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5월호

[음식과 사람 2017-5 P.55 Easy Talk]

 

짜거나 달거나 바삭하거나… 중독 부르는 나쁜 맛의 유혹

 

 

Editor.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

 

최근 정부는 나트륨, 당류, 트랜스지방을 위해(危害) 가능 영양성분으로 지정했다. 이 중 나트륨은 소금에 많이 든 성분이므로 짠맛, 설탕이 포함되는 당류는 단맛을 대표한다.

짠맛과 단맛의 유혹을 떨쳐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미국의 작가 리즈 엘리엇은 <우리 아이 머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라는 저서에서 “양수 내로 달콤한 맛을 내는 물질을 주입하면 태아가 양수를 더 많이 삼킨다는 보고가 있다”며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한다.

다섯 가지 맛 중에서 ‘중독’이란 표현이 가장 많이 따라붙는 것이 단맛이다. 단맛 중독은 ‘탄수화물 중독’, ‘당류 중독’이다. 단맛을 내는 설탕 등 당류가 곧 탄수화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신진대사를 위해 탄수화물의 가장 작은 단위인 포도당을 필요로 한다. 혈액 속에 들어간 포도당이 혈당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 속의 ‘혈당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분비된다.

당을 분해해 대사 에너지로 쓰기 위해서다. 채소, 곡류에 든 탄수화물은 서서히 분해돼 인슐린도 적당히 분비된다. 설탕처럼 정제된 당류는 체내에서 빠르게 당으로 전환된다. 순간적으로 혈당이 높아지면 이를 분해하기 위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된다. 인슐린 분비가 과하면 혈당이 다시 급속도로 분해돼 저혈당 증세에 빠진다. 이런 상태를 피하기 위해 저혈당 증세를 완화해주는 탄수화물을 습관적으로 찾는 것이 바로 단맛 중독이다.

짠맛도 중독된다. 과거에 사냥용 매를 길들일 때 소금을 사용했다. 매는 소금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주인에게 돌아왔다. 소금 중독은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염분이 없는 음식에선 맛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짠 음식에 입맛이 길든 사람은 더 짠 음식을 찾게 된다. 단, 소금은 설탕보다는 중독성이 약하다. 소금 섭취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설탕과 다른 점이다.

소비자가 나트륨이나 당류 섭취를 줄이도록 유도하려면 짠맛, 단맛 중독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이 일은 외식업계, 식품업계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주고 서서히 진행해야 한다. 너무 서두르면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음식점 고객이나 식품 소비자가 맛의 변화를 서서히 인지하도록 하는 비인지 저감(Reduction by Stealth) 전략이 짠맛, 단맛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는 묘수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식품 중 소금 함량을 5〜10% 정도 단계적으로 줄이면 소비자가 이를 잘 알아채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식품 중 나트륨 함량을 서서히 줄이면 소비자의 미각 기관이 이에 적응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이런 방법으로 영국은 7년간 시리얼 제품에서 나트륨을 33%나 줄였다.

설탕의 단맛에 길들여진 사람에게 단번에 끊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리다. 현실적인 대안은 사탕, 초콜릿, 아이스크림, 빵, 케이크 같은 식품을 과일, 견과류, 현미 시리얼, 고구마로 대체하는 것이다. 탄수화물 음식을 무조건 피하지 말고 당 지수(GI, 혈당을 높이는 속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가 낮은 식품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동물 실험 결과 지방도 중독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 중 ‘백해무익’한 것은 자연식품엔 거의 존재하지 않는 트랜스지방이다. 봉지에 들어 있을 땐 고체지만 입안에서 사르르 녹거나 바삭바삭한 느낌을 준다면 십중팔구 트랜스지방이 포함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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