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1월호

[음식과 사람 2017-1 P.66 Ingredient]

 

 

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丁酉年)이 밝았다. 우리선조들은 정초가 되면 닭 그림을 대문이나 집안에 붙여놓고 한 해의 행운을 빌었다. 닭은 대표적인 보양식이기도하다. 더운 복날을 비롯해 속이 허하거나 기력이 없을 때마다 닭고기를 찾았다. 닭은 이처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해왔다.

 

Editor. 강보라

‘프라이드 치킨’의 유래

대표적인 야식인 프라이드 치킨의 이면에는 가슴 아픈 탄생 스토리가 있다. 노예제도가 존재하던 시절, 미국 남부의 백인들은 닭 날개나 목 등은 먹지 않았다. 닭을 주로 오븐에 구워 먹었기 때문에 가슴이나 허벅지처럼 부드러운 부위의 살만 먹은 것이다.

흑인 노예들은 농장주가 먹고 버린 닭 날개와 목뼈를 기름에 바싹 튀겨 뼈까지 씹어 먹기 시작했다. 고된 노동에 지친 노예들의 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탄생한 메뉴가 프라이드 치킨이었다.

 

기상천외한 닭요리 ‘곤달걀’

‘곤달걀’은 양계장에서 제대로 부화되지 못하고 곯아버린 달걀을 말한다. 달걀 안에는 부화 직전의 병아리가 담겨 있다. 곤달걀은 고소한 맛을 내는 고단백 식품으로,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는 별식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력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장터에서 판매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우리나라 곤달걀과 비슷한 발롯(Balut)을 먹기도 하는데, 이는 부화 직전의 오리 알을 삶은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부화 직전의 메추리 알을 요리해서 먹기도 한다.

 

남성들의 ‘수탉 효과’

미국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가 어느 날 영부인과 양계 농장을 방문했다. 영부인은 그곳에서 암탉과 수탉이 교미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수탉의 정력에 감탄한 영부인이 “저 수탉은 하루에 몇 번이나 교미를 하죠?”라고 농장 주인에게 물었고, 수십 번 한다는 말에 부러움을 느낀 영부인이 대통령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그 말을 전해들은 대통령이 “항상 같은 암탉하고만 교미하느냐?”고 물었고 “매번 다른 암탉하고 한다”는 주인의 말에 “그 이야기를 영부인에게 꼭 전해주시오”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학자들은 이 일화를 빗대어 같은 시각 자극에 싫증이 난 남성이 새로운 상대를 찾고자 하는 현상, 즉 새로운 상대를 통해 자극을 얻고자 하는 것을 ‘쿨리지(Coolidge) 효과’ 혹은 ‘수탉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닭싸움과 닭 피

흥분한 수탉끼리 싸움을 붙인 뒤 이것을 보고 즐기는 것을 투계(鬪鷄) 혹은 닭싸움이라고 부른다. 발리 지역에서는 닭싸움을 종교 의례로 치르기도 한다. 힌두교 신자들은 닭 피로 땅을 씻은 뒤 악령에게 바치면 재앙에서 벗어난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피를 얻으려고 싸움을 붙이는 것이다.

중국 서남부 먀오족은 주검을 무덤으로 옮길 때 앞선 사람이 닭 피를 뿌려서 저승길을 연다. 닭의 피를 신성하게 여겼던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호남지방과 제주도에서는 조상 제사나 건물 상량식 때 닭 피를 사방에 뿌리고, 돌림병이 돌면 문설주에 바르기도 했다. 정초 대문에 닭 그림을 붙이는 것도 처음에는 닭 피를 바르다가 그것이 그림으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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