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3월호

[음식과 사람 2017-3 P.53 Easy Talk]

 

대세는 '라이트'와 '제로'

 

Editor. 박태균

 

요즘 식품업계가 자주 사용하는 영어 단어가 ‘라이트(Light 또는 Lite)’와 ‘제로(Zero)’다.

대개 칼로리나 지방, 나트륨, 트랜스 지방, 콜레스테롤 등 소비자의 인식이 부정적인 것들 앞에 수식어처럼 붙인다. ‘우리 제품엔 해당 성분이 적거나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사용한다.

미국에서 ‘라이트’라는 표시가 붙은 스낵 제품이 등장한 것은 십수 년 전이다. 이런 표시를 처음 본 소비자는 열광했다. 고칼로리 스낵을 사서 먹고 있다는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였다.

‘라이트 담배’를 피우면서 ‘나는 할 만큼 했어’라거나 ‘(라이트니까) 훨씬 독성이 약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며 안심하는 흡연자의 심리와 별로 다를 바 없다. 당시 ‘라이트’라는 표시는 칼로리가 ‘가볍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칼로리는 오히려 기존 스낵보다 높았다. 식감만 가볍게(바삭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라이트’였다.

이런 소비자의 혼란을 덜어주기 위해 식품에 ‘라이트’라는 표시를 할 수 있는 기준을 미국 정부가 1999년 새로 제시했다. 기존의 식품보다 열량이 3분의 1 이하이거나 지방 함량이 2분의 1 이하인 식품에 대해서만 ‘라이트’라는 표시를 허용한 것이다.

‘비만 왕국’인 미국 등 서구에선 ‘라이트’라는 표시가 제품 판매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성인의 90%가 라이트 식품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라이트’나 ‘제로’라는 표시를 선호하는 것은 우리 식품업체도 마찬가지다. 콜라 등 탄산음료나 맥주, 스낵 등의 라벨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국내에서 라이트 제품이 최근 각광을 받는 것은 한국인의 비만율이 매년 증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비만은 바쁜 현대생활에서 불가피한 식생활의 서구화와 운동 부족 탓이다.

사람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식품, 즉 음식을 통해 얻는다. 활동에 쓰고 남은 칼로리는 체지방의 형태로 저장된다. 우리가 매일 필요로 하는 칼로리는 기초대사량(60〜70%), 활동대사량(20〜30%), 식품 이용을 위한 칼로리 소모량(10%)의 합이다.

이 중 기초대사량은 체온 유지, 심장 박동, 세포 활동 등을 위해 소비되는 최소한의 에너지를 말한다.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소비되는 열량이다. 일반적으로 기초대사량은 나이가 어리거나(성장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거나(근육량이 많아져서) 날씨가 추울 때(체온 유지를 위해) 증가한다.

활동대사량은 밥 먹기, 책 읽기, 걷기 등 실제 활동에 소모하는 칼로리다. 식품 이용을 위한 에너지 소모량은 우리가 식품을 섭취한 후 소화시키거나 흡수시키는 데 필요한 열량이다. 식사를 하면 몸에서 열이 나는 것은 이 칼로리 때문이다.

성별, 나이, 활동량에 따라 매일 필요로 하는 칼로리가 다르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하루 필요 열량은 남성 2600㎉, 여성 2100㎉ 정도다.

칼로리를 이보다 훨씬 많이 섭취하거나 활동을 줄이면(활동대사량 감소) 비만해진다. 특히 중년 이후엔 기초대사량, 활동대사량은 적어지는데 먹는 양과 습관은 그대로여서 살이 찌기 쉽다. 미국에선 비만 예방을 위해 ‘칼로리가 문제(Calorie Count)’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요즘은 외식업체에서 제공하는 음식에도 칼로리 표시를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나트륨, 당류, 트랜스 지방을 건강 위해(危害) 가능 영양성분으로 지정했다. 이 중 칼로리 과다 섭취와 직접 관련이 있는 성분은 당류다. 액상과당, 설탕, 물엿 등 당류를 최대한 적게 쓰고도 음식의 맛을 낼 수 있는 조리법, 즉 ‘라이트 음식’을 찾는 데 외식업계가 관심을 더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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