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SOS 김현수가 간다!

[음식과 사람 2017-5 P.76 Consulting]

서울에서 맞벌이 부부로 생활했던 조희완(49)·이정순(46) 씨 부부는 몇 해 전 직장을 그만두고 본가가 있는 대전으로 내려왔다. 서울의 아파트를 처분해 꽃게 전문점을 차리고 남은 돈으로 전세 아파트를 장만했다. 마침 형과 누나가 꽃게 전문점을 경영해 어렵지 않게 조리법을 전수받고 창업을 했다.

그러나 매출은 형이나 누나네 식당만큼 오르지 않았다. 결국 3년 만에 자본 잠식 상태에서 꽃게집을 접었다. 몇 개월간 휴식과 창업 준비를 병행하면서 절치부심 두 번째 식당을 연 것이 황태 전문점 ‘진황태’다. 일 매출 80만 원 정도를 목표로 잡았는데 현재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Consulting. 김현수, Editor. 이정훈 <월간 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

 

※이 코너는 점포명과 업주 이름을 익명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이번 호에는 당사자의 동의하에 실명을 밝혔습니다.

 

 

문제점

개점 초기여서 정리되지 않은 점포 콘셉트

‘진황태’는 개점한 지 이제 겨우 한 달도 안 됐다. 대략적인 외형은 완성했지만 메뉴, 인테리어, 식당 운영 방식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아직 점포 콘셉트의 세밀한 부분까지 완성하진 못했다. 따라서 디테일한 점포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확립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식사 메뉴는 황태국(6000원), 황태탕(8000원), 황태구이(9000원) 세 가지다. 여기에 요리 겸 술안주로 황태찜(2만5000~3만5000원)과 황태전골(3만~4만 원)이 준비돼 있다. 일단 메뉴 구성은 단순하고 똑 떨어진다. 그러나 앞으로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메뉴 구성을 좀 더 전략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현재로도 규모의 적절성, 공간의 쾌적성, 황태 전문점으로서의 인테리어 등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몇 가지 사항을 좀 더 세부적으로 보강하면 고객에게 업소에 대한 신뢰감을 높일 수 있고 이미지도 개선될 것이다. 점포 콘셉트가 어느 정도 완성되면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홍보할 것인가도 큰 과제다.

 

지속적인 매출 증대에 대한 전략 부재

대부분의 신생 점포들과 마찬가지로 ‘진황태’ 역시 매출을 지속적으로 올리기 위한 전략이 미흡하다. 음식 수준이나 맛은 합격점이다. 식사 환경도 쾌적하다. 다만 이런 점을 잠재 고객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 고객들이 꾸준히 유입돼 다른 황태나 북엇국집에 비해 차별성을 보유한 양질의 황태 음식을 맛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긍정 요소

최고의 상권은 아니지만 점포 임차 비용에 비해 위치가 아주 나쁘지 않다. 식당의 내부 환경이 깨끗하고 채광이 좋아 밝고 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홀 서빙을 담당하는 부인 이정순 씨의 깔끔한 서빙 매너와 깨끗한 복장은 점포 분위기와 어울려 고객에게 호감을 준다. 이 씨뿐 아니라 점주 부부의 인상이 순박하고 친근감을 주는 점도 강점이다.

 부부는 과거 꽃게집 실패 사례의 학습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당시 배운 조리법과 서빙 요령, 식당 운영 방법 등에 대한 경험이 개업 초기의 운영 미숙과 혼란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꽃게집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창업 과정에 충분히 참고한 점도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꽃게집이 실패한 주요 요인은 높은 식재료 가격과 수급의 불안정성, 안 좋은 점포 입지, 음식 관리의 어려움 등이었다. 여기에 누나와 형이 성공적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자신도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도 실패의 한 원인이었다. ‘진황태’ 창업 과정에서 이런 요소들을 최대한 회피하고 배제했다.

이렇게 해봅시다

P.O.P.에 황태 이미지 담아 강력하게 소구하라

‘진황태’라는 옥호로 점포 콘셉트 구체화 작업이 필요하다. 당초 부부가 ‘진황태’라는 옥호를 정한 것은 ‘진짜 황태’를 사용한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황태를 전면에 내걸고 영업하는 식당들이 실제로는 북어나 코다리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고 자신들은 명실상부하게 ‘진짜 황태’만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옥호에 담은 것이다.

이런 사연과 함께, 황태 매입지인 용대리의 덕장 풍경을 P.O.P.로 제작해 부착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주인 부부가 직접 용대리 덕장에서 사진을 찍어 제작하면 고객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다.

중부지방에서는 황태국 같은 맑은 국물에 고운 고춧가루를 풀어서 먹는 식습관이 있다. 고춧가루를 풀면 색깔도 고와지고 약간 매콤한 고추 향미가 입맛을 돋운다. 테이블에 고춧가루 통을 비치해두고 P.O.P. 등을 통해 이런 내용을 설명해주면 고객 입장에서 좀 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고 점포 이미지도 올라갈 것이다.

