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 취하기 힘들다면 생양파와 우유를 이용해보자!

[음식과 사람 2017-7 P.53 Easy Talk]

 

복달임만큼 중요한 여름 ‘숙면’

 

▲ 이미지 = Pixabay

 

editor. 박태균

 

폭염이 절정을 이루는 초복, 중복, 말복을 함께 일컫는 말이 삼복(三伏)이다. 양기가 세지는 삼복엔 불볕더위와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찾아온다.

조선 선조 때의 학자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엔 “복날은 양기에 눌려 음기가 엎드려 있는 날”이라 기술돼 있다. 우리 선조는 삼복을 더위에 지쳐 허(虛)해진 몸을 보(補)하는 날로 여겼다. 조선시대 궁중에선 삼복에 더위를 이겨내라며 고위 관리들에게 쇠고기와 얼음을 하사했다.

서민은 귀한 쇠고기 대신 개고기를 끓여 먹었다. 시원한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거나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며 더위를 물리쳤다. 이런 관습은 지금도 전해져 복날이면 음식점마다 복달임을 즐기려는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우리 국민은 복날 보양식, 복달임이라고 하면 이열치열(以熱治熱)을 먼저 떠올린다. 삼계탕, 개장국, 추어탕 등이 모두 뜨거운 음식이다. 삼복 팥죽도 복날에 먹었다. 팥죽 하면 대개 동지 팥죽을 연상하지만 우리 조상은 정월, 복날, 동짓날은 물론 이사한 뒤에 적두죽(팥죽)을 쑤어 먹었다. 삼복에 먹는 죽을 복죽이라 한다. 무더위에 뜨거운 팥죽을 먹은 것은 이열치열 음식인 데다 팥죽의 붉은색이 귀신을 물리쳐준다고 믿어서다.

이맘때 우리 조상은 복숭아화채, 수박화채, 오미자화채를 즐기며 더위를 이겨냈다. 과일화채는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고 비타민, 미네랄을 보충하는 데 효과적이다. 수박화채는 씨를 뺀 과육을 한입 크기로 잘라낸 뒤 설탕을 뿌리면 완성된다. 복숭아화채는 은행잎 모양으로 얇게 썬 뒤 꿀에 재운 복숭아(껍질 벗긴 것)를 설탕물이나 꿀물에 넣은 것이다.

음식의 멋을 중시한 옛사람은 화채 위에 실백을 띄워 먹었다. 오미자화채는 땀을 많이 흘린 뒤의 갈증을 푸는 데 유용하다. 음식점에서 식사 뒤 후식으로 화채가 나온다면 인상이 깊을 것 같다.

과거엔 여름용 약차로는 대추인삼차, 인삼오미자차, 구기자차, 매실차, 제호탕 등이 흔히 상에 올랐다. 한약재인 오매(매실)를 가루 낸 뒤 꿀과 섞어 중탕한 것이 제호탕이다. 땀을 많이 흘려 기진했을 때 물에 타서 마시면 원기 회복에 유익하다.

여름은 외식업체에도 힘든 시기다. 입맛이 떨어져 음식점을 찾는 손님이 줄기 때문이다. 비브리오 등 식중독균 때문에 횟집도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외식업체 종업원이 열대야, 장마로 수면 장애를 겪는다면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도 허점이 생길 수 있다. 더위, 불면으로 심화된 스트레스, 불쾌지수가 고객 응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엔 외식업체 업주와 직원이 서로 걱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심신의 안녕은 물론 음식점 분위기도 잘 유지할 수 있다.

여름밤에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면 저녁 식사 때 생양파를 섭취하도록 서로서로 권해보자. 잘게 썬 양파를 머리맡에 두고 자도 잠이 잘 온다. 양파의 매운맛 성분인 알린은 몸 안에서 알리신으로 변한다. 이 알리신이 비타민B1의 흡수를 돕는다. 비타민B1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피로가 덜 쌓이도록 해 자연스럽게 숙면을 유도하는 것이다.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자기 전에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숙면 물질’, ‘행복 물질’로 통하는 세로토닌의 주원료인 트립토판이 우유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트립토판은 몸 안에서 생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이어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닭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 생선, 치즈 등에도 트립토판이 들어 있으나 우유 외엔 저녁에 먹기엔 부담스러운 식품이다. 우유를 대신할 트립토판 공급원으로는 바나나, 무화과가 추천된다. 우유에 꿀을 타서 마시면 숙면에 더 효과를 볼 수 있다. 꿀에 함유된 탄수화물이 트립토판의 체내 흡수를 도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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