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평론가 황광해의 지면으로 떠나는 벤치마킹 투어

[음식과 사람 2017-2 P.48 Benchmarking Tour]

 

외식업체 대표들은 늘 “어디 가서, 뭐 좀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음식부터 경영 기법까지 배우고 싶은 것은 많다. ‘잘나가는’ 가게 주인은 시간, 경비가 넉넉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영이 어려운 가게는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각 지역별, 음식별로 ‘지면 벤치마킹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사정상 못 가보는 분들이 ‘힌트’라도 얻기를 바란다.

 

editor. 황광해 / photo. 황광해 제공

 

어렵다. 삼각 파고가 겹쳤다. 골이 깊은 불경기에 탄핵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원인이 어느 쪽이든 외식업체의 상처는 깊다. 매출과 손님들의 발길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김영란법’의 타격도 크다.

뇌물 경제, 접대 문화 모두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크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더 이상 버티기가 버겁다고 아우성이다. 새해다. 되짚어보고, 바탕으로 돌아가자. 한식의 바탕은 탕반(湯飯)음식이다. 탕반음식을 되돌아본다.

 

밥과 국,

기본에서 시작하자

‘탕’은 국물, ‘반’은 밥이다. 한식은 탕반, 즉 밥과 국에서 시작한다. 밥과 국은 제사상부터 일상의 밥상까지 늘 나타난다. 우리는 탕반음식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밥상에는 반드시 밥과 국이 놓인다.

“일본에서도 밥과 국을 먹더라”고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일본의 비즈니스호텔 등에서도 밥과 국, 몇 가지 반찬을 내놓는다. 하지만 아침상의 미소시루(된장국) 정도다. 낮이나 밤이나 밥과 국이 그리 흔하지 않고 아침에 국 한 종지를 먹을 뿐이다.

물기 있는 우리 밥상은 밥과 국을 빼고는 성립하기 힘들다. 웬만한 밥상에는 늘 국이 등장한다. 국, 밥, 김치만 있는 밥상도 즐겁다. 탕반음식은 우리의 핏속에 녹아 있는 음식문화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장독대에 물 한 그릇 떠놓고 기원을 올렸다. 어머니의 정화수는 ‘탕반’의 탕이다. 물이다. 우리는 밥을 마련하지 못하면 물 한 그릇으로 정성을 대신했다. 한국 사람들은 탕, 즉 물이 없는 밥상은 ‘국물도 없는’ 것으로 여겼다. 국이 없는 밥을 먹으면 목이 메었다. “국물도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는 매정한 표현이다.

국은 ‘갱(羹)’이다. 대갱(大羹)은 고깃국물이고 국물의 시작이다. 아무런 양념이나 부재료인 채소 없이 국을 끓이면 대갱이다. 대갱은 음식과 국물 중 으뜸이다.

국물에 채소나 양념을 넣으면 화갱(和羹)이다. 한국 사람 밥상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화갱이다. 채소에 고기를 넣고 끓여도 화갱이고 채소만으로 끓여도 화갱이다. 고깃국물, 채소, 생선이나 여러 가지 양념을 더한 것이 모두 화갱이다. 한국 사람들의 밥상에는 화갱이 늘 자리한다.

시래깃국, 김칫국, 배춧국, 무국, 시금칫국, 토란국, 아욱국, 근댓국 그리고 해조류를 넣은 미역국, 톳을 넣은 국, 몸국(모자반국)과 해산물을 이용한 북엇국 등 숱한 국물 음식이 있다. 이 모든 것이 ‘단품 음식’으로 외식업체의 주요 메뉴가 될 수 있다. 실제 몇몇은 외식업체의 히트 메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식업체로서는 ‘밥+국+밑반찬 몇 가지’의 백반이나, ‘밥+특별한 국+밑반찬 몇 가지’의 단품 음식은 주요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계절별 특선 국밥’도 가능하다.

국물 맛집, 국물로 이름을 날린 몇몇 외식업체를 소개한다.

