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 스토리

[음식과 사람 2017-5 P.86 Food & Story]

 

▲ 이미지 = Pixabay

전 세계에 4500여 종, 우리나라에 183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게는 다리가 10개인 절지동물로, 한 쌍의 집게발과 네 쌍의 걷는 다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게를 든다면, 동해안에서 잡히는 영덕대게, 남도의 참게, 보성·고흥·여자만에서 잡히는 빨간집게발로 유명한 농발게, 그리고 가장 많이 잡히는 꽃게가 있다. 그중에서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지방 함량이 낮아 담백하고 달착지근하며 부드러워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꽃게를 만나보자.

 

editor. 김운진 부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photo. 한국전통음식연구소(요리)

 

점잖은 선비들은 꽃게를 먹지 않았다?

<지봉유설>에 보면 ‘황해도 게는 서리가 내린 후의 겨울 게가 특히 유명하다’고 쓰여 있다. <산림경제>에는 술지게미, 초, 소금, 술 등을 이용한 게 담금법이 기록돼 있고, <주방문>에는 게살을 걸러내어 만드는 게탕이 소개돼 있을 정도로 예부터 게를 이용한 조리법이 다양하게 전래되고 있다.

당시에는 사방 천지에 흔한 어물이다 보니 불리는 이름도 다양했고, 옆으로 걷는 걸음걸이 때문에 예부터 점잖은 선비들은 먹기를 피했다고 한다. 꽃게는 몸통이나 다리 곳곳에 있는 날카로운 가시 탓에 제사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경기도 섬마을에서는 이 날카로운 가시를 돋보이게 하여 문 앞에 달아두어 온갖 부정한 것을 막는 액막이용으로도 이용했다고 한다.

 

달 밝은 보름에는 꽃게가 맛이 없다?

서해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꽃게는 산란기를 바로 앞둔 것이 알이 꽉 차서 맛이 가장 좋다. 꽃게의 산란기는 6~9월이고, 1~4월이 제철이다. 봄철, 특히 4~6월까지 살이 단단하게 들어찬 암놈을 최고로 치는데, 그중에서도 그믐에 잡은 노랗게 알이 밴 꽃게는 몸값이 최고에 이른다.

꽃게는 대표적인 야행성 어물이어서 밝을 때는 제대로 활동하지 않고 모래나 펄 속에서 잠을 자거나 가만히 있다가 어두워지면 먹이를 먹거나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달이 밝은 보름 즈음에는 제대로 먹지 못해서 살이 빠지고 맛도 나빠진다는 것이다.

꽃게는 색으로도 암수를 구분할 수 있다. 암컷은 암갈색 등딱지 뒤쪽에 흰 무늬가 있고, 수컷은 짙은 녹갈색을 띤다. 배딱지의 경우 수놈은 배의 폭이 좁으며 배꼽이 뾰족한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고, 암놈은 배가 넓적하고 배꼽이 수놈에 비해 더 둥글게 생겼다.

싱싱한 꽃게는 게딱지 색깔이 선명한 청흑색이며, 다리 쪽 밑부분까지 청색 기운을 띠고, 배딱지는 우윳빛처럼 하얗고 윤기가 나면서 열 개의 다리가 다 붙어 있으면 좋다. 꽃게 껍데기에는 아스타크산틴(Astaxanthin)이라는 물질이 있어 단백질과 결합해 다양한 색을 내는데, 조리를 하면 붉은색을 나타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많이 먹어도 살찌지 않는다?

꽃게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양질의 아미노산과 칼슘·철분·아연·칼륨 등 무기질, 타우린이 풍부한 저열량 고단백 식품으로, 봄과 가을에 특히 맛이 뛰어나다. 꽃게는 단백질을 비롯해 각종 영양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게의 단백질에는 아르기닌(Arginine) 등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회복기 환자에게 좋으며, 살이 부드럽고 연해 소화가 잘된다.

또한 지방 함유량이 적고, 꽃게 살에 함유된 철분 흡수율이 높아 특히 노약자에게 유익하다. 한의학에서는 부인의 산후 어혈 복통에 처방하기도 했다. 또 생강과 식초에 찍어 먹으면 신선한 맛이 증가하고, 게를 먹고 중독된 사람은 자소엽에 생강 달인 액을 따뜻하게 복용하거나 생강즙을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증보산림경제>와 <규합총서>에는 게를 기르는 방법, 식용 시기, 게 감별법 등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게장(게의 알과 살)이 많이 생기게 하는 방법으로는 살아 있는 게에게 닭을 먹이로 주거나 두부를 으깨어 먹이면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여러 옛 조리서에 게탕 만드는 법, 게젓 담그는 법이 설명되어 있는데, <규합총서>에는 참게에 소금물이나 진간장을 여러 차례 부어 삭힌다고 나와 있어 현존 조리법과 거의 유사하다.

 

저작권자 © 한국외식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