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3월호

[음식과 사람 2017-3 P.54 World Trend]

 

IT 기반 레스토랑 예약 대행업체 ‘오픈테이블’의 성장세가 놀랍다. 미국의 프라이스라인 그룹이 겨우 5년밖에 안 된 이 신생 회사의 인수 자금으로 2조6500억 원을 지불했다니 그 행보가 주목되는 건 당연지사. 인터넷 예약을 넘어 이제는 레스토랑 경영 전반에까지 비즈니스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오픈테이블의 성공 이유를 살펴보고 변화되는 외식업계의 미래도 함께 생각해보자.

 

Editor. 정갑식

 

 

5년 된 인터넷 예약 대행회사 몸값이 2조6500억 원?

- 외식업의 잠재성+인터넷 기반 예약 대행업의 가치 인정받은 ‘오픈테이블’

2014년 6월 13일 온라인을 기반으로 여행 및 여가 관련 사업을 하는 미국의 프라이스라인(Priceline) 그룹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레스토랑 예약 대행업체 ‘오픈테이블(OpenTable)’을 인수했다.

놀랍게도 겨우 5년밖에 안 된 신생 회사의 인수 자금으로 26억 달러(한화 2조6500억 원)라는 거금을 지불하기로 약정한 것이 큰 화제가 되었다. 온라인 비즈니스가 새로운 사업군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프라이스라인 그룹이 유사 업종을 그룹의 주요 사업으로 삼아 덩치를 키워오기는 했지만, 당시의 인수 금액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70.43달러에 지나지 않던 주식 가격이 인수 발표 후 104.48달러까지 치솟았다. 외식업이 가진 잠재성, 그리고 인터넷 기반 예약 대행업의 비즈니스 확장성을 투자 가치로 평가했음이 틀림없다.

프라이스라인 그룹이 그 엄청난 몸값을 지불하고 오픈테이블을 인수한 지 2년 반이 지난 지금, 오픈테이블은 자신의 몸값에 상응하는 몫을 하고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미국에서 출발한 오픈테이블은 현재 캐나다와 멕시코, 독일, 프랑스, 영국, 그리고 일본에까지 진출했다. 오픈테이블에 가맹된 레스토랑이 전 세계에 걸쳐 4만여 개에 달하고, 매달 2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오픈테이블을 통해 좌석을 예약한다.

확장일로에 있는 오픈테이블의 위력, 그리고 인터넷 예약을 넘어 이제는 레스토랑 경영 전반에까지 접근하고 있는 회사의 전략을 미루어볼 때, 오픈테이블은 분명 외식업계에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제국을 꿈꾸고 있음이 틀림없다.

 

오픈테이블의 성공 이유?

-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5가지 편의성

그렇다면 매달 2000만 명이 오픈테이블의 인터넷 예약 시스템을 이용해 음식점을 방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한 번에 해결되는 편리함

회원들이 이름과 비밀번호로 접속해 오픈테이블이라는 인터넷 세상에 들어오면, 예약할 때 필요한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된다. 몇 명이, 어느 음식점에서, 어떤 음식을, 얼마나 지불하고, 어떤 서비스를 받을 것인지 몇 번의 클릭으로 고민 없이 해결할 수 있다.

2. 고객들의 철저한 평가→ 검증된 음식점 자료

오픈테이블은 레스토랑 평가에 대한 검증이 명료하고 뛰어나다. 외식이 사교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서양 사람들은 레스토랑에 대한 리서치에 철저하다. 음식, 서비스, 분위기 등과 같은 모든 요소를 알고 싶을 때 고객들이 남긴 리뷰를 세밀하게 읽어본다. 고객이 남긴 후기들을 누적 데이터화하는데 100% 추천, 70% 추천, 50% 추천 등 구체적인 통계는 가혹할 정도다. 영국에서 통계로 잡힌 리뷰만 해도 매달 75만 개이다. 물론 오픈테이블 웹사이트에서 모든 후기를 다 읽을 수 있다.

3. 확실한 포인트 보상제도

오픈테이블은 더 많은 회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포인트 누적 보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모든 회원들이 1회 예약을 할 때마다 100점의 포인트를 받는다. 이 점수가 2000점이 넘으면 기프트 카드를 주는데, 일종의 식사권이다. 이 기프트 카드는 가맹 레스토랑 모든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일반 백화점이나 대형 마켓에서 일반화된 포인트 제도를 오픈테이블에서 과감히 도입한 것이다.

4. 선물용으로 환영받는 ‘레스토랑 상품권’

오픈테이블은 ‘e-기프팅 프로그램’으로 회원들에게 새로운 혜택을 주고 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특별한 날에 선물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이 상품권의 평균 액면가는 80파운드(약 12만 원)이다. 영국 사람들은 유럽인들 중에서도 특히 외식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1인당 1회 평균 외식비가 30~50파운드 정도인 것에 비교해볼 때 큰 액수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기프트 카드가 잘 활용되고 있다는 증거다.

