워낙 좋아 개선 과정에서 빠른 실행력을 보였고, 그것이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일심동체’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간접 요인이었지만 성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셈이다.

김 기획자는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매출이 답보 상태이거나 하락한다면 업종 전환을 신중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때 대체 업종은 주변 상권, 점포 규모, 점주의 성향과 장점, 기존 점포의 시설과 설비를 최대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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