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사람> 6월호

[음식과 사람 2017-6 P.65 Easy Talk]

 

‘불(不)건강음식점’ 안 되려면?

 

▲ 이미지 = Pixabay

editor. 박태균

 

식품환경(Food Environment)이란 용어가 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가정, 음식점, 학교, 직장, 미디어 등 식생활 관련 물리적 요인을 뜻하는 말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캐나다 보건복지부(Health Canada)는 개인의 식품환경을 알아내기 위해 음식점의 밀집도(Density), 거리(Proximity), 수(Count), 비율(Ratio), 존재 여부(Presence) 등을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선진국의 연구를 통해 식품환경과 개인의 식품 섭취, 비만 발생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로 슈퍼마켓이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고 패스트푸드는 적게 먹었다. 패스트푸드점과 가까운 곳에 거주할수록 패스트푸드 섭취 빈도가 높았다. 패스트푸드점이 밀집해 있거나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의 비만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26개 국가에서 ‘서브웨이’(Subway,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업체) 밀집도에 따른 비만율의 차이를 조사한 결과, 밀집도가 높은 미국(10만 명당 7.52개)과 캐나다(10만 명당 7.43개)는 비만율이 높았다. ‘서브웨이’ 밀집도가 낮은 한국(10만 명당 0.13개)과 노르웨이(10만 명당 0.19개)는 비만율이 낮았다.

식품환경은 우리 국민의 비만율, 영양 상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 주변에 ‘불(不)건강음식점’의 수가 많을수록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지방, 나트륨, 칼로리 섭취가 많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최근 확인됐다.

여기서 불건강음식점이란 열량이 높고 영양가가 낮은 고열량·저영양 식품을 많이 판매하는 체인형 편의점, 제과점, 피자·햄버거·샌드위치·치킨 전문점 등을 가리킨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한성림 교수팀이 질병관리본부의 2013〜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원자료와 통계청의 2013년 전국 사업체 조사 원자료를 이용해 전국의 성인 남녀 9978명을 분석한 결과, 불건강음식점 수가 많은 지역의 주민 비만율이 1.7배 높았다.

한 교수팀은 전국 사업체 조사 자료를 이용해 전국의 동·읍·면별(3482곳) 불건강음식점의 수에 따라 저·중·고 등 세 그룹으로 나눴다. 동·읍·면 내 불건강음식점의 숫자가 가장 적은 곳(0〜7곳)을 저그룹, 중간인 곳(8〜30곳)을 중그룹, 가장 많은 곳(31〜244곳)을 고그룹으로 분류한 것이다.

불건강음식점이 많은 지역에 거주할수록 지방, 나트륨, 티아민(비타민B1)의 섭취가 높았다. 불건강음식점이 가장 많은 지역의 하루 평균 지방 섭취량은 45.8g으로, 가장 적은 지역(44.4g)보다 많았다.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도 고그룹(4143㎎)과 저그룹(3950㎎) 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불건강음식점이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은 라면, 단팥빵, 피자, 햄버거, 돼지고기 탕수육, 돈가스, 치킨, 요구르트, 스낵 과자, 쿠키, 크래커의 주당 섭취 빈도가 높았다.

하루 1회 이상 외식하는 사람은 2008년 남성 34.9%, 여성 14.1%에서 2014년 남성 41.9%, 여성 22.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미 외식의 품질은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고객이 외식업소를 선택할 때도 음식의 맛 이상으로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건강음식점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음식 메뉴에서 ‘나당지’(나트륨, 당류, 지방)와 칼로리를 줄이는 데 지금보다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박태균] 국내 유일의 식품의약 전문기자. 고려대 건강기능식품연구센터 연구교수,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겸임교수, 서울대 초빙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한국기자상, 올해의 과학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음식과 건강>, <먹으면 좋은 음식 먹어야 사는 음식>, <남의 살 탐하는 104가지 이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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