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부성1동 주민 위안잔치 여는 '유가네 장어나라' 유규상 대표

[음식과 사람 2016-12 P.60 Volunteer]

 

“어머니께 못다 한 약속 지킬 겁니다”

 

- 천안시 부성1동 주민 위안잔치 여는 ‘유가네 장어나라’ 유규상 대표

 

사는 게 녹녹하지 않은 날이면 무심코 건네는 이웃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는 거동이 불편한 혼자 사는 노인들, 말벗이 없어 외로운 사람들, 사람의 정이 그리운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을 한자리에 초청하는 일은 누군가의 용기 있는 실천이 없다면 쉽지가 않다. ‘유가네 장어나라’ 유규상(55) 대표는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무는 그 의미 있는 일에 뛰어들었다.

 

editor 조윤서 photo 지호영

 

국내산 민물장어 숯불 직화구이 ‘유가네 장어나라’

▲ 유규상 대표

충남 천안시 서북구 두정상가 4길, 부성1동은 신시가지다. 대로 뒤편 골목에 음식점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어 어느새 새로운 먹자골목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곳. 그 한가운데에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유가네 장어나라’를 찾았다. 80평 정도 되는 제법 널찍한 공간에는 늦은 점심으로 별미를 즐기는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천안이 고향이라는 유 대표가 외식업에 뛰어든 것은 올해로 16년째. 집에서 라면도 안 끓여 먹을 정도였던 그가 갑자기 식당을 인수하게 된 누나와 동업을 하게 됐고, 메뉴로 장어를 골랐다.

 

“무작정 연고도 없이 전북 고창 선운사 인근 마을을 찾아갔어요. 개인택시를 타고 가장 맛있는 장어집으로 가자고 했더니 두 군데를 추천해주시더라고요. 손님도 많고 오래된 모퉁이 집보다 가게들 사이에 끼여 있는 장어집이 맛있었어요.

민박을 구해놓고 쥔장에게 무작정 매달렸죠. 처음에는 거절하시더니 저처럼 운동(스포츠)을 한 분이라 나중에는 허락해주셨는데, 알고 보니 장어 양식장을 크게 하던 분이었어요. 거기서 3개월간 머물면서 장어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당시만 해도 장어 맛은 소스가 좌우할 것이라 생각해 양념소스 만드는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노력했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고. 물론 소스 맛도 중요하지만 장어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첫 번째가 좋은 물에서 잘 키워낸 장어의 육질, 두 번째가 숯불에 굽는 스킬이란다.

그래서 ‘유가네 장어나라’에서는 지금도 고창에서 직송된 국산 장어를 지하 200m에서 뽑아 올린 천연 암반수에 산 채로 넣어두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숯불에 소금구이를 해서 내는 걸 기본으로 한다. 이때 각종 한약재와 양념을 섞어 10시간 이상 달인 특제 소스도 함께 내놓는다.

두정상가 4길에 위치한 ‘유가네 장어나라’는 천안시 다가동에서 부인 오금자(55) 씨가 운영하는 1호점 ‘유가네 장어집’에 이어 2014년 9월에 오픈했다. 2000년에 오픈한 1호점은 유 대표에게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배운 장어에 관한 지식을 실제 사업장에서 적용할 수 있었던 첫 무대였기 때문이다. 장사도 무척 잘되어 먼 곳에서 일부러 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 장어구이 / 사진 = Pixabay

2003년 어머니와 함께 계획했던 경로잔치가 나눔의 시초

여유가 생기자 6남매를 홀로 키우며 고생을 많이 하신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때가 2003년. 동네 노인정에 계신 어르신들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열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편찮아 병원에 입원하셨고 그해 3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어머니 없이 1호점에서 여름에 경로잔치를 열었으나 해마다 이어가지는 못했다. 그렇게 세월이 훌쩍 흘렀고, 2014년 2호점 오픈과 동시에 소위 대박을 치면서 오래전 어머니와 함께하고자 했던 경로잔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제가 현재 이곳 부성1동 체육회 이사로 있어요. 지난해 3월 동 주민센터에 부탁해 홀몸노인 추천을 받아 10여 년 만에 다시 경로잔치를 열었습니다. 주로 홀로 사시거나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했고, 한국마사회에서 소정의 선물도 협찬해주었죠. 올해 4월에는 경로잔치에서 주민 위안잔치로 판이 좀 커졌어요. 주차장에 텐트를 크게 치고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했는데, 그날 하루 1000명 정도 오신 것 같아요. 아침 10시부터 와서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이 많았어요. 다행히 재능 기부를 하려는 사회자, 지방 가수, 색소폰 연주자, 오르간 연주자, 동 주민센터 행복키움지원단원 20명 등이 대거 동참해주었습니다. 돼지 두 마리 통바비큐에 떡, 과일 같은 음식을 차려놓고 정말 잔치처럼 동네 주민들이 흥겹게 어울렸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서 찾아오신 70세 이상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정이 그립고 벗이 그리운 어르신들에게 이날의 잔치는 커다란 축제나 마찬가지였단다. 평소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것이 유 대표의 생활신조였으나,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을 뵈니 어머니 생각도 나고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것에 스스로 뿌듯했다고.

이왕 이렇게 커진 주민 위안잔치는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20년 가까이 장어구이 식당을 운영하는 유 대표는 천안시 외식업 발전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신념이 있었다.

“저희 식당이 2014년에 이곳에 문을 열면서 주변에 비슷한 업소가 많이 생겼지만 지금은 다 문을 닫았어요. 음식에 대한 사명감 없이는 경영이 어려운 게 외식업이죠. 더구나 요즘은 김영란법 때문에 손님도 많이 줄어들었어요. 아쉬운 건, 식당 하는 사람들이 시야가 좁아서 내 것밖에 모른다는 거예요. 천안시 외식업의 규모가 크거든요.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서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유 대표는 중학교 때 전국씨름대회에서 우승하고, 고등학교 때는 프로권투로 전향해 한국챔피언을 한 적도 있는 운동선수 출신이다. 그래서 신의를 중요시하고 정직하게 외길을 걸어간다.

지금도 매달 직접 개발한 특제 양념소스를 만들고, 손님에게 더 맛있는 장어구이를 대접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낸다. 특수효소를 첨가한 후 숙성시켜 끝까지 바삭거리는 장어구이를 내고, 가시오가피장아찌 같은 곁들임 반찬으로 개운한 맛을 선사하게 된 건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고, 어울려 사는 따뜻한 세상만큼이나 자신과의 약속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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