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평론가 황광해의 지면으로 떠나는 벤치마킹 투어

[음식과 사람 2017-1 P.52 Benchmarking Tour]

 

외식업체 대표들은 늘 “어디 가서 뭐 좀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음식부터 경영 기법까지 배우고 싶은 부분은 많다. ‘잘나가는’ 가게 주인은 시간이나 경비가 넉넉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영이 어려운 가게는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각 지역별·음식별로 ‘지면 벤치마킹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사정상 못 가보는 분들이 힌트라도 얻기를 바란다.

 

editor · photo 황광해

 

‘차별화’를 벤치마킹하라

- 새해를 맞아 다시 한 번 ‘차별화’ 이야기를 한다

지난번 칼럼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쓴 적이 있다. 경영학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다. “왝 더 독(Wag The Dog)” 이라고 하는데,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주객전도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외식업체 운영에서의 ‘주’는 그 집의 전문적인 요리, 음식 등을 뜻한다. ‘객’은 별 눈여겨보지 않는 밑반찬쯤 되겠다.

간단한 장치 하나가 매출을 좌우할 수 있다. 밑반찬도 마찬가지. 동치미에 반해서, 열무김치에 반해서 고깃집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밑반찬이 매출을 좌우할 수 있으니, 확실히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되는 것이다.

 

‘차별화’가 살길이다

밥상의, 반찬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단, 조건이 있다. 차별화된 반찬으로 푸짐하게 차리되, 식재료 비용을 많이 지불하지 않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차별화다. ‘많이’가 아니라 ‘색다른 것’이 바로 차별화 포인트다.

같은 반찬을 많이 내놓는 것이 최악이다. 상당수의 고깃집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반찬을 내놓는다. 샐러드를 주는 것도 거의 동일하다. 한두 집 다른 모습은 샐러드 위에 옥수수를 얹어주는 정도다.

반찬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나만의 반찬을 내놓으라는 이야기다. 현장을 다니면서 이런 말을 하면 식재료비가 문제가 된다고 하소연한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 더 이상 반찬에 신경 쓸 수 없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더 많은 걸 내놓으라고 요구하면 식재료비가 올라간다고 항의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가짓수를 내놓으면서 남과는 다른 걸 내놓는 것은 반드시 식재료비의 문제는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어차피 경쟁이다. 남과 다른 면을 보여주지 못하면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편하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쉬 따라온다. 남이 하기 힘든 것, 남이 빠뜨린 것을 ‘내 것’으로 만들자. 그게 온전한 내 것, 나의 트레이드마크, 내 외식업체의 핵심 역량, 무기가 된다.

 

‘차별화’를 벤치마킹할 만한 외식업체 10곳

➊ 시금치와 불고기의 조합-새불고기식당(경북 성주)

‘새불고기식당’은 시금치를 쇠고기와 결합해서 시선을 끌고 있다. 시금치파스타가 유행한 적이 있다. 새불고기식당의 시금치는 시금치파스타보다 오래되었다. 쇠고기와 시금치를 결합하는 것은 별도의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시금치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도 높다.

➋ 파김치를 두 종류로-백담갓시래기국밥(강원 인제)

파김치는 인기가 높은 품목이다. ‘백담갓시래기국밥’의 경우, 두 종류의 파김치를 만든다. 파를 흰 부분과 푸른 부분으로 나눈다. 두 부분의 성질이 다르니 파김치를 담글 때의 양념 양이나 성분도 달라야 한다. 각각의 파김치를 담근 다음 같은 그릇에 담아 내놓는다.

➌ 오래된 불판-아성식당(경북 영덕)

‘아성식당’은 바닷가인 영덕의 불고기 전문점이다. 고기가 신선하고 양도 넉넉한 편. 이 가게는 불판이 특이하다. 대부분의 불고기 불판들이 개량형인데 이 집의 불판은 수제로 만든, 구멍이 뚫린 예전 것이다. 식당 주인이 직접 제작한 불판이 이야깃거리가 된다.

➍ 참 쫄깃한 찹쌀누룽지-동원가든(충북 제천)

닭고기 구이, 백숙과 더불어 누룽지가 나온다. 누룽지의 단점은 뭔가 허술하다는 것. 이 집은 허술한 누룽지를 제법 단단한 식감의 찹쌀누룽지로 보완했다. 단골 중에는 닭고기 맛과 더불어 누룽지에 반한 사람들도 많다.

➎ 막걸리 식초로 버무린 서대회-고흥집(전남 여수)

호남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막걸리 식초를 널리 사용했다. 멸치회, 홍어회, 서대회 등에는 늘 막걸리 식초를 사용했다. 여수 바닷가 작은 식당인 ‘고흥집’은 오래전부터 ‘서대회에는 막걸리 식초’라고 내걸었다. 관광객들의 반응도 좋다.

➏ 김장아찌-성내식당(전남 해남)

서울을 기점으로도 퍽 멀지만, 호남에서도 외진 곳이다. 군청 바로 옆의 작은 집. ‘미자탕’으로 유명하지만 ‘성내식당 마니아’들은 이 집의 김국과 김장아찌를 만나러 간다. 큰 양푼에 넉넉하게 주는 김국도 좋지만, 김장아찌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➐ 햇볕에 말린 건조국수-행운집(전북 순창)

예전 시골 터미널 곁의 작고 허름한 식당이다.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인근에서 생산되는 햇별건조국수인 ‘백양국수’를 사용하면서부터. 햇볕에 말리는 국수를 사용하면서 덩달아 이름이 알려졌다. 전국 몇몇 곳에서 생산되는 태양건조국수 사용은 권할 만하다.

➑ 무제한 리필? -산월수제비(서울 대치동)

미리 이야기하면 양을 넉넉하게 준다. 은마상가의 작은 가게인데 양도 넉넉하고 주방에서 막 빚어낸 수제비의 맛도 손색이 없다. 수제비와 칼국수, 칼제비가 메뉴의 전부다. 남기지 않는다면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다. 밀가루는 가격 대비 식재료비 비율이 낮은 편이다.

➒ 11시의 두부-황금콩밭(서울 아현동)

단 한마디로 설명이 가능하다. 매일 직접 두부를 만들고, 오전 11시에는 그날 만든 고소한 두부를 맛볼 수 있다. 이 설명을 듣고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매일 두부 만드는 집’은 최고의 마케팅 포인트다. 물론 실제로 매일 두부를 만들어야 한다.

➓ 묵을 끓여먹는다?-동성분식(경북 예천)

태평추는 탕평채의 서민 버전이다. 안동, 예천 일대에서는 겨울철에 메밀묵에 돼지고기, 김치를 넣고 끓여먹는다. 탕평채와 닮았지만 손님이 직접 끓여먹는다는 점이 다르다. 묵과 김치를 바로 눈앞에서 직접 끓여먹는 것은 대단한 마케팅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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