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1월호

[음식과 사람 2017-1 P.55 Easy Talk]

 

MSG, 최소의 원칙

 

Editor.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

 

세상의 맛은 무궁무진할 것같이 여겨진다.

기본적인 맛은 단맛(sweet), 짠맛(salty), 신맛(sour), 쓴맛(bitter) 등 넷뿐이다. 이들 넷의 조합에 따라 온갖 맛이 탄생한다는 것이 서양의 4원미(네 가지 맛) 이론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 이래로 수천 년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4원미설은 100여 년 전(1908년)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된다.

일본 도쿄제국대 이케다 기쿠나이 교수가 도전자였다. 그는 해초 수프에서 ‘기막힌’ 맛을 발견하고 이를 ‘우마미(旨味·감칠맛)’라고 불렀다. 그는 이것이 기본 4원미를 어떤 방식으로 섞어도 얻을 수 없는 ‘제5의 맛’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아지노모토사는 다음 해 ‘조미료(MSG)’라는 이름을 붙여 우마미를 상품화했다. 그 후 1세기 넘게 우마미는 우리 식탁에서 제외하기 힘든 맛으로 자리매김했다.

원래 우마미를 싫어하던 미국인도 요즘은 우마미를 찾기 시작했다. ‘우마미 버거(Umami Burger)’라는 햄버거를 사기 위해 3시간은 대기해야 할 만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우마미를 내는 성분은 주로 글루탐산, 이노신산, 구아닐산 등이다. 글루탐산은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단백질 자체는 맛이 없지만 식품의 아미노산 중에서 가장 많은 글루탐산은 맛을 갖고 있다.

글루탐산은 고기, 생선, 채소 등 다양한 식품에 들어 있다. 된장, 간장 등 발효식품에도 함유돼 있다. 모유와 엄마 배 안의 양수에도 있다. 글루탐산의 맛은 아기에겐 태어나기 전부터 익숙한 맛인 셈이다. 이노신산은 고기나 생선 등 동물성 식품에, 구아닐산은 말린 표고버섯 등 건조 버섯에 풍부하다.

맛은 혀의 표면에 있는 미뢰란 기관에 있는 미각세포가 감지한다. 미각세포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우마미)을 내는 성분을 받는 수용체가 있다. 맛 성분과 수용체는 열쇠와 열쇠 구멍 같은 것이다. 미각세포의 수용체가 감칠맛 성분인 글루탐산을 받으면 그 정보는 미각신경을 통해 신속하게 뇌에 전해져 우리가 맛을 느끼게 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혀뿐만 아니라 위에도 맛 수용체가 존재한다. 위에 음식이 들어가, 위 수용체가 맛 성분(글루탐산)을 수신하면 맛 정보는 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된다.

우마미가 늘 예찬만 받은 것은 아니다. 시련의 시기도 있었다. 우마미의 대표 격인 MSG가 중국 음식점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 중국 음식을 먹고 난 후 그 음식에 다량 함유된 MSG에 의해 일어나는 증상)을 유발한다는 문제 제기였다. 이 논쟁은 30년간 계속됐다. 그 후 유해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19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MSG를 대다수 소비자에게 위험을 일으키지 않는 물질로 분류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공식 입장도 FDA와 엇비슷했다. 아직 MSG의 안전성 관련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일부에선 여전히 MSG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FDA도 임산부는 MSG를 섭취할 때 사전에 의사의 조언을 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MSG는 천식, 비염, 녹내장, 편두통, 암을 유발한다는 등 각종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비만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체 인구의 약 1%에게 MSG가 많이 든 식사를 한 후 증상이 동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MSG 섭취 후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대개 1회 3g 이상 먹었을 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맛을 높이는 데 필요한 MSG의 양은 식품 무게의 0.2∼0.8% 정도다. 음식의 맛을 손상시키지 않고 MSG의 양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식품 무게의 0.8%를 초과한 MSG의 사용은 오히려 음식의 맛을 떨어뜨린다.

MSG가 인체에 해롭다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MSG를 마구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해가 된다. 여느 첨가물과 마찬가지로 ‘가급적 적게 사용·섭취한다’는 ‘최소의 원칙’을 지키면서 음식 조미에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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