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조재형>
가을 사용법
조재형
꽃들이 조제한 향기를
단숨에 복용하지 말 것
아무리 공사다망할지라도
바람이 편집하고 출간한 숲의
페이지를
섣불리 넘기지 말 것
정차 중인 사랑에 너무 깊이
빠지지는 말 것
찾아오는 외로움을 문전박대는
말되
쓸쓸함을 남용하지는 말 것
때로는 계급장을 떼고 무릎을 꺾어
민들레의 작은동료로 백의종군할 각오를
새길 것
분에 넘치는 의자를 넘보지 말도록
자신한테 일침을 가해 달라고
맑은 구름에게 청탁을 일삼을 것
겨울이 오기 전에 땔감이 될 만한
따뜻한 감사 한 다발 신께 바칠 것
편집자주-시인 조재형은 지난 2011년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함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고향인 전북 부안읍에서 법무사일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진실의 벽돌로 진리의 집을 짓고 싶어하는 시인 조재형의 ‘자기와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정희수 기자
edking10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