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풍경이 바뀐다"

[음식과 사람 2016-12 P.28 Hot Spot]

 

1인 가구 수가 500만을 넘어섰다. 더 이상 음식점에서 혼자 밥 먹는 ‘혼밥족’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최근 외식문화의 변화를 다각도로 조명해보고 음식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editor 정성민

 

보쌈, 샤브샤브 1인분으로 팔자 손님 ‘북적’

외식업계도 ‘나 홀로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2인분 이상 주문해야 먹을 수 있었던 보쌈, 샤브샤브, 부대찌개 등의 메뉴를 1인용 메뉴로 선보이는 음식점들이 혼밥족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서울 홍대 입구, 경기 일산 등에 점포를 갖고 있는 보쌈집 ‘싸움의 고수’는 1인 보쌈 메뉴를 선보여 성공한 경우다. 보쌈은 전형적으로 나 홀로 고객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메뉴였다. 이곳은 그런 전형성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1인용 보쌈은 크기별로 4000~7500원의 가격에 도시락 형태로 제공된다. 특히 혼자서도 보쌈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 끌린 20, 30대 젊은 손님들과 인근 직장인들이 즐겨 찾으면서 인터넷상에서 ‘추천하는 1인 식당’으로 입소문을 탔다.

홍대 입구 ‘니드맘밥’은 강된장비빔밥, 소불고기덮밥, 스팸덮밥 등 간편하게 먹기 좋은 한식을 1인용으로 제공한다. 1인 식당답게 계산부터 식사까지의 과정을 간편화했다. 식권발매기에서 메뉴 선택부터 계산까지 한 번에 끝내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음식을 가져다준다. 좌석도 일식집의 바 테이블처럼 만들어 혼자서도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1인 화로구이 전문점 ‘뱃장’은 혼밥의 명소로 꼽힌다. 혼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바 테이블에 앉으면 1인용 미니화로와 1인분의 반찬을 가져다준다. 혼자 먹는 사람의 양을 고려해 고기는 기본 100~150g부터 주문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50g씩 추가 주문을 할 수 있게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1인 가구 증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채선당은 지난 3월, 1인 샤브샤브 전문점 ‘샤브보트’를 선보였다. 바 형태로 된 테이블에서 고객이 직접 샤브샤브를 조리하는 시스템으로, 1인용 냄비와 혼자 먹을 양의 고기, 채소 등을 즐길 수 있게 설계했다.

‘놀부부대찌개&철판구이’는 7000원대의 1인용 부대찌개를 판매하고 있다. 보통 2인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한 곳이 많지만, 여기서는 혼자서도 부대찌개를 즐길 수 있어서 찾는 손님이 많다. ‘죠스떡볶이’도 5000원짜리 1인용 세트 메뉴를 출시했다. 떡볶이, 순대, 튀김을 모두 먹고 싶은데 혼자서 각각의 음식을 다 주문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고 가격도 부담스럽다는 점을 공략한 메뉴다.

 

우리 음식점에 ‘혼밥족’ 오게 하려면?

이렇듯 발 빠르게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음식점들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음식점들에서는 혼밥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불만도 많다. 지난 5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1인 가구 소비생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들은 생활에 불편한 점으로 외식 서비스(18.2%)를 1위로 꼽았다. 아직은 나 홀로 먹어도 편안한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방증으로 요즘 인터넷에서는 ‘혼밥 레벨 테스트’가 유행이다. 1단계는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도시락 먹기, 2단계는 푸드코트에서 메뉴 골라 먹기이다. 점점 단계가 높아져서 7단계에서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혼자 먹기, 8단계에서는 고깃집에서 혼자 먹기, 최고 단계인 9단계에서는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혼밥 인증 사진이 넘쳐난다. 혼자 밥 먹는 행위를 재미로 승화시킨 측면도 있지만, 뒤집어보면 레벨 테스트를 하고 인증 사진을 찍을 만큼 특수한 경험으로 여기는 현실을 반영한다. 자신의 음식점이 어려운 레벨에 속한 음식점이라면, 혼자 오는 손님이 편하게 올 수 있게 무엇을 바꿔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외식 컨설팅 전문가인 김상훈 소장(스타트비즈니스 대표)은 “혼밥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배려다. 콘셉트나 간판만 ‘혼밥집’이라고 다는 것, 1인 식당이라고 알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밖에서 봤을 때 혼자 먹는 것이 티가 나지 않도록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소장은 “일본의 경우에는 친구 대행 서비스도 있다. 2시간 동안 함께 밥을 먹어주는 서비스다. 이런 서비스도 참고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결혼과 출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혼자 살며 혼자 밥 먹는 사람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외식업계 안에서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는 전형적인 4인 테이블 시스템에서 벗어나 나 홀로 온 고객도 반갑게 맞이해야 한다. 이런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면 음식점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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