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3월호

[음식과 사람 2017-3 P.88 Food & Ingredient]

 

▲ 이미지 = Pixabay

인삼은 오래전부터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영약으로 인정받아왔다. 기력을 찾게 해주는 인삼은 왕실의 필수 보약으로 사용되었다. 부와 권력을 쥔 제왕들의 꿈은 영생이었고, 인삼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불로초였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꾸던 진시황이 찾아 헤맨 약초가 고려인삼이었다는 사실도 전해지고 있다.

 

editor. 강보라 

 

아침저녁으로 변덕스럽게 바뀌어대는 날씨는 물론 황사와 미세먼지 탓에 면역력에 비상이 걸렸다. 면역력이 부족하면 오는 병을 막을 수 없다. 면역력을 키우는 데 좋은 음식들이 많지만 인삼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인삼은 면역력 증진을 도와 몸을 튼튼하게 한다.

또한 피로 및 스트레스 해소 효능이 탁월해 평소에도 꼭 필요한 건강식품이다. 고기와 당분, 고염도의 음식에 노출된 현대인은 혈액순환 장애나 각종 심혈관 계통의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데, 이럴 때 인삼을 섭취하면 혈소판 응집 억제를 통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수험생이나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군의 사람이라면 인삼의 원기 보강만큼 중요한 것이 기억력 개선이다. 인삼은 오래전부터 두뇌 건강과 기억력 개선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식품이다. 미용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도 인삼이 도움을 준다. 피부, 시력, 뇌 활동 등 세포의 노화 예방에는 항산화가 중요한데, 인삼은 뛰어난 항산화 작용을 하는 식품으로 노화 예방 효과가 탁월하다.

 

인삼을 수확한 땅은 최소 10년 지나야 인삼 재배 가능?

- 인삼이 땅의 기운을 그만큼 강력하게 흡수하기 때문!

인삼의 명성은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고려인삼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인삼의 학명은 ‘파낙스 진셍(Panax Ginseng)’으로, Panax는 ‘모든 것을 낫게 한다’는 뜻이다. 고려인삼은 효능이 다양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진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만고불변의 건강 법칙은 ‘머리는 차게, 배는 따뜻하게 하라’는 것이다. 인삼은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대표적인 약초이다.

<동의보감>에는 “인삼은 오장(五臟)의 기가 부족한 것을 보한다. 인삼은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몹시 여위고 기운이 약해진 것을 치료한다”라고 적혀 있다. 보통 식물의 뿌리는 몸 체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지만 주 기능은 땅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이다. 사람의 소화기 역시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것이 주목적인데, 뿌리채소를 섭취하면 소화 기능이 좋아진다.

그런데 인삼은 여타 뿌리와 다른 점이 있다. 땅의 기운을 매우 강력하게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벼, 보리, 옥수수, 고구마 등의 작물은 수확한 땅에 매년 심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시금치, 파, 콩 등은 1년을, 감자, 오이, 땅콩 등은 수확한 땅에 2년의 휴지기를 둬야 잘 자란다.

그런데 인삼을 수확한 땅은 최소 10년이 지나야 그 땅에 다시 인삼을 심을 수 있다. 인삼이 땅의 힘(地力)을 얼마나 많이 빨아들이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삼은 마르고 기운이 없는 사람에게 특히 좋다. 같은 양을 먹어도 흡수하는 영양분의 양이 2, 3배로 많아져서 살도 찌고 기운도 나는 것이다.

 

세계에서 삼을 재배하지만 ‘인삼’은 한국뿐?

