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4월호

[음식과 사람 2017-4 P.65 Easy Talk]

 

봄을 품은 ‘음식 속담’

 

 

Editor. 박태균

 

봄이 무르익고 있다. 이맘때 외식업체 사장님이 관심을 가질 만한 반찬거리는 냉이다. 냉이는 채소 중에서 단백질이 가장 많고 칼슘과 철분도 풍부하다. 특히 비타민A가 많아 냉잇국이나 냉이 나물 한 접시를 먹으면 하루 필요한 비타민A의 3분의 1가량을 충당할 수 있다.

입맛이 떨어지는 봄날 식욕을 돋우는 데는 봄나물이 제격이다. 그중에서도 냉잇국은 향이 독특하면서도 잘근잘근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된장국을 끓이더라도 냉잇국엔 쇠고기를 넣어야 훨씬 더 깊은 맛이 난다.

봄과 음식명이 들어가는 속담이 여럿 있다.

“봄 조개, 가을 낙지”가 대표적이다. 봄엔 조개, 가을엔 낙지가 제철이란 뜻이다. 그만큼 봄엔 조개가 맛있다. 다만 남해안 일부 해역에서 나오는 조개에 독소가 들어 있는 것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우리 국민이 주로 소비하는 홍합, 바지락, 굴, 조개, 멍게 등에 대한 패류독소 오염 정도를 조사한 결과, 마비성·설사성·기억상실성 패류독소가 기준치 이내라고 발표했다.

“봄 떡은 들어앉은 샌님도 먹는다”는 속담도 있다. 과거엔 봄에 먹을 것이 궁해 보릿고개, 춘궁기(春窮期)라고 불렀다. 봄 해가 길다 보니 출출해서 점잔만 빼고 들어앉은 샌님도 떡을 먹고 싶어 한다는 의미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속담도 아는 사람이 많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4〜6월에 도다리가 많이 잡히는 것은 맞다. 생선이 가장 맛있는 시기(제철)는 수확량이 아니라 살에 지방이 많이 붙을 때다. 도다리는 겨울에 알을 낳으므로 봄 산란 후엔 맛이 떨어진다. 일본인이 가을을 도다리의 제철로 치는 것은 그래서다.

“눈 본 대구요, 비 본 청어”라는 속담도 널리 회자된다. 대구는 눈이 많이 오는 겨울에, 청어는 봄비가 와야 많이 잡힌다는 뜻이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속담도 있다. 봄은 주꾸미가 알을 배는 시기로 가장 맛있고 영양이 풍부하다. 4, 5월에 잡히는 주꾸미는 투명하고 맑은 알이 가득 차 있어 어느 계절보다 특이하고 쫄깃한 맛이 난다. 삶은 알은 흡사 밥알 모양으로 생겨 ‘주꾸미 밥’으로 불리는 봄철의 별미다.

반면에 낙지는 쌀쌀한 기운이 돌 때 제 맛이 나기 때문에 ‘봄 주꾸미, 가을 낙지’다. 봄엔 얼마나 낙지 맛이 형편없었으면 “오뉴월 낙지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도 나왔다.

“2월 가자미 놀던 뻘 맛이 도미 맛보다 좋다”는 속담은 봄의 특식인 가자미 예찬이다. 양력 3월께 전남 신안, 진도에서 먹는 가자미 무침회는 기막히다. 가자미는 음력 2월에 가장 맛이 좋다. 살이 쫄깃쫄깃하고 단단해 씹는 감촉이 뛰어나다. 흰살 생선인 가자미는 단백질이 다른 생선보다 20%가량 많다. 봄에 입맛 없을 때는 가자미 회무침이나 가자미 식해가 일품이다.

“3월 거문도 조기는 7월 칠산장어와 안 바꾼다”는 속담에선 조기가 돋보인다. 명태는 동해, 조기는 서해의 대표 생선이다. 조기 살로 만든 죽은 어린이와 노인의 봄철 영양식으로 그만이다.

“칠산 바다 조기 뛰니 제주 바다 복어 뛴다”는 속담의 주인공도 봄 조기다. 조기는 제주도에서 겨울을 보내고 북상해 3월 말, 4월 초 영광 앞바다에서 산란을 시작한다. 산란 무렵의 조기는 알이 꽉 차고 살이 올라 ‘밥도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무렵엔 손님과 함께 봄이 포함된 음식 속담이 더 있는지 찾아보자. 우리 조상의 지혜인 속담 속엔 음식의 맛과 멋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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