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12월호

[음식과 사람 2016-12 P.54 Benchmarking Tour]

 

▲ 사진 = Pixabay


Editor. 황광해 음식평론가

 

///// 치킨 전문점, 치킨 게임 /////

 

치킨 전문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골목마다 치킨 전문점은 반드시 한두 개씩은 있다. 많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현실은 참담하다. 치킨 전문점의 5년 이내 폐업률은 80%에 가깝다. 3년 이내 폐업률도 50%에 육박한다.

치킨 전문점, 닭고기 전문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2000년대를 넘기면서 여기저기 치킨 전문점이 들어서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명퇴자, 은퇴자들로 치킨 전문점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치킨 전문점은 누구나 소자본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직종이 되었다.

▲ 치킨은 '치느님'이라 불릴 정도로 전 국민이 사랑하는 음식이다

문제는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좁은 골목에 배달 전문, ‘치맥’ 전문 치킨집들이 빼곡하다 보니 치킨 전문점은 ‘레드오션’이 되었다.

같은 철로에 두 대의 열차가 맞은편에서 다가선다. 전속력으로 달리면 결국 두 대의 열차는 부딪힌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부딪히면 둘 다 다친다. 한쪽이 ‘비겁하게’ 멈추어야 둘 다 살 수 있지만 자존심을 걸고 부딪치면 둘 다 죽는다. 치킨 게임이다. 오죽했으면 영어로도 ‘닭대가리’ 같은 짓이라고 ‘치킨 게임’이라 했을까.

지금의 치킨 전문점은 그야말로 치킨 게임 상황이다. 같은 골목에 몇 개의 치킨 전문점이 있다. 서로 경쟁한다. 한 마리를 주문하면 두 마리를 주고, 누군가가 콜라를 주면 나는 맥주를 공짜로 준다.

새로운 메뉴? 빤하다. 마늘을 넣거나 매운맛을 낸다. 땅콩 가루나 청양고추를 썰어 얹는다. 튀긴 닭고기에 물엿을 얹거나 각종 향신료를 얹는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히트 메뉴를 만들면 비슷하게 만들어 더 싸게 내놓는 가게가 생긴다는 점이다. 치킨 게임이다.

 

///// 닭고기는 육축(六畜)의 으뜸 /////

 

우리 선조들은 여섯 가지 고기를 먹었다. 소, 말, 돼지, 양, 개, 닭이다. 소는 농경용으로 중요했다. 조선 정부는 소의 도축을 철저하게 막았다. 말은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역시 조선 중기 이후에는 말을 먹지 않았다. 양은 한반도에서 잘 자라지 않고, 돼지는 너무 많은 곡물을 먹고 일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춥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돼지 사육이 힘들다. 결국 남는 것은 개와 닭이다. 개고기는 조선 후기 이미 혐오식품이 되었다. 먹는 사람이 있고 피하는 사람이 있었다. 결국 만만한 게 닭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음식 중 하나가 연포탕(軟泡湯)이고 연포회다. 연포회는 연포탕을 먹는 모임이다. 다산 정약용도 연포회에 대해 기록했고, 숙종 무렵에는 평안도 암행어사가 연포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탄핵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연포탕은 닭고기 국물에 꼬치에 꿴 두부를 넣고 닭고기를 찢어서 고명처럼 얹은 것이었다. 이 음식이 야외에서 먹는 최고의 음식 중 하나였다. 닭고기에 대한 깊은 호감은 이미 오래되었다.

이제 닭고기도 대량으로 공장에서 생산된다. 내가 원하는 대로 배달도 해준다. 닭고기는 흔한 식재료다. 가격도 싸다. 외식업체의 식재료 중 이만한 게 없다.

조류 독감 등 특별한 문제만 없다면 닭고기 수급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 생산기간도 짧다. 삼계탕용 닭은 30일 이내에 생산 가능하다. 냉동 또는 냉장 운반도 용이하다.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 닭고기 전문점이 힘든 이유 /////

 

예전에는 닭죽이나 백숙 등이 유행했다. 닭백숙이나 닭죽은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단독주택의 경우 닭백숙을 삶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냄새도 쉽게 빠져나간다. 아파트는 다르다. 기름이 많이 필요한 프라이드치킨은 만들기 힘들다.