- 유독 한국 삼만 사람[人]을 닮았기 때문!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삼을 재배한다. 하지만 그 모양이 우리나라 인삼과 다르다. 유독 우리나라의 삼만 사람을 닮았기 때문에 한자로 표기할 때 사람 ‘인(人)’ 자를 써서 ‘인삼(人蔘)’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삼은 모양이 대나무 마디와 같이 가늘고 길게 자라 죽절삼(竹節蔘), 중국삼은 삼칠삼(三七蔘), 미국삼은 화기삼(花旗蔘)이라 부른다. 최근에는 남반구의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고려인삼 종자로 인삼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종자는 같지만 토양과 기후가 다른 지역에서 나온 인삼의 약성이 고려인삼과 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삼은 예로부터 고려인삼을 최고로 쳤다. 이는 토양과 기후, 인삼 재배에 들이는 정성에 따른 것이다. 고려인삼이 최고인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위치다. 한반도는 북위 33도와 43도에 걸쳐 있다. 이는 인삼 생육에 가장 좋은 위도다. 보통 36~38도 사이에 인삼 주산지가 많이 있다.

둘째, 한국은 길고 좁은 반도로 되어 있어 국토 양측에서 해양성 바람이 불어온다. 이는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 인삼 생육에 최적의 기후이다. 셋째는 토양의 차이다. 한국은 예정지를 선정해 1년 이상 유기농법에 의해 인삼이 잘 자랄 수 있는 토질을 만들지만 미국, 캐나다, 중국 등은 산간지역을 개간해 예정지 관리 없이 직파한다.

넷째로는 종자를 고르고 심는 방식이 다르다. 종자를 채집할 때 한국은 수작업을 통해 좋은 종자를 가려 따내고 다시 체로 걸러 굵고 실한 것만 골라 재배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노동력 절감을 위해 종자를 고르지 않고 기계로 직파한다. 우수 종자를 가려낼 단계가 없는 것이다.

다섯째, 고려인삼은 1년 만에 모종삼을 캐서 이식하는 데 반해 생육기간이 짧은 중국은 1년 만에 이식 재배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2, 3년 정도 지나 모종 삼을 본 밭에 이식하기 때문에 동체가 길어지고 갈림 뿌리는 짧아져 사람 모양을 갖추지 못한다. 동체가 짧고 갈림 뿌리가 사람의 팔, 다리처럼 쭉 뻗어 각 부분이 고르게 잘 발달한 사람을 닮은 고려인삼과는 다른 형태로 자란다. 한국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최상의 재배법으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품질의 인삼을 재배하고 있다.

 

수분 75%로 보관이 어려운 인삼… 곰팡이 없애려다 탄생한 게 홍삼?

- 장기 보관 위해 쪄서 말린 것이 홍삼! 영양 높고 20년까지 보관 가능

인류가 처음 접한 것은 산삼이었다. 고대 문헌이나 고려~조선시대 기록에 나오는 인삼은 모두 산삼을 가리킨다. 야생에서 자라던 산삼은 약용식물로서의 가치가 높아지고 국가에서 대량으로 거둬들이면서 점차 고갈되었다.

산삼이 귀해지기 시작하면서 민중들에게 고단함을 안겨주는 식물이 되었다. 산삼은 삼국시대부터 진귀한 약재로 각 지방마다 한 해에 국가에 납부해야 할 물량이 정해져 있었다. 산삼 공물에 대한 부담이 커서 이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가는 백성들까지 생겨났다. 인삼 재배시기를 알려주는 문헌은 없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인삼 재배와 관련된 기록들이 많이 나타난다. 조선에 이르러 인삼 재배 기술이 일반화되면서 15세기 전후에 인공 재배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인삼은 땅에서 캐낸 수삼에서부터 가공 방법에 따라 백삼과 홍삼 등으로 다양하게 나뉜다. 수삼은 인삼을 땅에서 캐낸 원형의 인삼을 말한다. 흔히 인삼 하면 이 수삼을 가리킨다. 수삼은 수분 함량이 75% 이상으로 장기 보관이 어렵다. 백삼은 4년근 수삼의 껍질을 살짝 벗겨내고 햇볕에 말려 제조한다.

