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음식과 사람 2017-4 P.52 Consulting]

 

한 분야에서 오랜 세월 종사하다 보면 안주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외식업 종사자들도 마찬가지. 일부 깨어 있는 사람들도 스스로 거듭나려 애써보지만 대개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20년 넘게 고깃집 주방을 지켜온 ‘오동추야’ 이완성(47) 대표도 예외가 아니었다.

군에서 제대한 이 대표는 입대 전에 근무했던 대기업 식품회사 복직을 포기했다. 대신 경기 이천시에서 돼지갈비집을 운영하던 친형의 식당에서 외식업 인생을 시작했다. 그 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나름 탄탄한 기반을 다진 중견 외식업자로 자리 잡았다. 안정된 기반에 머물지 않고 좀 더 발전하려 노력했으나 유리벽에 갇힌 듯 진전이 없었다. 생존을 위협받는 절박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도약의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Why] 운명처럼 시작된 굴곡의 20년 고기 장사

고생 끝에 점포를 하나 더 개점하자마자 스물여덟 살의 형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버렸다. 성실히 일만 했던 형의 부재가 믿어지지 않았다. 스물세 살의 동생은 들어온 지 한 달 만에 갈빗집 경영을 떠맡게 됐다. 형에게 잘 배워서 언젠가는 자신도 번듯한 고깃집을 차리겠다고 맘먹었는데, 형은 먼 데로 가버렸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언젠가’가 ‘오늘’로 다가왔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린 나이였다. 직원들은 은근히 무시했고 거래처는 대놓고 바가지를 씌웠다. 강해져야겠다고 결심했고 실제로 강해졌다. 초기의 시행착오를 딛고 식당은 차츰 정상화됐다. 이듬해에는 점포를 확장해 손님을 더 받기까지 했다. 혹독한 상황을 경험했던 이 대표는 이를 보약 삼아 무난한 경영을 이어왔다. 물론 중간에 고비도 몇 번 있었다.

외환위기 때는 손님이 하루에 서너 팀 정도밖에 안 들었다. 주변 갈빗집들의 절반이 문을 닫았다. 가격을 내리고 직원을 줄이면서 버텼다. 3개월쯤 지나자 예전 매출의 80% 수준을 회복했다.

2003년 늦가을에는 숙원이었던 소고기 전문점을 하나 더 차렸다. 그때 처음 ‘오동추야’라는 상호가 탄생했다. 그런데 개점 직후 광우병 사태가 터졌다. 최고의 인력을 초빙하고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는데 월 매출액이 2000만~3000만 원도 안 됐다. 호주산으로 소고기를 바꿨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다시 돼지갈비로 돌아왔다.

마음 비우고 초심으로 돌아가 음식과 서비스를 개선했다. 특히 반찬에 신경 썼더니 매출이 차츰 상승해 월 6000만 원까지 올라갔다. 손님이 불어나자 주차장이 비좁았다. 2008년에 8억 원 정도를 투자해 좀 더 넓은 점포로 이전했다. 그리고 늘 꿈꿨던 소고기도 취급했다. 그런데 이번엔 느닷없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손님이 줄어서 힘들었지만 오히려 인테리어와 음식의 질을 높이면서 버텼다. 이때 그는 ‘장사는 버티는 사람이 결국 승리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배웠다.

 

[Problem] 평범한 음식과 비효율적 홍보가 도약의 장애

몇 번의 위기를 잘 넘겼지만 정작 최고의 고비는 2012년에 찾아왔다. 개인적인 일로 그때까지 모았던 재산과 점포를 모두 처분해야 했다. 다시 빈손이 됐다. 이듬해, 그가 부모님께 사드렸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지금의 자리에 ‘오동추야’를 재건했다. 임차보증금이 부족해 절반은 벌어서 내는 조건으로 입점했다. 역시 장사는 잘됐다. 4개월 만에 보증금을 모두 지불했다. 매출은 다시 예전 수준을 회복했다.

몇 번의 실패와 성공을 오가는 사이, 조리인으로서 경영인으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차려 내고 어떻게 운영해야 식당이 잘된다는 건 충분히 익혔다. 최소한 ‘쪽박’을 차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목표가 현상 유지는 아니었다. 어떻게든 정체된 상황을 타개하고 싶었다.

의지와 무관하게 여러 번 점포 이전을 했던 이 대표는 내 소유 점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몇 년 만에 다시 금전적 여유가 생기자 부지부터 매입했다. 땅은 확보했는데 건축비가 충분치 않았다. 건축비 마련을 위해서라도 매출액을 끌어올려야 했다. 전단지도 돌려보고 나름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한번 잠든 매출액을 깨워 일으키기가 쉽지 않았다. 김현수 외식콘셉트기획자(월간 외식경영 대표, 이하 김 기획자)에게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2016년 봄, 김 기획자가 음식을 점검해보니 맛은 대체로 무난했다. 전체적으로는 웬만한 고깃집보다 나은 수준이었다. 역시 20년 넘는 내공이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음식에서는 크게 두 가지가 아쉬웠다. 갈비에 목살이 없다는 점과 냉면의 수준이 평범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찬류의 보강이 필요했다.

