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신분증 확인! ② 반드시 ‘조리 음식’과 같이!

[음식과 사람 2017-7 P.26 Focus]

 

▲ 이미지 = Pixabay

음식점의 주류 배달이 전면 합법화된 지 1년이 됐다. 그러나 배달 과정에서 신분증 확인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청소년 음주 노출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데…. 외식업소의 주류 판매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editor.정성민

 

불법일까? 합법일까?

주류 판매 음식점에서 지켜야 할 규정

⁎ 청소년 주류 제공은 불법 : 모든 일반음식점에서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부모님 등 성인 보호자가 동행했더라도 불법이다. 주류 및 담배 판매업소라면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 판매 금지’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청소년이 배달앱 등을 통해 주류를 주문한 경우에도 이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니 신분증 확인을 반드시 해야 한다.

⁎ 치킨집 등에서 맥주 배달 판매는 합법 : 음식점에서 맥주, 소주 등 주류를 배달하는 것이 지난해 7월부터 합법화됐다. 다만 조리된 음식과 함께 주류를 주문한 경우에만 배달이 허용되며, 주류만 단독 배달은 안 된다는 것을 주의하자.

⁎ 비영업용 주류 판매는 불법 : 가정용 주류는 판매할 수 없으며, 영업용이 표기된 주류만 판매 가능하다.

⁎ 생맥주 배달도 합법 : 생맥주 및 수제맥주도 법 개정으로 배달 판매가 가능해졌다. 다만 조리된 음식과 함께 주문을 받아야 배달 판매가 가능하다.

 

현실과 맞지 않던 ‘음식점 주류 배달 금지’ 빗장 풀려

국세청은 지난 2016년 7월 주류 고시 및 주세사무처리규정 개정안을 통해 음식점의 주류 배달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치킨과 맥주, 탕수육과 소주 등 음식과 함께 주류를 배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서 대면 판매한 경우의 주류 배달도 허용됐다.

야구장 ‘맥주보이’나 ‘치맥’ 페스티벌 등 한정된 장소에서 술을 판매하는 것도 합법화됐다. 이전까지는 식품위생법상 영업장 바깥으로 주류를 반출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현실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규제가 심하다는 여론에 따른 조치였다.

외식업소들은 규제 완화를 환영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주류 배달이 합법이 됐다고 매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편하게 장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라면서 “이전에는 손님이 전화로 치킨과 함께 술을 주문할 때 안 된다고 하면 ‘다른 곳은 다 되는데 왜 안 되느냐’고 항의해 난처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모 씨의 경우처럼 규정을 어기지 않고 착실히 영업을 해온 업소도 있지만, 손님이 요구하면 주류 배달을 해주는 업소도 많았다. 아예 음식점 주류 배달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업주와 소비자도 많아 “어라, 주류 배달이 원래는 불법이었나? 몰랐네”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에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국세청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사항을 정비하겠다”며 주류 관련 고시를 손본 것이다.

국세청은 다시 한 번 관련 규정을 손본다. 주류 고시 및 주세사무처리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개정안에는 음식점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다. 국세청은 ‘음식과 함께 배달하는 주류의 통신판매 허용 기준을 명확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허용된 음식점 주류 배달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배달앱 등을 통해 (음식 없이) 주류 위주로 통신 판매하는 경우가 있어 ‘음식점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에 부수적으로 주류를 함께 배달할 때만 가능’하도록 개정한다. 국세청은 “기존에는 ‘음식점에서 전화 등을 통해 음식과 함께 주문받은 주류’를 ‘배달’하는 것으로 명시했지만 ‘음식’을 ‘직접 조리한 음식’으로 개정해 이를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규정 ‘악용’ 술 배달시켜 먹는 청소년들… 걸리면 음식점만 처벌

음식점과 소비자들은 편리해졌다. 그러나 부작용도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주류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배달앱이 성행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이 이를 통해 음식과 함께 주류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규정 완화가 청소년의 음주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청소년에게 술, 담배를 판매한 경우는 청소년보호법 28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는 형사처분과 별도로 과태료, 영업정지·취소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발표한 ‘2016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전국 17개 시·도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청소년 1만5646명을 대상으로 음주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더니 중·고등학생 중 35.0%가 지금까지 1잔이라도 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었고, 18.0%는 최근 1개월 이내에 음주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이 가장 많이 술을 구입하는 곳은 ‘편의점, 가게, 슈퍼마켓’(94.8%)이었고, ‘음식점’, ‘배달음식 주문’을 통한 구입도 각각 43.6%, 29.6%로 적지 않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술을 직접 구입한 적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류 구입 시 나이를 확인했는지 여부를 조사해봤더니 대체로 신분증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음식점’의 경우 나이를 ‘확인했다’는 25.6%, ‘확인하지 않았다’는 37.8%, ‘확인하는 곳도 있었고 확인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는 응답은 36.6%였다.

