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일부터 시행, 개정된 표시제 복잡해 소비자 혼란 우려

[음식과 사람 2016-12 P.32 Focus]

 

▲ 사진 = 강원 양양군지부 제공

지난 2월에 개정된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의 계도기간이 올해 연말로 끝난다. 내년부터는 의무 적용되어 본격적인 단속이 실시된다. 정부가 원산지 표시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음식점마다 꼼꼼하게 점검하고 준비해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

 

editor 이선희 / 참고자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 이하 농림부)와 해양수산부(장관 김영석, 이하 해수부)는 지난 2월 소비자의 알 권리를 확대하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음식점(식품접객업, 집단급식소)에서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 확대 및 표시 방법 개선 ▲농수산물 가공품 원료의 원산지 표시 강화 ▲배달앱 등에서 조리 음식 통신판매(제공) 시 원산지 표시 방법 개선이다.

음식점에 적용되는 규정은 종전보다 한층 세분화되고, 새롭게 추가되는 사항도 많다. 신경 써서 수정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실시되는 단속에서 쉽게 넘어가기 어려울 정도다. 음식점 경영자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가게 안 원산지 표시를 꼼꼼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대상 품목 16종에서 20종으로 확대

농축수산물 17종과 배추김치(배추, 고춧가루)는 조리법 구분 없이 모두 표시해야

쌀은 밥, 죽, 누룽지로 확대

 

현행 음식점 원산지 표시 기준은 농축산물 7개〔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양(염소)고기, 쌀(밥), 배추김치 중 배추와 고춧가루〕와 수산물 9개(넙치, 조피볼락, 참돔, 미꾸라지, 낙지, 뱀장어, 명태, 고등어, 갈치)로 총 16종이었다. 여기에 소비량이 많은 4개(콩, 오징어, 꽃게, 참조기)가 추가되어 총 20개 품목으로 확대됐다. 또한 배추김치, 축산물, 수산물은 조리 방법에 상관없이 모두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의 경우 구이용, 탕용, 찜용, 튀김용만 원산지 표시 대상이었으나, 조리 방법에 따라 표시 대상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에 따라 축산물 5종과 수산물 12종으로 조리한 모든 음식의 원산지를 표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배추김치의 배추와 고춧가루는 찌개용, 탕용, 반찬일 때만 표시를 했으나 마찬가지로 배추김치로 조리하는 모든 음식이 원산지 표시 대상이 되었다. 얼갈이배추와 봄동배추를 포함한 배추, 고춧가루도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하는데 겉절이, 씻은 김치, 보쌈김치, 백김치 등 김치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표기해야 한다. 쌀은 기존에는 밥에만 표시하던 것을 죽, 누룽지로 확대했다. 반면 콩은 두부류, 콩비지, 콩국수에 사용하는 경우로만 한정했다.

 

냉장고 문 앞에 보관 중인 식재료 원산지 표기해야

배달음식 원산지 대상 품목 확대

배달앱을 비롯한 통신판매 표시 규정 제시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의 경우 원산지 표시판 크기는 기존 두 배인 A3 크기(29×42cm) 이상으로, 글자 크기는 60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됐다. 표시판 부착 위치는 ‘소비자가 잘 보이는 곳’이라는 기존의 모호한 규정 대신 ‘업소 내 부착되어 있는 가장 큰 게시판 옆 또는 아래, 게시판이 없을 경우 주 출입구 입장 후 정면에서 소비자가 잘 보이도록 부착할 것’을 명확히 규정했다.

위의 기준에 따른 원산지 표시판이 제대로 부착돼 있다면 메뉴판과 게시판에는 원산지 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 단 취식 장소가 칸막이나 벽으로 분리된 경우 장소별로 표시판을 부착해야 하며, 부착이 어렵다면 원산지가 표시된 메뉴판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을 음식점 내에서 보관 · 진열할 때에도 표기는 필수다. 냉장고 등 보관 장소 또는 보관 용기별로 앞면에 일괄 표시해야 한다. 만약 냉장고가 여러 대 있다면 각 냉장고 문 앞에 식재료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또한 음식점에서 만든 음식을 배달할 경우 돼지고기, 닭고기만 원산지 표기 대상 품목이었지만 내년 1월부터는 20개 품목으로 확대된다.

