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6월호

[음식과 사람 2017-6 P.38 Uncut News]

 

비빔밥 같은 세상, 화해와 버무림의 미학을 펼쳐라

 

▲ 이미지 = Pixabay

editor 김홍국 정치평론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비빔밥이다. 백과사전에 ‘고기나 나물 따위와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밥’이라고 정의돼 있는 비빔밥은 섞고 비벼서 만들어낸 지상 최고의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시간이 없는 직장인이나 여러 영양가 높은 채소와 고기를 골고루 섭취하고 싶은 이들에게 최고의 음식이 바로 비빔밥이다. 대표적인 비빔밥으로 꼽히는 전주비빔밥의 구수하고 정겨운 풍미는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비빔밥은 콩나물 혹은 숙주, 도라지, 고사리 같은 나물과 양념을 해서 볶은 소고기나 육회, 부드러운 청포묵이 잘 어울린다. 여기에 달걀이 얹히면 비빔밥은 미각이 다른 감각을 자극하고 만족시키는 지상 최고의 선물이 된다.

비빔밥은 백화요란(百花燎亂), 즉 ‘온갖 꽃이 불타오르듯이 찬란하게 핀다’고 표현될 정도로 감동을 주는 음식이다. 그래서 세인은 비빔밥을 화반(花飯), 즉 ‘꽃밥’이라고 표현하며 정서적 만족감과 존재적 행복감을 표현하곤 했다.

1849년에 쓰인 <동국세시기>에는 “강남(양쯔강 이남) 사람들은 반유반(盤遊飯)이라는 음식을 잘 만든다. 젓, 포, 회, 구운 고기 등을 밥에 넣은 것으로 이것이 곧 밥의 골동(骨董)이다. 예부터 있던 음식이다”라고 하여 비빔밥을 중국에서 유래한 음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유만공(柳晩恭)은 <세시풍요>(1895년)에서 봄의 미각을 다음의 시로 표현했다. “파 싹은 푸르고, 겨자는 노라니/ 여러 가지 나물을 진설하매 한 소반이 향기롭다/ 밥은 골동밥을 이루어서 쓴맛이 더하니/ 술을 드리매 의당 백엽주(栢葉酒)로 할 것이다.” 참으로 멋지고 행복한 시적 표현이다.

비빔밥이란 말이 처음 나오는 문헌은 1800년대 말에 발간된 <시의전서>로, “부뷤밥(汨董飯, 골동반)은 밥에 나물과 볶은 고기, 전유어, 튀각 등을 넣고 소금과 기름을 넣어 비벼서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계란 지단과 고기 완자를 얹었으며, 쇠고기와 내장을 끓인 잡탕국을 곁들였다”고 씌어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마비됐던 국정이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새로운 정치적 전기를 맞고 있다. 진보, 중도, 보수 등 이념적 스펙트럼과 정치적 지향이 다른 이들이 함께 희망과 개혁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 합심해야 할 때다. 이질적인 재료들이 용광로 같은 그릇에서 함께 섞여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내듯이 ‘정치 비빔밥’을 잘 버무리고 섞어서 국민이 행복한 정치를 만들어갈 때다.

국민들이 좋아하는 비빔밥 정치로 갈등과 분열의 시대, 불통과 독선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소통과 협치, 화합과 미래지향적인 시대정신을 살려갈 때다. 국민을 성심성의껏 섬기는 멋진 화합과 소통의 ‘협치 비빔밥’을 만들 정치권의 분투와 노력을 기대해본다.

최대희 시인은 ‘비빔밥’이라는 시에서 “질그릇에/ 돈과 명예 비굴과 애증 넣고/ 용서와 화해의 양념장 넣고/ 쓱쓱 비벼/ 세월을 먹는다”고 노래했다. 질풍노도처럼 몰아쳤던 온갖 풍파와 어지러웠던 갈등과 분노, 좌절과 슬픔의 시절을 보내고 희망과 배려, 소통과 온정이 넘치는 맛좋은 비빔밥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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