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집 운영, 손질하는 데 5년, 꿰는 데 8년, 굽기는 평생…

[음식과 사람 2016-11 P. 34 World-wide]

 

[the 친절한 편집자의 한마디]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고 도전하는 분야가 ‘음식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새로 여는 음식점도 많고, 금방 문 닫는 곳도 많아서 ‘인테리어 업자들만 좋은 일 시킨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요.

최근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작은 식당 3곳 중 1곳은 문을 여는 데 걸린 시간이 한 달밖에 안 되었고, 음식점 전체 평균 준비기간도 5개월을 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음식점도 있겠지만, 음식점 창업을 너무들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

일본에서 한식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와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본의 이야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습니다. 과거 한국의 며느리들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하는 식으로 시집살이를 했던 것처럼 일본에서는 ‘뭐 하는 데 몇 년, 뭐 익히는 데 몇 년’ 하는 식으로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음식점 창업을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입니다.

일본 도쿄의 어느 장어집 사례를 들어보면서 ‘음식점’을 ‘한다’는 것에 대해 같이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지요.

 

한국에서 한여름 복날이면 삼계탕을 먹는 것과 비슷하게 일본에도 장어를 많이 먹는 날인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가 있습니다. 도요(土用)는 입춘, 입하, 입추, 입동 직전 18일간을 가리키며, 이 가운데 소를 뜻하는 우시(丑)의 날이 이날입니다.

‘우시(소)’의 날에 ‘우나기(장어)’를 먹으면 힘이 난다는 속설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정확히는 계절마다 있지만 주로 여름에 있는 날을 가리킵니다. 올해는 7월 30일이었습니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체력이 떨어질 무렵이었습니다.

파나소닉, 시세이도, 소프트뱅크 본사가 있는 도쿄 신바시(新橋)에 20석 규모의 아담한 장어집 ‘마호로바(まほろば)’가 있습니다. 마호로바는 ‘훌륭한 장소’,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을 가진 옛 일본어입니다.

도요노우시노히에는 장어 100마리가 팔려 나가는데, 평소에도 60마리 정도를 팝니다. 대표적인 장어 요리는 장어덮밥인데 마호로바에서도 사각 그릇에 담긴 우나주(うな重1950엔)가 가장 인기입니다. 주문을 받은 다음 숯불에 굽기 때문에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입니다.

▲ 장어 구이 / 사진 = Pixabay

 

고등학생 시절부터 키워온 ‘장어장인의 꿈’

마호로바의 주인이자 장어장인 마에다 아쓰오(36) 씨의 고향은 일본 4개 본섬 가운데 가장 작은 시코쿠입니다. 이곳에서 아버지와 형이 장어 양식을 하고 있습니다. 마호로바에서는 아버지와 형이 기른 믿을 수 있고 신선한 시코쿠의 장어를 주로 씁니다.

마에다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장어장인이 꿈이었습니다. “가업은 형이 잇겠다고 해서 저는 장어를 굽는 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마에다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마지막 학기부터 장어장인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손질하는 데 5년, 꿰는 데 8년, 굽기는 평생(裂き5年、 串打ち8年、 燒き一生)’이라고 할 정도로 힘든 과정입니다. 수업이라기보다는 수련에 가깝습니다. 2010년 마호로바를 개업할 때까지 7년간 수련을 했습니다. 이것도 다소 짧은 편이라고 합니다.

마에다 씨는 우선 손질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장어 가공공장에 갔습니다. “식당에서는 만질 수 있는 장어가 많지 않아 제대로 연습이 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공장에서는 하루에 500kg까지도 손질을 했습니다. 조금 실수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 식당에서는 살아 있는 장어를 손질하지만 공장에서는 전기로 기절시킨 것을 쓰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부담이 적습니다.”

그다음은 꿰기와 굽기. 구운 장어를 가리키는 가바야키(蒲燒き)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기술은 제대로 익히기가 어렵고 기간도 오래 걸려 ‘장어장인’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장어 몸통을 반으로 갈라 꼬챙이에 꽂은 다음 간장맛 다레(간장, 미소된장, 설탕 등을 넣어 만드는 일본식 양념장)를 발라 굽습니다.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동일본에서는 등부터 가르지만 오사카 중심의 서일본에서는 배부터 가릅니다.

에도막부가 있었던 도쿄에는 사무라이 문화가 남아 있어 배를 가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무라이가 스스로 배를 가르고 자살하는 셋푸쿠(切腹)를 떠올리게 해 거부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장어를 꼬챙이에 꿰는 것은 아주 힘든 과정입니다. 굽는 과정에서 장어가 망가지지 않도록, 그러면서도 모양이 먹음직스럽도록 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구울 때 그 자리가 타버립니다. 수없이 연습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어요.”

 

굽기는 초벌구이를 하고 다레를 발라 재벌구이를 하는데, 동일본에서는 다레를 바르기 전에 찌는 과정이 하나 더 들어갑니다. 이렇게 동일본식과 서일본식 조리법 가운데 동일본식이 요즘 대세라고 합니다. 마에다 씨도 도쿄에서 수련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1주일에 6일씩, 7년 동안 거르지 않고 해냈습니다. 이 기간에 장어집이나 스시집에서 받은 월급은 10만 엔에 불과했습니다. 마침내 2010년 겨울에 개업을 했지만 4개월 만에 동일본대지진이 나면서 술집이 많은 신바시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 장어 덮밥 / 사진 = Pixabay

하지만 마에다 씨의 한결같은 노력으로 단골이 늘기 시작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2014년 잡지에도 맛집으로 소개됐습니다. 지금은 매일 예약이 꽉 차고 줄을 서는 손님도 많습니다. 내년에는 가게를 늘리고 장어장인도 한 사람 고용할 계획입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때는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오실 테니 어떻게 모실지 지금부터 준비해야겠습니다. 한국인 독자 여러분도 도쿄 신바시의 마호로바로 오시면 평생 잊지 못할 장어덮밥으로 모시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쿄 신바시의 유명한 장어집 마호로바의 경영자이자 장어장인인 마에다 씨의 이야기였습니다. 이곳에 가면 동일본식 장어덮밥과 함께 일본의 ‘장인정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에다 씨의 장어집 창업 과정]

• 대학에서 경영학 전공, 마지막 학기부터 장어장인 수업을 시작함

• 장어 ‘손질 방법’ 익히기 위해 장어 가공공장에서 일함

• 장어 ‘꿰는 것과 굽는 것’을 익히기 위해 장어집과 스시집에서 일함 → 일주일에 6일, 아침부터 밤까지(이 기간 동안 받은 월급은 약 100만 원 정도)

• 7년간의 수련 후 2010년 개업함

 

editor 조선옥 요리연구가. 조선옥음식연구원장.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맛을 지향하는 요리와 섬세한 재료 사용으로 한국 음식은 단지 붉고 맵다는 일본인들의 편견을 바로잡아주고 있다. 책, 방송, 요리 교실 등을 통해 일본인들에게 떡, 김치, 전통과자 등 품격 높은 한국의 맛을 전수하고 있다. 한일농수산식문화협회회장, 한바람회장, 한식넷 부회장, 경상남도 함양산삼홍보대사, 경상북도 영양군관광홍보대사 등으로도 활동 중이며 <가장 쉬운 한국 요리>, <만능 엑기스로 엄마밥>,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한국 떡>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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