특히 나이 확인이 가장 잘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경우는 ‘배달음식 주문’ 시였다. 신분증을 ‘확인했다’가 18.3%, ‘확인하지 않았다’가 63.7%, ‘확인하는 곳도 있었고 확인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가 18%로 조사돼 배달앱 등을 통한 청소년 음주 노출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여가부는 “배달서비스업 등 신종 주류 유통 경로가 청소년의 구입을 용이하게 하고 있어, 배달앱으로 주류를 주문할 때 성인 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배달앱은 성인 인증을 거쳐야 주류 주문이 가능토록 되어 있다. 최초 1회 성인 인증을 하면 해당 아이디로는 계속해서 주류 주문을 할 수 있다. 성인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편리하지만, 보호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몰래 성인 인증을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허술한 약점을 노출하는 셈이다.

배달앱 측은 이용약관에 ‘미성년자 이용 제한조항’을 명시할 경우 휴대폰으로 성인 인증 절차를 마치면 주류 주문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만큼 배달 시 주류 수령자에게 직접 배달할 수 없는 경우 주류를 반환 처리토록 해 청소년에게 술을 못 팔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최근 배달앱 업체들은 “가맹점주들에게 지속적으로 주류 판매 가이드를 안내하는 한편 이용자에 대해 연 1회 성인 인증을 재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런 조치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주류 주문은 매번 성인 인증이 실시되거나 전화 주문과 동일하게 대면 신분증 확인 절차가 시행되지 못한다면 배달앱을 통한 주류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단골이라도 신분증 확인 필수… ‘쌍방 처벌’ 목소리도

하지만 실제 음식점 배달 현장에서는 나이 확인이 잘 지켜지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모 씨는 “신분증을 잃어버렸다며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있다가 말해주는 경우나, 부모님이 시켰다고 하는 경우 등에는 끈질기게 신분증을 요구하기가 난처하다”면서 “더구나 만일 조리한 음식을 도로 가져와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 손해를 누가 책임져주냐”고 고충을 토로했다.

음식점에서 자체 배달직원을 쓰지 않고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나이 확인 절차를 지키기가 더 힘들어진다. 서울 강남구에서 족발집을 운영 중인 최모 씨는 “배달원을 두지 않고 배달대행 서비스를 통해서 배달을 하는데, 음식점 직원도 아닌 대행 서비스 배달원에게 음식과 주류를 전달하는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나이 확인을 기대하기가 거의 어렵다”고 말했다.

음식점 주류 배달의 경우 사실상 단속이 어려운 편이나, 영업장에서 판매하는 경우에는 단속이 자주 이뤄진다. 배달음식이 아닌 호프집이나 주류 판매 음식점의 경우에는 고충을 겪고 있는 업주들이 많다.

짙은 화장 등으로 외모상 청소년으로 인지하기 힘들거나, 성인들이 먼저 오고 나중에 청소년이 성인인 척 합류해 술을 마시는 경우, 청소년들이 고의로 신분증을 위조·변조·도용해 술을 마시고 계산을 하지 않기 위해 업주를 신고하는 경우 등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조된 신분증 등에 속아 주류를 판매했다가 영업정지 및 벌금에 처해지는 억울한 외식업소가 많아지자 지난해에 관련 규정이 개정되기도 했다. 일명 ‘선량한 자영업자 보호법’이라고 불리는 ‘청소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식품위생법 일부개정안’ 시행규칙 개정이 이뤄져 시행 중이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청소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청소년의 강박 및 신분증 위조·변조·도용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말미암아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경우에는 과징금 부과를 면제해주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난해 8월부터 시행 중인 ‘식품위생법 일부개정안’은 영업정지 처분기간을 줄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역시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식당이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 변조, 도용이나 협박 등으로 청소년인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고, 영업정지 처분기간이 기존의 10분의 9 이하의 범위에서 이뤄진다. 예를 들어 1차 행정처분이 기존 영업정지 60일이었다면 6일로 줄어들었다. 이전에는 청소년이 청소년 유해업소에 출입한 것이 적발되면 업주는 영업정지 1개월,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한 경우에는 영업정지 2개월을 받았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만 믿고 소극적으로 대처해서는 처분 감면을 받기 어렵다. 만일 단속에 걸렸는데 잘못이 없을 경우에는 자신의 과실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CCTV에 잡힌 신분증 검사를 하는 모습 등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는 경우 무혐의 처분을 받을 확률이 높다. 억울한 부분이 있는 경우는 진정서 등을 준비해 경찰 조사 시 적극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업주들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경찰 조사를 받는 자체가 상당한 스트레스와 부담일뿐더러 현행법이 업주 처벌 위주로만 돼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 강남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술을 파는 음식점들은 하나같이 ‘청소년’이 가장 큰 스트레스 대상이라고 할 만큼 피해가 크다.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법을 악용해 음식점 음주를 일삼는 청소년들이 많다”면서 “업주만 처벌받을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보호자 등에게도 처벌을 하는 등의 ‘쌍벌 처벌’ 조항을 추가해야 이런 행태가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현재는 청소년이 위반 행위를 적극 유발하거나 나이를 속이더라도 청소년은 훈계한 뒤 훈방하거나, 친권자나 학교에 통보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주류 배달의 경우에도 편법으로 술을 시킨 청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

청소년을 유해 환경에서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주만 처벌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정답은 아니다. 청소년보호법의 취지가 처벌보다는 청소년을 바르게 보호·선도하는 데 있기에 업주만 처벌하는 현행법의 개정과 함께 청소년 선도를 위한 심도 깊은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다. 물론 음식점 운영자들이 주류 판매 시 늘 신분증 확인을 철저히 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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