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가득한 세상 위로와 힘을 주는 '시와 음식'

[음식과 사람 2016-12 P. 35 Uncut News]

▲ 이미지 = Pixabay

Editor. 김홍국 정치평론가

 

시는 인간의 의식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충동이나 소망을 끌어내 심리적 억압에서 해방시키는 작용을 한다. 인간의 심연을 자극하는 무궁무진한 시의 세계에 빠져들면 좀체 헤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시는 깊은 매력을 갖고 있다.

문학청년을 꿈꾸던 필자 역시 소년 시절부터 시를 사랑했다. 시를 습작하고 연마해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고, 이후 시를 쓰면서 감동 가득한 시의 세계에 빠져들곤 했다. 사회 양극화로 고통스럽고 힘겨운 시절에 소주나 맥주, 막걸리나 와인 한잔과 함께 낭송하는 시 한 구절로 시민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위안을 받지 않을까?

음식을 주제로 한 시는 그래서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 짜장면은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정호승 시인은 ‘짜장면을 먹으며’라는 시에서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짜장면보다 검은 밤이 또 올지라도/짜장면을 배달하고 가버린 소년처럼/밤비 오는 골목길을 돌아서 가야겠다/짜장면을 먹으며 나누어 갖던/우리들의 사랑은 밤비에 젖고/젖은 담벼락에 바람처럼 기대어/사람들의 빈 가슴도 밤비에 젖는다/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비 젖어 꺼진 등불 흔들리는 이 세상/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라고 노래한다.

안도현 시인도 ‘나의 경제’라는 시에서 “구두를 신으면서 아내한테 차비 좀, 하면 만 원을 준다/전주까지 왔다 갔다 하려면 시내버스가 210원 곱하기 4에다/더하기 직행버스비 870원 곱하기 2에다/더하기 점심 짜장면 한 그릇값 1800원 하면/좀 남는다 나는 남는 돈으로 무얼 할까 생각하면서/벼랑 끝에 내몰린 나의 경제야, 아주 나지막하게/불러본다 또 어떤 날은 차비 좀, 하면 오만 원도 준다…(후략)”라고, 짜장면과 일상을 묘사한다. 이런 시를 읽으면 짜장면이 더욱 맛있어지지 않을까.

감자와 마늘의 독특한 맛도 멋진 시가 된다. 이해인 수녀는 ‘감자의 맛’이라는 시에서 “통째로 삶은/하얀 감자를/한 개만 먹어도//마음이 따뜻하고/부드럽고/넉넉해지네//고구마처럼/달지도 않고/호박이나 가지처럼/무르지도 않으면서//싱겁지도 않은/담담하고 차분한/중용의 맛//화가 날 때는/감자를 먹으면서/모난 마음을 달래야겠다”고 감자를 중용의 맛에 비유한다. 복효근 시인은 ‘마늘촛불’이라는 시에서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얇게 저며 내놓은 마늘쪽 가운데에/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 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후략)”고 노래한다. 입안에 군침이 돌게 하는 맛있는 시의 세계가 아닐까.

시는 고통 가득한 시대에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감동 가득한 시를 읽으며,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들면서 살아가는 생은 아름다운 삶이 되리라. 민생으로 고통받는 서민의 입맛에 생기를 주는 음식들과 함께 멋진 시들이 많이 창작되고 읽혀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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