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외식시장에서 살아남는 생존전략 10

[음식과 사람 2017-5 P.66 World Trend]

 

▲ 이미지 = Pixabay

외식 배달시장의 새로운 기린아 ‘딜리버루’와 인터넷 레스토랑 예약 대행업체 ‘오픈테이블’은 인터넷이 창조한 또 다른 외식 세상에 발 빠르게 진입해 외식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면서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더욱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내용 자체가 끊임없이 ‘변신과 진화’를 하고 있다는 것에 우리 외식인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외식시장 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성장세를 거듭하는 외식기업의 놀라운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생존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자.

 

editor. 정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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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반 외식시장의 변화,

새로운 마켓의 창조인가? 기존 마켓의 잠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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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세상에 처음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새로운 문명이 이렇게 빠르고 광범위하게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으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다. 구글, 야후, 페이스북 같은 신흥 비즈니스 업체가 초일류 기업이 될지 누가 알았을까. 지난 2회에 걸쳐 소개한 ‘딜리버루’와 ‘오픈테이블’ 같은 기업은 바로 이런 인터넷이 창조한 또 다른 세상에 발 빠르게 진입해 외식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면서 초일류 기업으로 몸을 키워가고 있다.

더욱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내용 자체가 ‘변신과 진화’를 하고 있다는 것에 우리 외식인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딜리버루나 오픈테이블과 유사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로 이 분야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급기야는 페이스북도 2016년 후반기에 이 분야의 사업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 사진출처 = 딜리버루 페이스북

필자가 보기에 이 상황은 분명 좋은 소식(Good News)과 함께 온 나쁜 소식(Bad News)이다. 그 이유는 이 신흥 비즈니스가 새로운 마켓을 창조하고 외식업계 비즈니스에 편리함을 도모하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기존 외식인들의 마켓과 영역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분명 ‘소비자(외식 손님)’와 ‘생산자(식당)’ 사이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지만, 결국 인터넷과 모바일 정보산업이 사람들의 삶의 영역을 얼마나 지배하는가에 따라 소비자와 생산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이 중간관리자에게 종속될 개연성도 있다. 이것이 필자가 분석하는 나쁜 소식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외식인들이 어떤 대응책으로 자신의 생존 영역을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개괄적인 해법을 개진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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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역은 내가 지킨다!”

‘변신과 진화’를 통한 생존전략 1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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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넷과 상관없이 식당을 찾는 충성도 높은 단골을 많이 확보하라

딜리버루나 오픈테이블은 인터넷이라는 세상에서 고객을 확보한 후 식당에 공급해주는 일을 가장 큰 무기로 삼고 있다. 이러한 구도에서 볼 때 만약 어떤 식당이 이미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고, 그 손님들이 식당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려준다면 딜리버루나 오픈테이블 같은 곳에 돈을 지불하고 시스템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즉 탄탄한 지명도로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는 식당이 딜리버루나 오픈테이블과 계약을 맺는 것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귀한 보석을 남에게 고스란히 넘겨주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계약을 하는 순간, 그동안 피와 땀으로 확보해놓은 ‘고객 정보’가 몽땅 인터넷 홍보를 기반으로 한 외식기업으로 넘어간다.

 

2. 꼭 필요한 식당이 되어라

소비자는 배가 고프면 좋은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는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외식을 약속했다면 편안한 분위기에서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을 것이다. 연인과 특별한 날을 축하하기 위해서는 분위기 있는 식당을 찾을 것이다. 이때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식당이 바로 당신의 식당이 되게 해야 한다.

1년에 한 번을 오든, 2년에 한 번을 오든,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인터넷에 노출되지 않아도, 사람들이 그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익히 알고 찾아오는 식당이 되어야 한다. 식당이 병원, 약국, 구청, 경찰서 등과 같이 꼭 필요한 존재가 될 때 딜리버루, 오픈테이블과 같은 인터넷 기반 외식기업의 힘을 빌릴 필요가 없다.

 

3. ‘식당 군락’으로 단단한 ‘블록’을 구성하라

우리가 시장을 찾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곳에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들이 다양하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은 소비자의 고민을 해소하고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올 수 있다는 신뢰를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많은 식당이 군락을 이루어 블록(Block)을 형성하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 지역에 가게 된다. 이렇게 블록화된 식당 군락은 이미 모든 미디어를 통해 충분히 소개되어 자연발생적으로 탄탄한 지명도를 획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딜리버루나 오픈테이블이 제공하는 네트워크 구매의 필요성은 당연히 낮아질 것이다. 서울 장충동 족발거리, 신림동 순대시장, 광장시장 먹거리골목 등이 바로 이 사례에 해당한다.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구청, 시청 등과 같은 해당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후원이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소상공인이 살아남아야 지역 경제가 산다는 단순한 원리를 그들도 알고 있다.

 

4.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를 적극 활용하라

마케팅에서 이야기하는 몇 가지 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마우스 투 마우스(Mouth to Mouth)’, 즉 입소문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라는 말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통용된다. 그런데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그 ‘입’이 누리소통망(SNS)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입’과 ‘입’으로 연결되고 있다. ‘수많은 1인들’이 모니터를 보고 이야기하는 ‘온라인 공동체’는 이제 ‘공동체’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만큼 대세를 이루는 ‘사회현상’이 되었다.