또한 간판과 P.O.P들은 고객에게 음식의 종류와 수준을 충분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이 대표가 자체적으로 블로그 마케팅을 시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좀 더 역량 있는 블로거를 기용한 전략적 블로그 마케팅이 요구되었다. 한편 김 기획자는 적극적으로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지와 노력, 개선을 위해 행동으로 실천하는 점, 빠른 결단력, 긴 세월 동안 쌓은 조리와 외식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 등 이 대표가 가진 장점을 긍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Solution] 수준 높인 갈비와 냉면이 끌고, 블로그 등 홍보가 밀고

돼지갈비가 맛있으려면 갈빗살 외에 육질이 뛰어난 목살이 보강돼야 한다. 그런데 목살 가격이 비싸다 보니 쉬 넣기 어렵다. 김 기획자의 조언을 받아들여 갈비에 목살을 투입해 품질을 높였다. 육질 향상만으로 맛까지 개선되지는 않는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과거의 강한 양념을 완화해 고기 본연의 맛을 강조하는 레시피로 바꿨다. 맛이 한결 깔끔해지고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냉면도 개선했다. 김 기획자는 ‘갈비-냉면’ 패턴의 정착을 늘 강조한다. 갈빗집에서 냉면을 많이 팔면 매출의 50% 이상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육수가 맛있는 냉면의 보유는 갈빗집에 엄청난 힘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오동추야’ 함흥냉면은 낮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임팩트가 없었다고.

고깃집 주인이라면 누구나 ‘괜찮은 냉면’을 탐낸다. 그렇지만 그만큼 만들기가 어렵다. 김 기획자의 조언에 따라 조리 전문가와 함께 냉면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예전에 사용했던 레시피를 원점에서 재점검했다. 가장 먼저 육수부터 손댔다. 전문가가 제시한 육수를 이 대표가 보완했다. 김 기획자가 결과물을 점검해보니 양호했다. 반찬도 맛깔스럽게 정리하고 좀 더 푸짐하게 보강했다. 주부들이나 가족 단위 손님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도록 찬류를 재구성했다.

홍보 측면에서는 간판과 P.O.P를 교체하고 전략적 블로그 마케팅을 전개했다. 기존 간판에는 ‘오동추야’라는 상호만 들어가 동네 사람 이외에는 어떤 메뉴를 파는 집인지 알 수 없었다. 주력 메뉴인 ‘숯불갈비와 함흥냉면’을 간판에 삽입했다. 또한 ‘오동추야’의 강점이었던 냉면 자가제면과 20년 전통의 수제갈비 수준을 P.O.P에 담아 고객에게 소구했다. 이 대표의 25년 내공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제면 장면도 사진으로 제작해 벽면에 걸었다.

블로그 활동도 측면에서 지원했다. ‘오동추야’의 진면목을 알릴 수준 높은 블로그를 적절한 시간 간격을 두고 포스팅했다. 이런 입체적인 개선 활동 외에 홀 서빙을 담당한 이 대표 부인의 헌신적 내조와 핵심 참모로서의 활동이 시너지를 냈다.

[After] 꿈의 매출 달성, 지금도 계속 성장 중

컨설팅 작업 후 석 달 동안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그러다가 8월이 되자 그가 꿈꿨던 매출액 1억5000만 원을 달성했다. 이후 꾸준히 매출을 유지하다가 연말에는 최고 매출액인 1억7000만 원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개선 활동을 진행하면서 간판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평소에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는데 김 기획자의 조언에 따라 간판에 갈비와 냉면을 써넣자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매출 증가 외에도 이 대표는 자신감 회복과 ‘오동추야’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무형의 성과로 꼽았다. 예컨대 후식냉면 가격이 4000원이었으나 지금은 5000원을 받는다. 그만큼 ‘내 음식에 대한 떳떳함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개선작업 이전에 비해 ‘오동추야’에 대한 인지도나 신뢰도가 높아졌음을 요즘 이 대표는 피부로 느낀다.

김 기획자는 비용 관계로 몇 가지 손대지 못한 부분은 아쉽지만 ‘오동추야’는 2단계 이상 도약했고, 지금도 계속 성장을 지속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인테리어를 보강하고, 현재의 좌식 좌석을 입식 좌석으로 바꾸는 등 리뉴얼 작업까지 마무리했으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었는데 조금 아쉽다. 아마 이 대표의 안목이 좀 더 넓어지고 앞으로 자가 건물에 입점한다면 발전 속도가 엄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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