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5월호

[음식과 사람 2017-5 P.88 Food & Ingredient]

 

너무 예뻐 먹기 아까워! 먹는 꽃

 

▲ 이미지 = Pixabay

 

꽃은 그윽한 향기와 화려한 색감으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과거에는 눈으로 보고 즐기는 관상용에 그쳤지만, 이제는 맛으로 유혹하는 꽃 음식이 주목받고 있다.

식용 꽃의 영양과 효과가 밝혀지면서 다양한 꽃 요리가 개발되는 추세다.

꽃이 만발하는 계절, 밥상 위의 호사를 누리고 싶다면 식용 꽃이 답이다.

 

editor. 강보라

 

꽃은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향기를 더해주기 때문에 식품의 미적 가치를 높이는 데 탁월한 식재료이다. 꽃 요리는 먹을 수 있는 꽃을 주재료로 하거나, 요리의 색과 향기, 맛 등을 돋우기 위해 꽃을 사용한다. 예전부터 산야초나 화목 중에서 먹는 꽃을 산채(山菜)로 이용하던 것도 포함된다. 식용 화훼는 꽃은 보면서 즐기는 것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꽃은 먹을 수도 있다는 단계까지 확산돼 식생활을 풍부하게 한다.

그뿐 아니라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영양학적 가치가 있다. 꽃은 잎이 변한 형태로서 양분의 결정체와도 같다. 꽃잎 자체에도 갖가지 영양소가 들어 있지만, 꽃가루는 꽃의 정수이기도 하다. 이것은 수컷 성질인 생식세포를 가지고 있어 영양소가 풍부하며, 그 양이 줄기, 뿌리, 잎보다 월등히 많다. 또한 효소와 호르몬, 미량원소가 많이 들어 있어 면역력을 높여준다. 꽃에는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노화를 늦추는 성분도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각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이 피고 진다. 꽃은 계절을 알리는 전령사와 같다. 그중에서도 봄은 꽃이 만발하는 화려한 계절이다. 잎보다 먼저 나온 꽃은 산과 들을 금세 노랗고 붉게 물들인다. 봄꽃은 겨우내 얼었다 녹은 땅속의 따뜻한 온기를 그대로 빨아올리기 때문에 향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에 꽃잎은 여리고 얇기 때문에 그대로 먹어도 되는 것들이 많다. 꽃의 종류에 따라 향과 맛, 색깔, 식감도 제각각이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서양의 오래된 화식(花食) 문화

“밥상 위에 꽃이 피었습니다!”

꽃을 먹는 ‘화식’은 동서양에서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온 식문화다. 우리 선조들은 봄에 진달래꽃을 따 먹고, 원추리꽃을 데쳐 간장 또는 소금으로 간을 하여 먹거나 국거리로도 사용해왔으며, 가을에는 국화주를 담갔다. 꽃 피는 계절에는 찹쌀가루를 반죽해 둥글고 납작하게 빚어서 진달래, 장미, 국화 등을 붙여 기름에 지진 화전을 오래전부터 즐겨왔다. 남쪽 해안지방에서는 동백꽃잎을 튀겨 먹거나 설탕에 재어 먹기도 했다.

꽃놀이는 봄철에 꽃을 구경하며 즐기는 보편적인 민속놀이이다. 우리 조상들은 삼월 삼짇날을 전후하여 산기슭이나 산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해가 서산으로 기울 때까지 봄을 즐겼다. 어른들은 시를 지어 읊었고, 부녀자들은 진달래꽃을 찹쌀가루에 반죽해 참기름을 발라가며 둥글게 지져서 먹었다.

어린이들은 진달래꽃을 꺾어 만든 꽃방망이를 들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장단을 치면서 흥겹게 놀았다. 화식에 대한 기록은 <규합총서>에도 등장하는데, ‘2월 정해일에 복숭아꽃이나 살구꽃을 따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무자일 새벽에 꽃을 달여 일주일 동안 하루 세 번씩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비법을 전하기도 했다.

서양에서도 중세 유럽부터 꽃을 식용으로 활용한 문화가 일반화되었다. 주로 음식에 향을 내거나 약용으로 사용했는데, 꽃을 캔디로 만들거나 음료 혹은 샐러드에 이용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1980년대 말 미국에서 상륙한 식용화 붐을 타고 식용 꽃에 대한 책이 발행되었고, 식용 꽃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농장이 생겨날 정도로 정착되었다.

그래도 양이 부족해 미국에서 직접 수입하는 등 식용 꽃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의 상류 식당에서는 라벤더나 샤프란 등 각종 식용 꽃을 이용한 프랑스식 요리와 샐러드가 제공되는데,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국에서는 꽃을 이용한 화전이나 떡 등의 문화가 이미 있었음에도 꽃 요리는 새로운 분야로 취급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식용으로 이용되는 꽃 중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꽃은 진달래, 국화, 동백꽃, 호박꽃, 매화, 복숭아꽃, 살구꽃 등이 있고, 서양이 원산지인 꽃은 베고니아, 팬지, 장미, 제라늄, 재스민, 금어초, 아까시 등 수십 종에 이른다.