그동안 배달앱을 포함한 통신판매의 경우 표시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었지만 내년부터 음식명 옆 또는 가격 표시 주변에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며, 글자 크기는 음식명 또는 가격표시와 같거나 그보다 커야 한다.

 

원산지가 같으면 일괄 표시 가능

원산지가 다른 동일 품목을 섞은 경우 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동일한 메뉴더라도 원산지가 다르면 개별 표기

‘외국산’ 대신 구체적인 국가명으로 표기

원산지를 거짓 표시하면 7년 이하 징역, 1억 원 이하 벌금

원산지를 미표시하면 30만~150만 원 과태료

 

원산지가 같은 경우에는 ‘우리 업소에는 국내산 쌀과 중국산 콩(두부)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일괄하여 적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음식에 원산지가 다른 2개 이상의 품목을 혼용할 경우에는 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산 비율이 외국산보다 높으면 ‘불고기(쇠고기 : 국내산 한우와 호주산을 섞음)’, ‘설렁탕(육수 : 국내산 한우, 쇠고기 : 호주산)’과 같이 표시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같은 음식이더라도 원산지가 다르면 원산지와 가격 등을 개별 표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프라이드 치킨 날개라 하더라도 ‘프라이드 날개(닭고기 : 국내산)-1만5000원’, ‘프라이드 날개(닭고기 : 브라질산)-1만2000원’으로 구분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 조리한 음식에 사용된 축산물과 쌀, 배추김치, 콩에 대해서는 원산지를 국가명으로 적어야 하며 ‘외국산’이라고 표기해선 안 된다.

다만 예외가 있다. 농수산물 가공품 완제품을 구입해 사용한 경우 그 포장재에 적힌 원산지를 따를 수 있다. 만약 포장재에 ‘외국산’이라고 표기돼 있다면 음식점에서도 ‘외국산’이라고 표시할 수 있으나 그 외에는 국가명을 적어야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원산지를 거짓 표시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상습범일 경우 10년 이하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돼 한층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원산지 미표시의 경우 품목에 따라 30만 원에서 15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되며 계속 위반할 경우 과태료 금액이 점점 커진다.

또한 거짓 표시, 미표시로 처벌받게 되면 농림부, 한국소비자원 등에 영업소 명칭과 주소, 위반 내용 등이 공표된다. 거래 내역이나 영수증 등을 비치하거나 보관하지 않을 경우 역시 과

태료가 부과되니 관련 서류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개정된 표시제 너무 복잡하다” 오히려 소비자 혼란 우려

새로운 원산지 표시제를 두고 일단 소비자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정확한 정보 제공이 이뤄진다면 외식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성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분위기다. 반면 외식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 마포구에서 중화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상당수 손님들은 바뀐 표기가 오히려 헷갈린다고 말하세요. 얼핏 보기에 복잡해 보이고 메뉴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불편하다는 반응도 꽤 있고요”라며 현장의 반응을 전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회장 제갈창균, 이하 중앙회)는 새로 개업하는 회원업소를 대상으로 직원들이 개정된 원산지 표시제에 대해 직접 지도점검을 펼치고, 기존 회원업소에도 관련 내용이 바뀔 때마다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회 담당자는 매년 새롭게 품목이 추가되는 데 따른 메뉴판(원산지 표시판) 교체 비용이 외식업주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도 안 돼서 메뉴판을 수정하거나 교체해야 하니 회원들 입장에선 당연히 부담스럽죠. 소비자를 위한 제도이다 보니 외식업계의 입장은 배제된 채 개선되는 게 아쉽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외국산이라고 표기하는 것도 원산지를 속이지 않는 건데 굳이 개별, 중복 표기까지 하면서 복잡하게 적어야 하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많아요.”

지난 7월 정부는 ‘원산지 표시법’ 중 상습범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한 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 실제 적용 시기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앞으로도 소비자의 알 권리와 공정한 거래를 위해 원산지 표시법 개정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에는 모두 공감을 한다.

다만 소비자와 외식업주 모두에게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경제적인 손실 최소화,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직관적인 표기 방안 마련 등 일선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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