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풍경이 바뀐다"

[음식과 사람 2016-12 P.28 Hot Spot]

 

1인 가구 수가 500만을 넘어섰다. 더 이상 음식점에서 혼자 밥 먹는 ‘혼밥족’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최근 외식문화의 변화를 다각도로 조명해보고 음식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editor 정성민

 

서울 마포구에서 자취를 하는 회사원 김모(33) 씨는 홀로 음식점을 찾아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잦다. 김 씨는 “과거에는 혼자 식당에 가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이었는데, 요즘은 샤브샤브, 보쌈 등 2인분 이상 주문을 받던 메뉴도 1인용으로 파는 곳이 늘었다”면서 “혼자서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음식점이 다양해져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일컬어 ‘혼밥족’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혼밥족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시간과 비용을 아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혼자 밥 먹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혼족, 혼밥, 혼술, 혼영, 혼행… 나홀로 소비 확산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수는 520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는 전체 가구의 27.2%에 해당하는 수치다. 참고로 2인 가구는 499만(26.1%), 3인 가구는 410만(21.5%), 4인 가구는 359만(18.8%), 5인 이상 가구는 122만 가구(6.4%)이다.

2000년 222만여 가구였던 1인 가구가 15년 만에 130%가량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향후 1인 가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전체 가구 대비 1인 가구는 2020년에는 29%, 2025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수자 취급을 받던 1인 가구는 이제 어엿한 가구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특히 소비 여력이 높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2013년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월 가처분소득’ 비중(32.9%)은 3~4인 가구(17.2%)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 MBC 프로그램 나혼자산다

가처분소득은 소득 중 소비 및 저축 등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이다. 염민선 대한상의 선임연구원은 “1인 가구는 3~4인 가구에 비해 양육이나 가족 부담에서 자유로워 소비 여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소형 사이즈의 가전제품과 생활용품, 1인용 가구, 소포장 식재료, 가정간편식과 편의점 도시락 시장의 확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문화의 변화도 주도하고 있다.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TV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MBC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 tvN 드라마 ‘혼술남녀’, ‘식샤를 합시다’ 등은 모두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내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혼자 사는 ‘혼족’, 혼자 밥 먹는 ‘혼밥’, 혼자 술 마시는 ‘혼술’, 혼자 영화 보는 ‘혼영’ 등 ‘혼족’의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신조어들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혼족’들이 SNS를 통해 모여서 함께 밥을 먹는 ‘소셜 다이닝’도 인기다. 2012년 5월 문을 연 ‘집밥(zipbob.net)’이 대표적인데, 함께 밥 먹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면 희망자들이 댓글을 달아 모이는 식인데, 참석자 대다수가 1인 가구다.

 

‘혼밥족’ 증가에 발맞춰 진화하는 시장

1인 가구의 양적 증가에 비례해 외식업계의 1인 가구 혼밥족 모시기 경쟁도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전통적인 4인 가구처럼 직접 집에서 밥을 만들어 먹기보다 음식점 등 집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거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도시락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외식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업계는 집에서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1인분 간편식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가정식 1인 식당’이라는 콘셉트로 ‘햇반 컵반’을 출시해 인기몰이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링크아즈텍코리아에 따르면 ‘햇반 컵반’은 상온 대용식 시장점유율에서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출시 1년 만에 누적판매량이 1200만 개를 넘어섰다. ‘마파두부덮밥’, ‘고추장나물비빔밥’ 등으로 구성된 이 제품은 ‘혼자 밥을 먹더라도 맛있는 집밥처럼 제대로 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는 콘셉트로 혼밥족들에게 인기다.

동원F&B도 가정간편식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우볶음밥, 낙지볶음밥과 국내산 취나물, 강된장, 장조림 등을 활용한 비빔밥으로 구성한 ‘하루도정 신선쌀’ 제품으로 냉동밥 시장에 진출했다. 동원F&B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수산업 분야의 자원과 노하우를 활용해 생선구이 브랜드 ‘동원간편구이’도 선보였다. 고등어, 연어 등 다양한 생선구이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 MBC 혼밥 다큐스페셜 캡쳐

가정간편식 시장의 강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마트의 ‘피코크’도 승승장구 중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피코크 제품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780억 원으로 이마트 내에서 쌀 매출(670억 원)을 웃돌고 있다. ‘피코크’는 새우볶음밥, 삼계탕, 냉면 등 다양한 간편식 메뉴를 갖추고 있다.

이마트는 “간편식이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 혼밥족과 1~2인 가구가 늘면서 밥, 반찬, 국 등을 만들어서 전통식으로 식사하는 것보다 간편하면서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편의점 도시락도 늘어난 혼밥족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GS25의 ‘김혜자 도시락’, 세븐일레븐의 ‘혜리 도시락’, CU의 ‘백종원 도시락’ 등이 대표적인데, 반찬이 7~10가지 내외로 푸짐하고 밥맛도 좋다는 호평을 받으면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3000~5000원대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도 인기의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메뉴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계란말이, 돈가스, 제육볶음 등의 밑반찬을 고루 갖춘 기본형 도시락을 비롯해 김치찌개나 순댓국 등 국밥 스타일의 도시락, 닭가슴살과 샐러드 등이 포함된 다이어트 웰빙 도시락, 장어구이덮밥 같은 보양식 도시락에 이르기까지 날로 진화하고 있다.

1인 가구, 혼밥족 증가와 편의점 도시락 열풍은 편의점 창업 증가로 이어졌다. 국세청의 사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증가 폭이 가장 큰 업종은 편의점이다. 편의점 사업자 수는 3만2096명으로 2015년보다 11.6%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배달 음식을 즐기는 혼밥족을 위해 배달앱도 맞춤 서비스를 내놨다. ‘요기요’는 한 그릇도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는 ‘1인분 주문’ 서비스를 만들었다. 배달 음식을 즐기는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영리한 진화다.

앱 메인 화면에 ‘1인분 주문’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1인분 주문이 가능한 음식점과 메뉴를 모아서 보여준다. ‘1인분 주문’에 포함되는 음식점은 주문 가능 금액이 5000~1만 원 선이다. 배달 가능한 금액을 채우기 위해 2인분을 시킬 필요가 없어졌으니 혼밥족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②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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