수분 함량이 14% 이하가 되도록 가공한 원형 유지 인삼으로 형태에 따라 직삼, 반곡삼, 곡삼 등이 있다. 홍삼은 수삼을 장기간 저장할 목적으로 수증기로 찐 다음 건조시킨 담적홍 갈색의 인삼을 일컫는다. 증삼과 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서 수분 함량이 14% 이하가 되도록 가공하는데, 제조 과정 중 갈색화 반응이 촉진돼 짙은 갈색의 색상을 띠게 되며 단단한 형태로 길게는 20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중국 사람들은 홍삼이 오래될수록 효능이 높다고 믿어 오래된 홍삼일수록 값이 더 나간다. 실제로 홍삼은 오래될수록 특유의 향이 짙어진다. 홍삼이 상용화되기 전에는 밭에서 캐낸 수삼이 주로 사용되었는데, 수삼은 수분 함량이 높아 상온에서는 일주일 이상 보관이 어려워 상품 가치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따라서 임금에게 진상하거나 중국에 조공품으로 바칠 경우 운반 도중에 곰팡이가 피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장기 보관을 위한 방법이 시도되면서 홍삼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보관상 이유에서 만들어진 홍삼이 효능 면에서도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약용의 주성분인 사포닌은 인삼 표피에 많이 함유돼 있고 중심의 목질부에는 적기 때문에 표면의 엷은 껍질을 벗겨내고 만들어진 백삼은 그만큼 사포닌 양이 적어진다.

이에 비해 홍삼은 껍질째 찜으로써 사포닌을 다량 함유하고 열 때문에 전분이 호환되어 장기 보존이 가능해진다. 이로써 품질이 안정될 뿐만 아니라 찌는 과정에서 홍삼 특유의 사포닌이 형성되며 휘발 성분도 제거된다.

약용 효과로는 흔히 6년근 인삼을 최고로 치는데, 식물학적으로 6년근을 완숙기로 보기 때문이다. 7년생 이후부터는 오히려 뿌리의 표피가 거칠어지고 목질화되어 미관상으로나 조직적인 측면에서 품질이 떨어진다. 6년근에 대한 선호와 신뢰는 선조들의 농사 경험과 인삼 섭취로 얻은 임상실험의 결과였을 것이다.

 

교황청 근위병들이 한국에 고려인삼 구입을 문의했다?

- 교황, 미테랑 대통령, 스콜피온스 등 세계 명사들이 사랑한 인삼!

<조선왕조실록>에는 왕이 위독하거나 왕족의 피로 회복이 필요할 때 인삼이 처방된 내용이 자주 나온다. 조선시대 최장수 왕인 영조는 82세까지 살았는데, 영조는 자신의 건강 비결을 인삼의 정기라고 생각해 72세 되던 한 해 동안 20여 근의 인삼을 먹는 등 1752년부터 1766년까지 무려 100여 근의 인삼을 복용했다고 한다.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은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생명을 인삼이 연장시켜준 것도 유명한 일화이다. 1995년 대통령 재임 중에 암 선고를 받은 미테랑 대통령은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힘겨운 투병 생활을 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정상회담이 불투명할 정도로 병세가 심각했다. 당시 미테랑 대통령은 항암 효과에 인삼이 좋다는 소식을 접하고 타계 직전까지 인삼을 복용했다고 한다. 결국 암을 이기지 못했지만, 3개월 시한부 생명을 6개월 이상 연장시킨 것은 인삼의 힘이었다.

이런 명성 덕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의 저명인사들은 인삼을 앞다퉈 찾는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인삼을 사랑한 유명인사 중 한 사람이다. 말년에 파킨슨병과 노환을 앓던 교황이 의지한 것이 인삼이다. 교황이 좋아한다는 소문에 힘입어 바티칸의 주교들과 다른 나라 대사들에게도 인삼 열풍이 불었다. 한국대사관 리셉션에서는 인삼을 이용한 요리가 빠지지 않았고, 고려인삼 제품을 구하고 싶다는 외국인들의 문의도 줄을 이었다.

심지어 교황청 근위병들까지도 대사관에 고려인삼을 구할 방법을 문의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록그룹 스콜피온스도 인삼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2001년 데뷔 30주년을 맞아 내한한 스콜피온스에게 한국 하면 가장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고려인삼(Korean Ginseng)”이라며 “인삼을 먹으면 몸이 강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은 누구나 인삼을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왕실이나 귀족계급이 아니면 인삼을 구경할 수조차 없었다. 중국에서도 인삼은 금값에 맞먹는 가격이었다. 일반인들도 신비의 영초로 알려진 인삼을 찾아 인삼 수요와 공급에 심각한 불균형이 빚어졌다.

