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2월호

[음식과 사람 2017-2월호 P.51 Easy Talk]

 

우리 시대 천덕꾸러기 ‘나트륨·당류·트랜스 지방’

 

editor.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

 

나트륨, 당류, 트랜스 지방이 건강을 위해 가능한 한 섭취를 줄여야 할 영양소인 것은 맞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이 셋을 ‘건강 위해(危害) 가능 영양성분’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셋 모두 외식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성분이라는 것이다. 셋은 음식의 맛을 높이는 성분이다.

셋 중 우리 국민이 특히 많이 섭취하는 것은 짠맛을 내는 나트륨이다. 2005년엔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5257㎎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최대 섭취 권장량인 2000㎎을 2.5배 이상 섭취한 것이다.

그동안 외식업계가 펼쳐온 나트륨 줄이기 캠페인을 통해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2014년 3890㎎으로 9년 새 26%나 줄었지만 여전히 WHO 기준을 훨씬 웃돈다. 나트륨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을 비롯해 골다공증, 위암, 만성 콩팥병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당류는 과일(과당), 우유(유당), 채소, 곡류 등 천연식품에 든 천연당과 식품의 제조ㆍ조리 과정에서 넣는 첨가당을 합한 용어다. 당류와 탄수화물을 헛갈려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당류는 탄수화물 중 단순당(포도당, 과당 등 단당류와 설탕 등 이당류)을 가리킨다. 복합당(전분 등)이나 올리고당은 당류로 분류하지 않는다.

우리가 현재 천연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유당, 과당 등 천연당은 하루 25〜50g 정도다. 이는 일상적인 건강한 식생활을 통해 섭취하는 양이므로 줄이기가 쉽지 않다.

당류를 국내 허용 기준 이내로 섭취하려면 첨가당 섭취량을 하루 25〜50g 이내로 제한해야 하나 이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탕, 초콜릿,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요구르트, 과자, 빵 등에 첨가당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첨가당이 많이 든 식품은 열량 외엔 영양적 가치가 거의 없어 흔히 ‘빈(empty) 칼로리 식품’으로 통한다. 첨가당이 많이 든 식품을 즐겨 먹다 보면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건강식품 섭취에 소홀해지기 쉽다.

첨가당은 단순당이어서 체내에서 빠르게 소화ㆍ흡수돼 혈당을 순간적으로 올린다. 이는 췌장에 부담을 줘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 첨가당은 1g당 4㎉의 열량을 내는 데다 맛이 달아 한 번에 많이 먹게 된다. 당연히 비만 위험도 높아진다.

트랜스 지방은 액체 상태의 불포화 지방을 고체 상태로 가공하기 위해 수소를 첨가하는 과정(부분경화)에서 생성되는 지방이다. 혈관 건강에 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 각종 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맥경화 환자에겐 오히려 포화지방보다 더 해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트랜스 지방은 에너지를 만드는 데 쓰일 뿐 다른 용도로는 인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랜스 지방은 영양계의 ‘악동’이지만 나트륨과 당류는 쓰임새도 있다. 나트륨은 칼륨과 함께 신체 전해질 평형에 관여하고, 당류는 사람의 기분을 높여준다.

일부 학계와 산업계에선 식약처가 나트륨, 당류, 트랜스 지방을 ‘건강 위해 가능 영양성분’으로 지정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법적으로 양에 제한 없이 사용을 허용한 영양소를 다시 해를 입힐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것은 혼란과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 등 의원 12명도 최근 ‘건강 위해 가능 영양성분’이라는 부정적·단정적 용어 대신 가치중립적인 ‘건강 유의 영양성분’이란 용어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식품에 든 나트륨, 당류는 성장이나 정상인의 생리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영양성분이며, 적정 섭취 시 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개정안 발의의 근거로 제시했다.

영양계의 ‘천덕꾸러기’인 나트륨, 당류, 트랜스 지방을 최대한 적게 먹어야 한다는 것은 전문가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고객의 입맛을 맞춰야 하는 외식업계엔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나트륨, 당류, 트랜스 지방 줄이기에 나선 정부 정책이 무리수나 갈등 없이 연착륙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