딜리버루나 오픈테이블도 따지고 보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공동체’를 가장 든든한 무기 혹은 자산으로 내세워 ‘소비자(외식 손님)’와 ‘생산자(식당)’의 영역으로 진격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형성된 새로운 공동체에서 ‘Mouth to Mouth’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 딜리버루나 오픈테이블이 필요 없고, 내 시장을 잘 지킬 수 있을뿐더러 오히려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 이미지 = Pixabay

5. 식당 주인이 ‘IT’에 능숙한 전문가가 돼라

인터넷은 이제 생활에 필요한 수단을 넘어 반드시 해야 할 ‘의무’라는 영역으로까지 기능이 확대되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는 이미 수많은 카페와 블로그가 형성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카카오톡’이나 ‘밴드’ 등과 같은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피플 네트워킹(People Networking)’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특이한 사회가 바로 한국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한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간에 ‘말하는 문화’가 아주 강한 나라다. 식당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음식을 먹는 장소다. 주인인 내가 고객들과 만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한 가지가 인터넷이라면 최선을 다해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6. 손님들과 1:1 휴먼 터치가 가능한 ‘테이블 케어’에 최선을 다하라

이제는 식당이 그냥 ‘밥집’이라는 낡은 사고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영국에서 레스토랑을 광고할 때 가장 정감이 가고 손님들의 가슴에 와닿는 단어가 바로 ‘홈메이드 밀(Homemade Meal)’이라는 말이다. 집에서 어머니가 손수 요리해주는 음식이라는 의미다. ‘손님’이 그냥 ‘손님’이 될 때 그 식당은 말 그대로 ‘밥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이나 직원이 그 손님을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밥을 같이 먹는 사이’ 정도로 관심을 가질 때, 그 식당은 ‘밥집’이 아니라 ‘손님의 집’이 된다. ‘테이블 케어(Table Care)’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딜리버루 같은 배달 전문 회사의 진입으로부터 내 식당의 영역을 지킬 수 있는 최상의 방책은 손님이 직접 우리 식당에 와서 식사하는 곳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다. 그리고 ‘테이블 케어’는 위에서 언급한 1, 2, 4번째 사항이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7. 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인터넷이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문, 잡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전자기타의 선명한 음률을 좋아하는 사람과 어쿠스틱 기타의 푸근한 선율을 좋아하는 사람의 차이라고나 할까. 지역 신문이나 음식 관련 전문잡지 혹은 스토리텔링이나 식당을 잘 소개한 광고나 전단지까지, 이러한 것들도 소수이긴 하지만 직접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다. 이러한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마케팅 방법을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식당과 음식에 관한 유익하거나 재미있는 내용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 식당은 그 내용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8. 기계의 실수는 예측할 수 없지만, 인간은 예방할 수 있다

알파고를 만든 사람이 영국인이다. 컴퓨터라는 기계를 처음 만들고, 월드 와이드 웹(www)이라는 인터넷을 문명에 도입한 것도 영국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여전히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다. 기계는 사람이 필요해서 사용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계가 만들어내는 실책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으로 예약을 하고 식당에 갔는데 내 테이블이 없는 황당한 경우가 그렇다.

심지어 서버가 다운되어 한 지역의 모든 식당 예약이 왕창 사라져버려 담당 회사에서 대규모 손해배상을 해준 일도 있다. 그래서 미심쩍은 고객들은 오픈테이블로 예약을 하거나 딜리버루로 배달을 시키고도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수고로움을 더한다. 영혼이 없는 기계는 실수를 하지만, 영혼이 있는 인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조금 더 신경 쓰고, 조금 더 노력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고객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보다 식당을 더 신뢰할 것이다.

 

9. IT 기반 외식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라

개인주의 활동이 강한 서양문화권에서는 지역 공동체에 대한 연대가 매우 느슨하다. 즉 개인은 독립된 1인 변수일 경우가 많다. IT 기반 외식기업이 서양에서 빨리 성장하고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한국은 집단의식이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에도 수많은 지회·지부가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있다. 상위 기관인 중앙회 혹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단체가 딜리버루와 오픈테이블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장착하면 된다.

 

10. 트렌드를 읽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래전에 많은 사회학자들이 21세기는 문화산업 시대라고 공언했고, 우리는 지금 그 현상을 직접 보고 체험하고 있다. 문제는 과학문명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지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문명은 문화의 촉진제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보완재 같은 관계가 되었다. 소위 ‘트렌드’라고 하는, 음식과 관련된 최근의 사회현상을 보면 대부분 과학문명과 인간의 새로운 문화에 대한 욕구가 상호작용으로 발생한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분자요리가 만들어내는 화려하고 신기한 요리들, 물리나 화학이 접목된 새로운 조리기구들, 유튜브를 통한 음식 체험, 유전자 조작 식품의 대량생산과 정보기술(IT)을 장착한 신흥 외식기업들의 출현, 이 모든 현상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무심히 흘려보내는 관심사 정도로 방치해서는 큰 오류를 범할 사항들이다.

트렌드는 시대의 키워드를 읽을 수 있는 최적의 무기다. 내가 그 트렌드의 주역이 되지는 못해도 그 트렌드의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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