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12월호

[음식과 사람 2016-12 P.57 The Kitchen]

 

그래도, 희망 :)

 

Editor. 윤숙자 한식재단 이사장

 

‘흔히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인사치레하듯 쓰는 표현이지만, 요즘처럼 ‘다사다난하다’는 표현이 실감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내일 하루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듯, 세상은 늘 어떤 형태로든 경이와 의외의 연속이다.

기쁨으로 이어지는 의외성과 경이로움이 충만하다면 참으로 행복하겠지만, 오히려 슬픔과 실망, 허탈과 상실감으로 점철된 놀라움에 경악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기에 오늘도 여전히 예측 불허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 풍경이 겨울 초입이라는 계절만큼이나 스산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지향점이 바뀌거나 꺾일 일은 없겠다. 더욱 견고해지고 더욱 튼실해지기를 갈망하는 염원이 있기에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할 자격을 얻게 되었다고 믿고 싶다. 이 혼란을 계기로 사회적 보편성에 의해 우리 삶이 정돈되고 안심할 수 있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외식산업의 지난 1년 역시 기대와 절망이 상존하는 혼돈의 기간이었다. 장기 침체의 늪을 벗어날 것이라는 연초의 기대감은 실물경제가 바닥을 헤어나지 못하면서 가라앉았고, 정부의 다양한 경기부양책 또한 반짝 효과로 끝나면서 탄력을 잃고 말았다. 설상가상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의 회오리가 산업계 전반을 휘감으면서 예기치 못한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김영란법 실행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국민적 인식의 변화 양태가 어떤 정서와 질서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 법제도가 요구하는 사회적 청렴도의 수직 상승을 감안한다면 건전한 외식문화와 여가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외식산업에는 장기적으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간절히 해본다.

문화가 품격을 갖게 되면 관련 산업의 격도 높아지는 까닭에 지금 당장의 고통만으로 예단할 사안이 결코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러니 이 엄중한 시기에 중앙회 회원인 외식업 경영자들의 고군분투가 더욱 값진 결과로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외식산업 선진화 못지않게 한식문화 세계화는 우리의 당면 과제 중 우선순위에 해당된다. 특히 한식문화 세계화는 필자가 이끌고 있는 한식재단의 대표적인 과업이자 국가적 숙원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외식산업 종사자들의 관심과 지원, 적극적인 동참이 요구된다. 기존의 한식 세계화 차원을 넘어 한식문화 자체를 널리 전파함으로써 세계인들에게 독특한 문화를 이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식문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하는 노력도 그 일환이다. 한식문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한식이 새로운 한류문화(K-Culture)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한류문화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음식문화가 세계의 주류문화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식재단이 한식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노력에 외식산업 종사자분들의 많은 성원과 관심을 바란다.

‘날은 저물어가는데, 갈 길은 아직 멀다’고 했다. 원래 염원이 클수록 마음은 바쁘고 발걸음도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희망은 늘 그렇게 우리를 재촉하지만, 그것이 희망이기에 조금도 번거롭지 않고 오히려 소중한 동력이 되곤 한다.

비록 내일을 알 수 없는 오늘을 산다는 것이 우리 삶이 지닌 가장 큰 고통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기대감이 내일을 앞당기는 즐거움도 있다.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2016년 한 해가 그 희망을 품은 채 저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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