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3월호

[음식과 사람 2017-3 P.43 Uncut News]

 

콩나물국 같은 ‘시원하고 따뜻한’ 지도자를 기다리며

 

 

- Editor. 김홍국 정치평론가

 

마음이 답답하고 춥다. 국민들의 마음이 스산하다. 나라는 대통령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과 국기 문란 사태로 비틀거리고 있다. 경제는 위기에 직면해 있고, 민생은 고통스럽다. 믿을 만한 지도자도 없고, 존경할 만한 어른도 보이지 않는다.

직장에서는 40대면 명퇴 이야기가 나오고, 신입사원을 뽑는 기업도 드물어 청년실업은 사상 최악이다.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시인 정호승은 ‘희망은 아름답다’라는 시를 통해 희망의 힘을 설파한다.

“창은 별이 빛날 때만 창이다/ 희망은 희망을 가질 때만 희망이다/ 창은 길이 보이고 바람이 불 때만 아름답다/ 희망은 결코 희망을 잃지 않을 때만 아름답다/ 나그네여, 그래도 이 절망과 어둠 속에서/ 창을 열고 별을 노래하는 슬픈 사람이 있다/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희망을 낳지 않는데/ 나그네여, 그날 밤 총소리에 쫓기며 길을 잃고/ 죽음의 산길 타던 나그네여/ 바다가 있어야만 산은 아름답고/ 별이 빛나야만 창은 아름답다/ 희망은 외로움 속의 한 순례자/ 창은 들의 꽃/ 바람 부는 대로 피었다 사라지는 한 순례자”(정호승, ‘희망은 아름답다’)

절망 속에서 희망은 더욱 아름답게 피어나는 법이다. 맹추위의 길을 걸어 장터에 들러 따뜻한 콩나물국을 마시는 순간 추위는 환희로 바뀐다. 우리는 계절의 전환기가 되면 추위에 맞서 우리를 따뜻하게 해줄 ‘콩나물국’ 같은 희망의 온기를 기대하곤 한다.

“파는 숭숭 썰어놓고/ 마늘은 칼 손잡이로 찧어 넣어야지/ 입맛에 따라 고춧가루 한 숟가락 퍼 넣으면/ 뜨건 밥 말아 신 김치 얹어 먹기 알맞다/ 만취한 다음 날은/ 술과 세상에 상한 속을 어루만지기 좋지만/ 꼭 술 탓만이 아니다/ 천 원어치도 안 될 국 한 그릇이/ 그러니까 당신과 내 생활이다/ 콩나물국 한 그릇 먹는 일에/ 눈물 비치는 일도 더러 있다면/ 가난도 절망도 이제 한 식구라는 얘기/ 뭔가에 틀어막힌 몸 안의 길도/ 어 시원하다, 단 한마디에 터지는데/ 콩나물국/ 꼭 돈 없을 때 먹는/ 싼 밥상이라 말하지 말자/ 이건 당신과 내 사랑이다/ 살 더워지는 것/ 그래서 다음 날 아침 햇빛 속으로/ 성큼성큼 길 떠나게 하는 것은/ 지상에서 가장 뜨겁고 가난한 밥상에 마주 앉는 일/ 내 식으로 말하면/ 함께 콩나물국에 밥 말아 먹는 일이다/ 내 사랑은 말이다”(시인 황규관, ‘콩나물국’)

콩나물국의 맑은 장국은 지친 술꾼의 위를 따뜻하게 위로한다. 양념한 소고기를 넣은 장국이 끓을 때, 콩나물과 파를 넣고 끓여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어머니의 요리법은 신기에 가깝다.

소고기를 넣지 않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담백하게 먹을 수도 있고, 된장을 풀어 토장국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는 콩나물국은 지상의 삶을 행복하게 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는 콩으로 만든 세 가지 재료인 콩나물, 된장, 두부에 명태나 북어를 넣고 끓여 ‘삼태탕(三太湯)’이라 부른다고 기록돼 있다. 군침이 돈다.

과거 겨울철 채소가 부족한 시절 비타민C가 들어 있는 콩나물국은 겨울철에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하는 좋은 음식이기도 했고, 맛이 담백하고 국물이 시원해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시인의 속을 달래는 해장 음식이 되기도 했다.

어렵고 힘든 세상이 계속되다 보니 콩나물국 같은 시원하고 따뜻한 향이 더욱 그리워진다. 나라의 기강과 국정 시스템이 마비된 참담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목도하며,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콩나물국 같은 따뜻하고 정답게 소통하는 바른 지도자를 뽑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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