 

인건비 줄이려다 손님 줄이는 우를 범하지 말라

점심시간에 차례를 기다렸다가 그냥 돌아가는 손님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직장인들에게 점심시간은 매우 짧다. 먹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해 먹지 못하면 불만스럽다. 아직 개업 초기여서 이 씨 혼자 홀을 맡다 보니 들어오는 손님을 모두 감당하지 못한다. 밀려드는 점심식사 손님에 비해 음식을 나르고 테이블을 정리하는 일손이 크게 부족하다.

점심시간만이라도 시간제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해 원활하게 일을 해내야 손님 불만을 줄일 수 있다. 아무리 작은 업장이어도 적정 인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점심 영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지금 당장이라도 최소 2회전 이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맛있고 푸짐하게 제공하되 원가는 줄여라

‘진황태’는 반찬이 무려 다섯 가지나 된다. 백김치, 두부조림, 무장아찌, 섞박지, 새송이버섯무침 등이다. 모두 나무랄 데 없이 하나같이 맛이 좋다. 이는 고객 입장에서 매우 즐거운 일이다. 특히 여성 고객이 호감을 가질 만한 요소다.

그렇지만 식당 입장에서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국밥은 백반과 달리 많은 반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 반찬을 준비하는 시간과 식재료 비용이 적잖이 소요된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아깝다. 수익성과 비용 측면에서 한 번쯤 따져봐야 한다.

게다가 반찬 그릇이 도기여서 다섯 개나 되는 그릇을 나르려면 무겁고 다루기 불편해 서빙 효율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황태탕보다 ‘맛있는 반찬’ 때문에 찾아오는 점심식사 손님 층이 이미 형성된 상태여서 쉬 줄이기도 어렵다. 이 점은 업주 부부가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축소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손님은 푸짐한 음식에 끌린다. 그러나 황태는 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푸짐하게 제공하기 어려운 식재료다. 따라서 같은 어종이면서 상대적으로 원가가 저렴한 명태나 코다리로 사이드 메뉴를 개발해놓고 저녁 시간대에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비교적 낮은 원가에 푸짐함을 구현할 수 있다.

‘해장’과 ‘건강’ 키워드로 아침과 점심 매출 잡아라

여느 황태 전문점과는 다른 개성 있는 국물 맛은 큰 강점이다. 마치 ‘복 지리’를 연상케 하는 맑은 국물은 황태 맛을 잘 우려내 시원하면서 개운하고 칼칼하다. 담백함 때문에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은근히 중독성도 있는 국물이다.

상품력이 우수해 홍보 마케팅만 강화하면 매출이 증가할 것 같다. ‘해장’이라는 키워드를 활성화하면 아침 장사도 가능하다. 이 경우 부부의 일하는 시간이 늘어 피곤하겠지만 영업시간과 함께 매출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다. 6000원에 이만한 수준의 해장국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메뉴다.

목표 매출을 달성하려면 지금의 1.5회전인 점심시간 회전율을 최소한 3회전으로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현재 주 고객층인 직장인 외에 상권 내 주부 고객층을 추가로 끌어들여야 한다. 황태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다이어트 식품이다. ‘고단백 저칼로리’라는 키워드와 한의학자이자 죽염 제조자인 고 김일훈 선생이 주창한 바 있는 명태의 해독작용 등으로 이 점을 강력하게 소구해볼 만하다.

 

‘황태 사촌’ 먹태로 저녁 매출 늘려라

장기적으로 전체적인 매출액을 높이려면 저녁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황태는 특성상 매출 증가에 한계가 있는 아이템이다. 황태찜만으로는 저녁 매출을 늘리기 어렵다. 그래서 먹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황태와 같은 명태의 한 종류인 먹태를 메뉴에 넣어 먹태는 물론이고 맥주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좋은 맥주 안줏감’이라는 먹태 속성상 맥주 매출도 함께 올릴 수 있다. 마침 점포 인테리어나 외형이 카페풍이어서 맥주가 잘 나갈 것으로 보인다. 먹태의 가격은 1만 원대로 책정하면 적당하다.

저녁에 온 손님이 찜이나 전골을 먹고 추가로 먹태를 주문하는 구매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 손님 입장에서 3만 원대인 황태찜과 황태전골을 먹고 나서 뭔가 좀 더 먹고 싶을 때, 찜과 전골을 다 먹었는데 술이 남았을 때 황태찜과 황태전골을 다시 주문하기엔 부담스럽다.

바로 이런 경우 1만 원대의 먹태는 부담 없는 대안 메뉴가 되어준다. 소주나 맥주 안주로 좋은 먹태를 저녁 메뉴로 도입하면 명태 전문점이라는 점포 콘셉트와도 잘 부합된다.

 

Plus tip

대전 대흥동은 한때 대전에서 손꼽히는 상권이었지만 지금은 쇠락했다. 하지만 기존 홍보활동에 온라인 마케팅을 병합하면 상권의 한계를 극복하고 점포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점포가 차츰 활성화되고 매출액이 하루 100만 원 이상 돌파하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넓은 자리에 신규 점포를 마련한 다음 막국수 등의 면류와 묶어 새로운 메뉴를 구성해 매출을 올리면 2단계 도약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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