기름 허비가 많고, 실내에 튀면 청소하기 어렵고 번거롭다. 기름 음식은 설거지 절차가 복잡하다. 가정에서 프라이드치킨을 해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닭고기는 맛있다. 그런데 프라이드치킨은 가정에서 만들어 먹기 쉽지 않다. 결국 외식이다. 닭고기 전문점이 널리 퍼진 이유 중 하나다.

닭고기 요리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덴뿌라’, ‘Deep Frid(딥 프라이드)’ 방식은 이미 미국 프랜차이즈점에 의해서 널리 퍼졌다. 우리는 미국식 프라이드치킨에 한국식의 양념을 넣었다. 이게 맛없는 경우는 없다. 프랜차이즈점을 통하면 누구나 양념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단독 점포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쉽게 양념을 따라 만든다. 특별한 비법도 레시피도 없다. 기름 온도만 체크하고 튀기는 시간만 알아내면 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비법도 어려운 조리법도 없으니 너도 나도 닭고기 전문점이다. 차별화도 어렵다. 골목마다 가게는 포화 상태로 늘어난다. 차별화가 힘들면 결국 가격 경쟁이 일어난다. 그러지 않아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데 가격 경쟁까지 겹치면 외식업체 경영주는 힘들어진다.

최근 닭고기 전문점, 그중에서도 프라이드치킨 중심의 외식업체들이 힘든 이유다. 그렇다고 닭고기를 포기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차별화’다.

 

///// 닭고기 음식, 무엇을 배울 것인가? /////

 

그대로 베끼라는 것은 아니다. 가게마다 특장점이 있다. 그중 한 가지 포인트라도 힌트를 얻는다면 성공적이다. 프라이드치킨 전문점이 아닌 곳으로 몇 곳을 소개한다.

#충남식당

경기 연천군 연천읍 상리에 있는 전형적인 시골 식당이다. 시골이기 때문에 5, 6kg의 큰 닭을 사용할 수 있다. 1, 2시간 고아낸 백숙이 일품이다. 수탉의 경우 암탉보다 가격이 낮아진다. 미리 주문하면 수탉을 푹 고아서 낸다. 1마리당 5만, 6만 원 정도. 1마리로 4, 5인분을 만들 수 있다. 오리보다 큰 닭을 어떤 식으로 해체해 손님상에 내놓을는지가 관건.

#약수닭집

전남 여수에서도 외진 곳에 있다. 산속에 숨어 있는 집이다. 현지의 단골들은 점심시간 깊은 산속까지 찾아온다. 닭을 육회, 구이, 찜 등으로 내놓는다. 닭고기를 먹고 나면 녹두죽을 내놓는다. 단골들 중에는 녹두죽을 으뜸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다. 닭고기와 더불어 녹두죽을 내놓는 것도 아이템이 될 수 있다. 2kg대의 닭을 사용한다. 도시에서도 수급 가능하다.

#내촌식당

전북 남원의 아주 외진 곳에 있는 자그마한 음식점이다. 늙은 노부부가 운영한다. 닭곰탕이나 닭죽과 비슷하다. 압력밥솥으로 찌고 끓여내는 닭죽이 푸짐하다. 서양인들은 닭고기 국물, 즉 치킨 수프를 영혼의 음식으로 여긴다. 우리도 닭국물이 보양식이 된다고 믿는다. 이른 아침 메뉴로 아주 그만이다.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간단한 보양죽으로 여길 만하다.

#원조숯불닭불고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유명해졌다. 그 이전부터 알음알음 손님은 많았다. 이름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닭갈비가 유명한 춘천의 원조집이다. 숯불을 사용한다. 닭갈비가 아니라 닭불고기다. 내장과 닮은 난소 등을 석쇠에 구워 먹는 스타일이다. 다리 살을 발라낸 양념 닭불고기가 이 집의 주력 메뉴. 닭고기 차별화를 위해 한 번은 가볼 만한 집이다. 숯을 다룰 수 있어야 가능한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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