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조재형>

 
▲ 조재형

가을 사용법

 

                      조재형

 

꽃들이 조제한 향기를
단숨에 복용하지 말 것
아무리 공사다망할지라도
바람이 편집하고 출간한 숲의
페이지를
섣불리 넘기지 말 것

정차 중인 사랑에 너무 깊이
빠지지는 말 것

찾아오는 외로움을 문전박대는
말되
쓸쓸함을 남용하지는 말 것

때로는 계급장을 떼고 무릎을 꺾어
민들레의 작은동료로 백의종군할 각오를
새길 것

분에 넘치는 의자를 넘보지 말도록
자신한테 일침을 가해 달라고
맑은 구름에게 청탁을 일삼을 것

겨울이 오기 전에 땔감이 될 만한
따뜻한 감사 한 다발 신께 바칠 것

편집자주-시인 조재형은 지난 2011년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함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고향인 전북 부안읍에서 법무사일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진실의 벽돌로 진리의 집을 짓고 싶어하는 시인 조재형의 ‘자기와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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