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탕과 육개장의 미학-냉기류 외교관계 해법 찾기

[음식과 사람 2017-2월호 P.31 Uncut News]

 

따뜻한 육개장 국물처럼

 

editor. 김홍국 정치평론가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영하 15℃를 넘나드는 한파 탓에 아무리 옷을 두껍게 껴입어도 몸을 떨게 하는 한기를 막을 수 없는 것 같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가 낮아진 때문인지 마음은 더욱 스산해진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은 이런 강추위를 방불케 하는 위기신호를 연신 보내고 있다. 미국에는 정치 이단아로서 극단적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했고,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의 극우 행보는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이민자들에게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내온 트럼프에 대한 미국 내 진보층과 이민자들의 반발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강력한 반이민정책을 추진하겠다는 트럼프에 대해 미국인들은 워싱턴D.C., 뉴욕,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등 50개 도시에서 집회와 시위를 열고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를 포함한 이민자들, 인권단체와 여성·노동단체 인사들, 종교지도자, 정치인들은 미국 전역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과 멕시코 간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성토하며 이민자들에 대한 보호를 촉구했다.

백인 노동자층의 증오와 분노를 기반으로 대통령이 된 트럼프 행정부의 급격한 정책 전환으로 미국은 당분간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무역과 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압력에 직면하게 될 한국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아베 정부의 극우 행보도 걱정거리다. 국민적 합의 없이 한일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이뤄진 위안부 합의에 따라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의 압력으로 한일관계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아베 정부의 극단적 행보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베는 최근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전후 70년 평화국가의 행보에 조용한 긍지를 느낀다”면서도 진주만 공습이 불러온 미·일 간 격렬했던 태평양전쟁과 한반도 강제 병합 등 일본의 2차 세계대전 책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아베는 “여기(진주만)서 시작된 전쟁이 앗아간 모든 용사의 목숨, 전쟁의 희생이 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영혼에 영겁의 애도의 정성을 바친다”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의 뜻을 밝히면서도, 이 같은 희생이 일본군의 비열한 기습 공격과 침략적 제국주의 행태에 의해 이뤄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이는 한국과 중국 등 일본의 침략전쟁 피해국은 물론 일본 내 양심세력들이 제기한 전쟁 책임 인정 및 사과, 반성을 거부한 것이어서 한일관계는 물론 동북아 지역 갈등의 불씨로 계속 작용할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격적인 외교 행보도 만만치 않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을 압박하는 중국 정부의 공세나 세계를 상대로 압박하는 러시아 정부의 움직임도 주목 대상이다. 한반도 주변의 열강들 모두가 강력한 외교 공세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답답한 상황이다. 외교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답답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은 역시 음식이다. 소주 한잔에 따뜻한 어묵국과 육개장을 안주로 차가워진 가슴을 달래본다. 따뜻한 어묵 국물을 안주로 소주잔을 앞에 놓고 문학과 예술을 논하던 청춘 시절을 돌아본다.

어묵·스지·토란·곤약·삶은 달걀 등이 푸짐하게 들어간 어묵국, 삶아 찢은 쇠고기에 고사리와 토란 줄기 입맛 따라 넣어 얼큰하게 끓인 육개장 국물로 위안을 삼는다.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지혜와 경륜의 외교와 정책 운영으로 맹추위를 멀리 보내버리고 우아한 봄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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