 

탕반음식을 벤치마킹할 만한 맛집 10곳

 

➊ 북엇국-진시황(서울 마포)

10평 언저리의 아주 작은 가게다. 이름이 재미있다. ‘진하고 시원한 황태북엇국’이다. 철원오대미를 사용한다. 손님들이 쌀과 밥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아들, 밥은 먹고 다니냐?”고 써 붙인, 아버지의 마음이 마케팅 포인트다. 훈훈한 집밥의 이미지.

 

➋ 오징어내장탕-구구식당(경북 울릉도)

식재료만 구할 수 있다면 재미있는 아이템이다. 오징어 내장으로 탕을 끓인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드물다. 생선 내장탕보다 오징어내장탕은 담백하고 푸짐하다. 수준급의 식재료만 구할 수 있다면 대박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➌ 갓시래기국밥-처갓집 갓김치식당(전남 여수)

갓김치를 두 종류로 내놓는다. 잘 익은 것과 갓 담근 것. 두 종류를 모두 내놓고 손님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한다. 인근에 비슷한 가게가 많아 마치 ‘갓김치 단지’ 같다. 갓시래기로 끓인 국밥이 마케팅 포인트이자 차별화 포인트다.

 

➍ 태평추-통명식당 전통묵집(경북 예천)

태평추는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강하다. 메밀묵과 돼지고기, 신 김치를 넣고 끓여 먹는 단순한 음식. 메밀묵과 김치, 고기의 감칠맛이 잘 어우러진다. 외식업체 아이템으로 권할 만하다. 김치, 돼지고기, 메밀묵은 사시사철 구할 수 있는 식재료다.

 

➎ 콩나물국밥-일해옥(전북 익산)

전주, 익산, 군산 일대 중에서도 ‘일해옥’은 마니아층이 많은 수준급 콩나물 전문점. 이 집 음식의 포인트는 짙게 우려낸 멸치 육수와 가게에서 손수 마련한 국산 고춧가루. 큰 솥의 뚜껑에 쟁반을 놓고 고추를 말려서 가루로 만든다.

 

➏ 섭장칼국수-도원촌(강원 양양남)

섭장칼국수는 홍합과 고추장을 섞은 국물에 칼국수를 말았다. 싱싱한 홍합도 좋지만 반건 혹은 건조 홍합도 좋다. 감칠맛이 나는 고추장을 풀고 칼국수를 넣으면 해장용으로도 아주 좋다. 바닷가 어업인들의 아침 해장국이라는 스토리도 있다.

 

➐ 콩탕-우리옥(인천 강화)

60년의 업력을 넘긴 백반 전문점이다. 이 집의 마니아들은 반찬 하나하나가 모두 맛있지만 콩탕(비지탕)과 미역국을 으뜸으로 손꼽는다. 계절에 따라 미역국이 김칫국, 우거짓국으로 바뀌기도 한다. 단일 메뉴로 ‘미역국 백반’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말할 정도.

 

➑ 돼지국밥-성화식당(대구 신암동)

30년 이상 돼지국밥을 내놓고 있다. 도심에 있지만 돼지 뼈를 직접 고아낸다. 가게 앞에 가마솥을 걸 여유 공간이 있다. 인근 대학교 교직원들이 단골이었고, 방송에 소개된 후 외지 손님도 상당히 늘었다. 맑은 국물이 마케팅 포인트.

 

➒ 미역국-남경미락(제주도)

다금바리 회가 유명한 집이다. 이곳의 미역국을 먹어본 이들은 최고의 메뉴로 손꼽는다. 다금바리나 돌돔 등의 뼈와 살, 머리를 넣고 푹 고아낸 국물이 일품이다. 생선 전문점의 메뉴 중 하나. 홈쇼핑 등에서 미역국을 상품으로 내놓자고 제의를 받을 정도다.

 

➓ 만두국밥-이북식 만두식당(인천 청천동)

만둣국인데 특이하게 만두국밥이라고 부른다. 손님들이 만둣국에 바로 밥을 말아서 만두를 터뜨려 먹는 경우가 있다. 이 집은 주방에서 미리 만둣국에 밥을 말아서 내놓는 식이다. 국밥 위에 돼지고기 무친 것을 고명으로 얹는 것도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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