꽃은 눈으로 보기에 좋을 뿐 아니라 맛과 영양도 뛰어나다. 꽃은 35%의 단백질과 22종의 필수 아미노산, 12종의 비타민, 16종의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을 내는 꽃에는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 베타카로틴,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등도 풍부하다.

농촌진흥청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식용 꽃 속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채소나 과일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진달래, 국화, 아까시꽃, 장미, 금어초, 동백꽃, 호박꽃, 매화, 살구꽃, 베고니아, 팬지, 장미, 재스민, 민들레꽃, 유채꽃, 카우슬립, 한련화, 마시멜로꽃, 금잔화 등이 식용으로 자주 이용된다.

 

알고 먹어야 약이 되는 식용 꽃

“하늘하늘 여린 꽃의 두 얼굴, 약일까 독일까?”

식용 꽃은 비타민과 무기질 등의 공급원일 뿐만 아니라 꽃잎의 화려한 색과 향이 식욕을 촉진하기도 한다. 이처럼 화사한 식탁을 차리려면 몇 가지 주의사항을 기억해야 한다. 알면 약이 되지만 모르면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꽃이라고 아무거나 다 먹어도 되는 건 아니다. 잎이 하늘하늘한 여린 꽃이라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독을 품고 있는 것이 많다.

이 때문에 식용으로 구분된 것만 먹어야 한다. 독성분이 있는 꽃을 생식으로 먹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붉은 유도화는 심장의 수축과 확장 기능을 증진하는 효능이 있지만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심장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장식용 꽃이나 길가에 핀 야생화는 농약이나 중금속에 노출됐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식용으로는 적절치 않다. 일반적으로 관상용 꽃은 수확 직전에 농약을 살포해 유통하는 경우가 있고, 야생 진달래와 민들레 등에도 오염물질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식용을 목적으로 따로 안전하게 재배하는 꽃만 섭취해야 한다. 산에서 자라는 것이라도 철쭉, 각시투구꽃, 은방울꽃, 디기탈리스, 동의나물, 애기똥풀 등의 꽃에는 독이 있기 때문에 섭취해서는 안 된다. 흔히 먹는 원추리도 자랄수록 콜히친이라는 독성분이 강해져 생으로 먹거나 삶아서 충분히 독을 제거하지 않은 채 먹으면 설사, 구토, 복통, 근육경련 등의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꽃은 식용으로 구분한 것 중에서도 무농약으로 재배한 꽃을 구입해야 한다. 식용 꽃이라도 먹는 이의 건강 상태나 섭취량 등을 따져봐야 한다. 홍화나 복숭아꽃은 어혈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서 임신부는 피해야 한다. 봄에 즐겨 먹는 진달래꽃은 색과 생김새가 철쭉과 비슷해 혼동하기 쉬운데, 철쭉은 빈혈, 설사, 구토 등을 일으키는 그레이아노톡신(Grayanotoxin)이라는 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진달래와 철쭉을 구분할 수 없다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도 경계해야 한다. 알레르기가 있다면 암술과 수술, 꽃받침을 제거하고 물에 씻어 요리에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벌과 나비가 많이 찾지 않는 꽃 종류, 그러니까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는 꽃은 삼가는 것이 좋다. 벌과 나비가 접근할 수 없는 꽃은 대체로 독이 있기 때문이다. 맛과 향이 너무 강해 자극성이 큰 식물도 삼가는 것이 좋다.

 

눈, 코, 입으로 즐기는 식용 꽃 요리

“눈으로 한 번, 코로 한 번, 맛으로 또 한 번”

식용 꽃은 예쁜 만큼 까다로운 식재료이기도 하다. 개화기간이 짧아 계절이 지나간 뒤에는 이용하기 어렵고, 다른 계절에는 비교적 높은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 또 신선한 꽃을 채화해도 금세 시들어 꽃 요리로서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이제까지 꽃은 감상용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먹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이뿐만 아니라 꽃가루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성분 때문에 꽃가루 알레르기 등 가려움증이나 재채기를 유발하는 경우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꽃 요리의 참맛을 느끼려면 생으로 이용하는 게 가장 좋다. 되도록이면 요리 당일 구입해 신선도를 유지한다. 꽃잎은 따서 바로 요리하는 것이 좋지만, 보관해야 할 경우에는 마르지 않도록 밀폐된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야 고유의 색과 향을 오래 보존할 수 있다.

조리를 할 때는 본래의 색과 향을 살릴 수 있도록 신경 쓴다. 볶음과 찜은 불을 쓰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꽃잎이 얇고 약해서 오래 익히면 색과 향이 사라지기 쉽다. 따라서 요리를 거의 완성한 후 불을 끄기 직전에 넣는 것이 좋다. 다른 냄새가 지나치게 강하면 꽃의 향이 묻히기 때문에 파, 마늘처럼 향이 강한 양념과는 함께 쓰지 않도록 한다.