당시 중국에서는 부모의 병이 위급할 때 인삼을 살 돈이 없으면 약재상에 가서 고려인삼을 빌려다 병상에 진열해놓고 문병 온 사람에게 자기의 효성이 지극함을 과시할 정도였다.

일본에서도 인삼은 매우 귀중한 약재였다. 인삼은 죽어가는 사람도 살려낼 수 있을 정도의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됐는데, 일본 국민문학인 <주신구라((忠臣藏)>에도 다 죽게 된 사람이 마지막으로 고려인삼을 먹고 기사회생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고려인삼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믿음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인삼이 얼마나 비쌌던지 인삼 사느라 진 빚을 갚지 못해서 목을 매달고 죽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이야기에서 파생되어 “인삼 먹고 목 맨다”는 일본 속담이 있을 정도였다.

 

남성들이 즐겨 먹던 인삼, 요즘은 여성들이 더 좋아한다?

- 천연 정력제로 사랑받아온 인삼, 안티에이징 제품으로 인기!

꼭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뜻으로 “인삼정과 없는 기생 첩방”이라는 속담이 있다. 예로부터 정력제로 인식되어 기생의 집에 꼭 있던 것이 인삼이다. 인삼정과는 인삼을 꿀에 재었다가 술안주나 차와 함께 먹던 음식이다. 일반인들은 인삼을 구경하기도 어렵던 시절에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삼정과는 자연 정력제로 규방의 은밀한 음식으로 전해지게 되었다.

조선시대 임금 가운데 방탕한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한 연산군이 즐겨 애용한 것도 인삼정과였다고 한다. 당시 “장백산 인삼이 동이 나고 팔도 벌통이 텅텅 비었구나”라는 노래가 만들어져 백성들 사이에서 불리기도 했다. 연산군의 방탕한 생활과 실정을 빗댄 노래였던 것이다.

이 같은 인삼의 성 기능에 대한 효능이 의학적으로 속속 입증되고 있다. 인삼이 발기부전 대체제로 주목받는 것은 우선 부작용이 없다는 점이다. 기존의 발기부전 치료에 쓰이는 약물에는 아드레날린성 자극제, 도파민 수용성 자극제, 세로토닌 수용체가 있는데, 부작용과 낮은 치료 효과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인삼은 부작용이 전혀 없는 천연 물질로, 발기부전의 대체의학 약품으로 전망이 밝다.

조선 중기의 명기(名妓)로 잘 알려진 황진이는 인삼뿐만 아니라 인삼 잎을 말려 사시사철 차로 달여 마시고, 인삼 잎 달인 물로 목욕을 해 건강은 물론 고운 피부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인삼의 일곱 가지 효능 가운데 하나인 탁독합창(托毒合瘡)은 ‘체내의 독을 제거해 피부를 곱게 만들고 종기를 삭히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홍삼에 기미, 주름 등 노화를 방지하는 안티에이징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밝혀져 눈길을 끈다.

홍삼을 찔 때 나오는 증기를 응축시킨 홍삼 응축수 또한 피부 보습, 피부 탄력에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홍삼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면역력 향상 기능성을 인정받았으며, 홍삼 오일의 경우 주름 개선 기능을 인정받을 정도로 안티에이징의 희망봉으로 떠올랐다.

이토록 많은 효능이 있는 인삼이지만, 열을 내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몸에서 열이 나는 사람은 복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인삼을 먹으면 열이 더 나기 때문이다. 일부 고혈압 환자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평소 열은 없으나 인삼을 먹으면 잠이 안 온다고 하는 사람의 경우는 양기가 넘쳐서 그런 것이다. 이럴 때는 인삼을 저녁이 아닌 낮에 복용하면 밤에 잠을 잘 잘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맘때 인삼 한 뿌리는 활력을 찾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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