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IT가 만들어가는 또 다른 외식 세상

[음식과 사람 2016-2월호 World Trend]

 

▲ 사진 = Deliveroo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지금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의 외식시장은 캥거루 한 마리가 단연 화제다. ‘딜리버루(Deliveroo)’라는 이름의 ‘음식 배달’ 전문 회사인데, 외식산업에 새롭게 등장한 이 회사의 성장세가 일취월장 놀랍기 그지없다. 런던에서 시작해 현재 파죽지세로 유럽에 진출하고 있다.

 

editor 정갑식

 

테크놀로지를 장착하고 외식시장에 등장한

‘음식 배달 대행업’

성공한 기업들은 대부분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그 기업을 일군 창업자의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실험정신이다. ‘딜리버루’ 또한 예외가 아니다. 창업자 윌리엄 슈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종인 금융인 출신이다. 더구나 런던은 세계적인 금융 도시가 아닌가.

그런데 윌리엄 슈는 이 직장을 박차고 나와 부르릉부르릉 소리 나는 스쿠터 한 대를 구입해 런던의 첼시 지역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넥타이와 양복을 집어던지고 후진국 이민자들이나 하던 일을 과감하게 시작한 것이다. “왜 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재미있어서”라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스쿠터 1대로 시작,

5년 만에 10억 달러 회사로 성장

런던 첼시 지역에서 2012년 스쿠터 1대로 시작한 윌리엄 슈의 음식 배달 사업은 그후 매년 시장을 확대해가면서 불과 5년여 만에 기업 가치로만 10억 달러(약 1조1837억 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을 한 셈이다. 그 이유는 세계 굴지의 투자 회사들이 이 딜리버루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거액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까지 진출한 딜리버루는 현재 12개국 184개 도시에서 배달하는 사람만 2만 명에 육박하는 외형을 갖춘 거대 기업으로 거듭났다. 더구나 최근에 회사가 유치한 투자금액을 전액 외연 확대에 투자한다고 감안하면, 그리고 향후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전 세계라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딜리버루의 성장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다.

 

[단순 간편함]

주문·결제·배달을 한 번에, 한곳에서

외식시장에서 딜리버루가 하는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말 그대로 ‘음식 배달 대행’이다. 음식을 조리하는 식당과 그 음식을 먹고자 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내용만 보면 아주 단순하다.

딜리버루가 외식산업에 등장하기 전에 영국 사람들은 일일이 식당에 전화해 음식을 주문하고 카드, 현금, 수표 등으로 식대를 지불하고 음식을 배달해 먹었다. 그리고 식당은 자체 배달을 하거나, 그 일대에 상주하는 전문 배달부에게 시간당 혹은 건당 얼마의 돈을 지불하고 음식 배달을 맡겼다.

사실 식당과 소비자 양쪽 모두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과정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기는 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을 이제 딜리버루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신속함]

따뜻한 음식을 최대한 빨리 고객에게 전달

특정 지역이나 식당에 상주하는 ‘배달 대행인 중심’의 기존 음식 배달시장에 딜리버루가 ‘조직과 인력을 갖춘 회사’라는 이름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테크놀로지의 등장이다.

즉, 인터넷의 등장과 더불어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최첨단 프로세스를 장착해 쉽게 주문하고 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외식시장에 도입한 것이다. 예를 들면 특정 지역의 우편번호를 딜리버루 온라인 사이트에 입력하면 식당과 메뉴가 창에 뜨고, 고객이 메뉴를 골라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하면, 해당 식당에서 바로 조리를 해서, 그 지역에 상주하는 딜리버루 직원이 자전거를 타고 신속하게 배달한다.

주문과 배달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서 따뜻하게 조리된 음식을 최대한 빨리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딜리버루가 표방하는 최고의 목표다.

 

[단순한 수익구조]

음식 가격에 배달료 부과

회사의 이익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딜리버루는 음식을 주문하는 모든 고객에게 2.5파운드(약 3700원)를 부과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어차피 음식 가격에 배달료가 부과돼 있고, 또 실제로 음식이 배달될 때 문 앞에서 몇 파운드의 팁을 주는 것이 관례가 돼 있는 영국의 문화를 고려하면 그리 불편한 일이 아니다.

딜리버루는 식당으로부터 일종의 커미션이라고 할 수 있는 돈을 계약상으로 명시하고 받는다. 현재는 단순 배달 대행업을 하기 때문에 수익구조가 아주 간단하지만, 모든 기업이 그렇듯 딜리버루 또한 수익 다각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분산할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딜리버루 레스토랑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진단해도 속단은 아닐 듯하다.

 

[음식점의 편익]

식당은 음식만, 모든 책임은 딜리버루가

그렇다면 딜리버루와 계약을 맺고 배달 서비스를 대행하게 한 식당이 얻는 편익은 무엇일까?

첫째, 주문 전화를 받고 사람을 고용해 배달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일거에 해소된다. 특히 노동력이 비싼 런던에서는 환영받을 일이다.

둘째, 식당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딜리버루가 광고를 해주고 시장을 개척해준다. 지명도 없는 소규모 식당이나 지금 막 시장에 진출한 신규 업소에는 딜리버루가 구세주와 같은 것이다.

셋째, 음식에 대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식당이 질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딜리버루가 해결해준다. 즉, 배달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식당이 알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의 유익]

전 세계 모든 음식이 30분 만에 우리 집에

딜리버루가 도입한 이러한 배달 서비스업의 새로운 시스템이 딜리버루와 식당에만 즐거운 유익이 될까? 그렇지 않다. 소비자들에게도 많은 편익이 있다.

딜리버루 이전에 런던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배달 서비스는 피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딜리버루가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음식 종류는 거의 전 세계 모든 음식이 망라돼 있다.

간단한 피자부터 미셸린 스타를 받은 최고급 레스토랑까지 딜리버루의 온라인 주문으로 배달이 가능하다. 고든 램지, 제이미 올리버 등과 같은 스타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마저 딜리버루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된 셈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웹으로 모든 레스토랑의 메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불과 30분 안에 그 음식이 내 식탁에 올라오니 얼마나 편리한가. 더욱이 전 세계적인 조직망을 자랑하는 우버(Uber) 택시까지 최근에 배달 비즈니스에 뛰어들었으니, 가히 격동기 시대 외식문화의 지각변동을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유럽은 딜리버루와 유사한 형태의 배달 대행업으로 외식시장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한국에서 이 캥거루를 볼 날도 머지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해본다.

다음 호에서 외식시장을 바꾸고 있는 또 다른 기린아들을 만나보자. 무엇이든 미리 알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위험과 손실을 줄이고 기회를 만들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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