5. 폭넓은 선택권→ 전 세계 가맹 음식점 4만 곳

오픈테이블의 가맹점 레스토랑이 전 세계에 4만 개나 있다. 여행과 비즈니스 출장이 광범위해진 오늘날 타지에서의 레스토랑 예약은 해결해야 할 큰 난제이다. 오픈테이블에 가입한 회원이라면 지구촌 어디에 있더라도 걱정 없이 레스토랑 예약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

 

인터넷 예약을 넘어 경영 솔루션까지, 사업 다각화 모색하는 오픈테이블

그렇다면 레스토랑 입장에서 오픈테이블이 필요한 이유는 무얼까? 먼저 오픈테이블의 인터넷 기반 예약 대행 비즈니스는 ‘단순 일반예약 비즈니스 모델’과 ‘IT 융합 ERB예약 비즈니스 시스템’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유형의 비즈니스 모델은 오픈테이블과 레스토랑이 맺는 계약일 뿐, 오픈테이블에 가입한 회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순 일반예약 비즈니스 모델’은 말 그대로 간단하다. 오픈테이블 웹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이 사이트를 통해 레스토랑 검색을 한 뒤 형편에 맞게 예약을 한다. 그러면 오픈테이블은 회원사로 가맹된 레스토랑(영국에는 현재 5100개의 레스토랑이 가입해 있다) 중 해당 레스토랑에 자동전화와 메일로 예약 상황을 전달한다. 레스토랑은 예약자 1명당 약정된 계약에 따라 오픈테이블에 비용을 결제하는데, 현재 1명당 1.50파운드(약 2100원)를 월말에 지불한다.

‘IT 융합 ERB예약 비즈니스 시스템’은 오픈테이블이 가맹점 레스토랑에 효율적 경영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좀 더 복잡하고, 사업 구조나 수익 발생도 높다. 먼저 시스템을 살펴보면, 오픈테이블과 레스토랑에 특별한 태블릿(ERB : Electronic Reservation Book)을 제공한다. 이 ERB를 통해 예약 과정, 고객 관리, 마케팅, 심지어 레스토랑 메뉴와 경영에 관한 모든 것을 제공받는다.

계약 당시 레스토랑이 시스템 설치 비용과 초기 교육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데, 이 비용은 레스토랑의 좌석 규모와 메뉴, 종업원의 역량에 따라 각각 차별 적용된다. 영국에서는 평균 약 600파운드(약 90만 원)의 초기 비용을 지불한다. 오픈테이블은 이 솔루션 서비스 사용료를 매달 가맹점으로부터 받는다.

 

손님뿐 아니라 가맹점도 만족하는 이유?

- 오픈테이블이 가맹 음식점에 제공하는 6가지 편의성

그렇다면 오픈테이블은 가맹점 레스토랑에 무엇을 제공할까?

1. 네트워크로 고객 모으기

오픈테이블은 방대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을 모아주는 일을 대행한다. 레스토랑은 오픈테이블이 만들어놓은 인터넷 세상에 모인 고객들을 그냥 맞이하기만 하면 된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자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활용도는 낮다. 그러나 오픈테이블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음식 백화점에 본인의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으니 찾아오는 손님들만 맞이하면 되는 셈이다.

2. 효율적 경영을 위한 솔루션 제공

최적의 효율적 경영을 도와준다. 특히 ERB 솔루션 서비스를 받는 레스토랑에 예약 관리, 테이블 관리, 고객 관리(고객의 나이, 음식 취향, 식사 비용, 선호하는 테이블까지 모든 사항을 파일로 보관), 전자우편 판촉, 특별 마케팅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3. 인터넷 노출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 대행

ERB 솔루션 서비스를 받는 레스토랑에 다양한 방법으로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을 대신해준다. 예를 들면 셰프가 창출한 특별한 메뉴, 그 식당만이 가지고 있는 건강한 음식, 즉 로컬푸드를 회원들에게 공지한다. 특별한 날에 발행하는 오픈테이블 기프트 카드 행사도 펼친다. 개별 파티나 단체 파티에 대해 구상을 하고 인터넷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특히 오픈테이블이 가맹점 레스토랑을 구글이나 야후 등과 같은 거대 인터넷 시장에 검색 엔진을 통해 노출시키는 광고(Pay Per Click Advertising) 시스템은 비장의 무기와도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4. 예약 시스템 24시간 운영

인터넷 예약 시스템 운영은 24시간 오픈되어 있다. 레스토랑 영업은 통상적으로 밤 11~12시경이면 끝나지만, 영업은 끝이 나도 오픈테이블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에서 고객들은 24시간 드나들면서 예약을 한다. 통계상으로 볼 때 오픈테이블 예약의 26%가 저녁 10시에서 다음 날 아침 10시 사이에 이뤄진다.

5. 인터넷 환경이 가능한 모든 곳에서 노출

오픈테이블 가맹 레스토랑은 인터넷 환경이 가능한 모든 곳에서 노출된다. 즉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안드로이드, 애플, 블랙베리, 윈도폰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첨단 IT 관련 환경과 연계돼 있어 오픈테이블과 가맹을 맺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접근이 가능하다.

6. 외부에서도 파악할 수 있는 원격 경영

ERB 시스템은 원격 경영이 가능하다. 즉, 가맹점 레스토랑 주인이 레스토랑에 없어도 외부에서 현재 레스토랑의 고객 현황, 제공되는 음식, 테이블 점유율 등 현장에서 진행되는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 자유경제를 표방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초기에는 모든 재화를 생산하는 사람이 주도권을 행사하다가, 현재는 그 재화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어떤 경우에도 중간에서 유통을 하는 단계의 제3자가 생산자(레스토랑)와 소비자(손님)를 매니지먼트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픈테이블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이들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절묘한 성공을 이루어가고 있다.

IT 기반 외식산업의 놀라운 진격 속에서 우리 외식업자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다음 호에서 함께 고민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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