식용 꽃은 종류에 따라 맛도 제각각이다. 조리할 때는 꽃의 특성에 어울리는 요리를 택한다. 예를 들어 단맛이 나는 팬지는 샐러드나 음료수에, 호박꽃은 볶음이나 찜에 적당하며 향신료나 채소 대신 넣어도 좋다. 색이 화려한 장미는 화채, 칵테일, 잼, 식초에 적당하다. 신맛이 나는 베고니아는 샐러드에 활용하면 맛이 배가된다.

목련은 매운맛, 금어초는 쌉싸름한 맛이 나기 때문에 맛과 색, 영양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면 요리에 색다른 풍미를 더할 수 있다. 진달래꽃은 예부터 화전에, 국화와 아까시꽃은 차나 술에, 호박꽃과 매화 등은 떡에 많이 사용해왔다.

최근에는 샐러드나 튀김, 비빔밥, 쌈, 수프, 죽, 푸딩, 빵, 샌드위치 등 다양한 음식에 사용되고 있다. 튀김으로 적당한 꽃은 동백꽃을 비롯해 제비꽃, 도라지꽃, 아까시꽃, 칡꽃, 유채꽃 등이 있다. 샐러드에 국화, 민들레, 팬지, 카우슬립 등을 넣으면 색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한련화, 백합 등은 수프나 죽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다. 쌈채소와 함께 식용 꽃을 싸 먹으면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꽃향기를 즐길 수 있다. 푸딩, 케이크 등 디저트에 식용 꽃을 사용하면 꽃의 향기와 단맛이 식욕을 돋워준다.

꽃을 생으로 사용하기 어려울 때는 말리거나 얼리는 것도 방법이다. 매화나 진달래꽃처럼 꽃잎이 얇은 것은 그늘에서 며칠간 말렸다가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두고 쓸 수 있다. 장미나 모란처럼 꽃잎이 두꺼운 것은 그늘에서 말린 뒤 수증기에 살짝 쪘다가 다시 말려야 빛깔이 변하지 않는다. 골담초, 박태기나무, 아까시나무, 칡 같은 콩과 식물의 자잘한 꽃은 따자마자 얼린다. 나중에 쓸 때도 해동할 것 없이 화전에 바로 올려 구우면 된다.

꽃잎차 등에 쓰기 위해 말릴 때 꽃 본연의 색을 최대한 살리려면 꽃잎을 연한 소금물(1%)로 살짝 씻어 한지 위에 펼쳐놓고 서늘한 그늘에서 바짝 말린다. 강한 향과 신맛을 내는 국화나 민들레꽃 등은 살짝 쪄서 연한 설탕물을 뿌리며 말리면 부드러운 맛이 난다.

 

심신을 이완시키는 꽃차

“나를 괴롭히는 스트레스여 안녕!”

열매 맺기 전 풍부한 영양소를 가득 품은 꽃. 그 꽃으로 만든 꽃차는 일명 ‘건강차’로 불린다. 향긋한 꽃향기는 기분을 전환시켜 스트레스 줄이기에 그만이고, 고운 색감은 컬러 테라피 역할까지 담당한다. 그래서 꽃차를 세 번 마신다고 말한다. 눈으로 보면서 한 번, 우려낸 꽃차의 향을 코로 맡으며 한 번, 입으로 마시면서 한 번.

꽃차는 꽃의 성질과 특징에 따라 가공법을 달리해서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꽃을 채취해 그대로 말리기도 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러 번 덖고 말리는 인고의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이렇게 정성을 다한 꽃차는 유효 성분이 충분히 녹아 있어 건강차로서의 기능을 다할 뿐 아니라 향기가 오래도록 살아 있다. 꽃의 종류만큼이나 꽃차의 효능도 다채롭다. 공통적으로는 혈액순환을 돕고 피를 맑게 하는데, 카페인이 없어 수시로 마셔도 무리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로마 오일처럼 여러 꽃차를 블렌딩하면 마시는 묘미가 배가된다.

▲ 이미지 = Pixabay

물론 모든 꽃이 꽃차의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꽃차의 재료는 반드시 청정지역에서 자란 식용 가능한 꽃을 채취하거나 구매해야 한다. 차가 다니는 도로, 축사 근처, 농약이 뿌려지는 등 오염물질이 존재하는 지역의 꽃은 꽃차의 재료가 될 수 없다.

꽃을 차로 이용할 때는 개화되기 전 봉오리 상태의 꽃과 갓 개화된 꽃을 따두어야 향을 잘 보관할 수 있다. 또 태양에 의해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음지에서 말리는 것이 좋다.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면 맛과 향을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바쁜 현대인 사이에서 차를 즐기는 문화 자체가 작은 휴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차 한잔이 나를 위한 소비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꽃차는 혈관을 확장시켜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우울증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그래서 꽃차를 만들어 마시면 가라앉았던 기분이 상쾌해지고 슬픔까지 정화된다. 봄기운에 나른해지거나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꽃차 한잔과 마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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